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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취향Y》 선정 2019년의 앨범 아티스트 “다크미러오브트레지디” : #2. 20년의 기다림, 멋있는 한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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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 걸린 작품, 『The Lord ov Shadows』
 

: 대세와 거리가 멀다는 말씀이 나와서 자연스럽게 1999년부터 이 곡의 스케치를 했다는 얘기로 넘어가보죠. 이미 널리 알려진 얘기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 번 더 처음 이 작품을 구상하셨을 때부터 말씀해주세요. 이게 조금씩 조금씩 녹음의 형태로 실현되다가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로 딱 만들어지기까지 20년이 걸렸던 건가요?

 

: 올해가 딱 20주년이 되죠.

 

: 그 얘기를 좀 자세히 들려주시면 좋겠네요.

 

: 모든 록커들은 처음에 기타를 잡게 되잖아요.

 

: 그렇죠. 아... 베이스를 처음 잡았으니까 나는 록커가 아닌가? (웃음)

 

: 네, 기타를 잡게 된 다음. 그러니까 기타를 살 때에는 자신만의 목표라는 게 있어요. 나는 기타를 사서 취미생활을 열심히 할 거야, 나는 무대에서 멋있는 모습을 보일거야, 뭐 그런 식으로 목표가 생기죠. 그런데 저 같은 경우는 악기를 구매하면서 생각했던 게, 메탈 음악을 원래 좋아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일테지만, 제가 감동을 받고 들었던 앨범들처럼 누군가 나의 음반을 듣고 감동을 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으로 악기를 구매했거든요. 그러면서 앞으로 내가 어떤 음악을 하게 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는 시기가 찾아왔는데, 그 당시에는 한국에서는 제대로 된 컨셉트 앨범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렸을 때니까 또 약간의 허세도 있었겠죠. 앨범 자체가 한 곡으로 되어있는 이런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그러면서 조금씩 조금씩 스케치를 해나가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사실 이곡이 통으로 연결되는 한 곡짜리 앨범으로 완성시킨 거는 되게 오래 전 일이에요. 하지만 그대로 발표하기에는 제가 부끄러운 부분이 되게 많았어요. 이대로는 통으로 발표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 어떤 부분에서요?

 

: 곡의 완성도죠. 곡의 완성도가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편곡을 계속 잡고 있었죠. 그러다가 2016년도에 우리가 다음 앨범을 어떻게 할 것인지 회의를 했었어요. 그 때 이제 우리가 이 곡을 한번 완성할 때가 됐다는 결론이 나온 거죠. 그 때부터 1년 동안 편집과 편곡을 반복해서 마무리를 진거죠. 지금 『The Lord ov Shadows』, 이 앨범에 대해서 저는 후회는 없거든요. 되게 좋아요. 좋은데 하지만 이게 3~4년 뒤에 발매 됐다면, 좀 더 아기자기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신경 쓸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 다른 분들은 2016년도에 『The Lord ov Shadows』를 다음 작품으로 내자라고 했을 때 어떠셨나요? 물론 이전부터 파트1, 2는 녹음을 해 본 적도 있었고, 연주를 해 왔습니다만, 그렇더라도 이 정도 덩어리로 완결된 작품이이면 부담스럽지 않았을까요? 2016년 이전에도 이 노래는 대충 한 40분 정도 되는 하나의 완결된 덩어리 곡이고 구성은 어떠어떠하다 하는 내용들이 밴드 내부에서도 완전히 다 공유가 되고 있던 건가요? 아니면 경선씨의 머릿속에만 『The Lord ov Shadows』가 저장되어 있고, 파트 3를 포함한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멤버들 입장에서는 언젠가 전체 곡을 다 들어 볼 수 있겠지 정도로만 예상을 하셨던 걸까요?

 

: 제가 밴드에 2007년도에 들어왔는데요, 군대를 전역하고 바로 들어왔는데, 이미 저한테 1, 2, 3가 합쳐진 데모를 보내줬었어요. 그 당시가 2집을 작업할 때였는데 파트 2는 이미 세밀한 편곡까지 완성이 된 상태였고, 파트 3까지 합쳐진 데모가 존재했어요. 물론 파트 3의 형태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지금과는 좀 다르죠. 훨씬 러프했고, 형이 얘기한 것처럼 완성도라는 측면에서 고려할 부분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항상 해 왔어요. 언젠가 이 앨범을 내야 된다는 거에 대해서는 멤버 모두 알고 있었거든요. 다 알고 있었고 그게 언제가 될지가 항상 고민이었죠. 그런데 3집 나오고 나서, 이제는 『The Lord ov Shadows』 앨범을 준비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거에 대해서 멤버들이 자연스럽게 오케이를 한 건 아마 ‘지금쯤이면 우리 밴드가, 이 위치까지 왔으면 지금까지의 과정을 한번 정리해 보자’는 측면이 우선 있었죠. 그 뿐 아니라 ‘우리 밴드의 본질적인 측면을 찾아간다는 생각으로 준비를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했었던 것 같아요. 제 개인적인 생각이 좀 크기는 한데, 저는 DMOT 1집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1집이 녹음의 퀄리티를 떠나 DMOT 특유의 순수한 에너지가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 시절의 에너지와 완전히 같을 순 없지만, 우리가 가졌던 어떤 본질을 다시 한번 찾아보는 그런 과정으로 이 앨범 작업이 진행되어도 매우 의미가 깊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사실 저는 그런 내용이 제법 많이 반영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2, 3집과는 또 다른 모습이잖아요, 사실.

 

: 그렇죠.

 

: 그게 저는, 이번 앨범의 본질이 저는 1집에서 온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지점에서 찾으려고 했던 것 같고. 그래서 밴드에서는 당연히 내야 됐던 앨범이었고. 아마 멤버들도 그런 부분에 대해 다들 동의를 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 다른 분들도 다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 같은 생각입니다. (전원 폭소)

 

: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래서 그렇게 독재라는 소문이 있나봐요. (웃음) 가장 DMOT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음반인데, 커버 아트에 오래된 DMOT 특유의 로고는 빠졌어요. 그 동안 세 장의 정규 앨범, EP, 스플릿앨범 모두 빠지지 않았던 로고가 이번 앨범 커버에서는 사용하지 않은 이유가 있을까요?

 

: 간단합니다. 넣어봤는데 안 어울려서 뺐습니다. 일단은 시각적으로 앨범 커버가 해야 할 일은, 디자인은 예술이 아니잖아요.

 

: 그렇죠.

 

: 그야말로 상업의 분류에 들어가 있는 게 앨범 커버 디자인이고, 봤을 때 이뻐야 하고 사고 싶어야 되는 거죠. 로고 때문에 그런 측면을 놓치게 되는 것 같아서 뺐습니다. 사실 매우 넣고 싶었어요.

 

: DMOT 입장에서는 순수한 에너지가 있다고 했지만, 1집 이후부터는 커버도 더 훌륭해졌어요. (전원 웃음) 그런 면에서 1집은 커버는 정~말 순수하죠.

 

: 순수하죠.

 

: 정말 그... 코어 투 더 본(core to the bone) 하고 베어(bare) 하고... (웃음) 뼈까지 홀랑 벗은 아주 순수한 커버이긴 합니다. DMOT는 그런 면에서 보면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쓴 밴드라는 생각을 해요. 사실 1집도 내부 디자인을 보면 당시로서는 되게 신경을 많이 썼다는 생각이 듭니다. 같은 회사였던 메써드 1집하고 비교해보면 특히 더...

 

: 그렇죠. 심지어 디자이너도 같은 사람일줄 알았는데, 막상 앨범을 진행해보니 다른 사람이었던...

 

: 심지어 같은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훨씬 신경을 많이 쓴? (웃음)

 

: 지금 보면 1집 커버 아트는 1집 앨범이기 때문에 낼 수 있었던 자켓이 아니었나 싶어요. 지금 와서 이런 스타일로 내라고 하면 못 낼 것 같거든요. 진짜 1집 밴드이기 때문에 이런 것도 가능 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저는 더 좋은 것 같아요. 1집만이 가질 수 있는 순수함이 있는 것 같아서.

 

: (멤버들을 향해) 다들 동의하시나요?

 

: 네, 저는 그렇습니다. 그런데 지금 만약에 이렇게 디자인 된 커버 아트를 받았다 그럼 거부했겠죠. (웃음)

 

: 근데 1집의 컨셉을 놓고 이번 4집의 커버 아트 느낌으로 갔다면 어땠을까 싶긴 하네요.

 

: 뭐, 상황에 따라 다르겠죠.

 

: 이번에도 아트워크 내부까지 자세히 살펴보면 날개가 찢어지긴 했지만, 어쨌건 날개도 등장하고 어떤 큰 틀의 이미지에서는 밴드가 가진 어떤 원형질이 연결되는 것도 같네요. 이번 아트워크의 컨셉도 1집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는 건 확실해 보입니다. 커버 아트에도 로고가 그렇게 안 어울렸을까요?

 

: 여기저기 넣어 봤는데 영 아니더라구요.

 

: 아~ 넣어보셨군요.

 

: 여기도 넣어보고 돌려도 보고 했는데...

 

: 그러니까 프랑스에서 이 디자인을 만들었던 디자이너는 요 커버 아트만 만든 거고, 로고를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 하는 것은 이제 DMOT 측에서...?

 

: 물론, 프랑스 디자이너 분에게 저희 로고를 보냈죠.

 

: 그럼에도.

 

: 디자인 위에 우리 로고를 좀 올려 달라. 그런데 답장이 온 게 안 된다, 이건 못 올린다.

 

: 이건 안 된다.

 

: 네!

 

: 심지가 굳은 분이셨군요.

 

: 네, 뭐 그렇기도 하고 자기 작업에 관련된 프라이드가 어머어마한 사람이더라구요.

 

: 그쪽 디자이너들은 한번 안 된다 그럼 안 되는거죠.

 

: 맞습니다. 그쪽 디자이너들은 뮤지션들하고 마인드가 똑같아요.

 

: 뭐랄까, 프랑스 쪽 디자이너들은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지만, 고객의 말까지는 들어줄게 뭐 그런 거죠. 프랑스 사람들이 그런 정서가 좀 있어요.

 

: 프랑스를 오래 경험하신 분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렇군요. 한국적인 정서에 너무 따랐더라면.... 여튼 덕분에 좋은 커버 아트가 탄생했습니다.

 

: 자, 그럼 이제 다시 1999년부터 시작된 이야기로 돌아가 보죠. 아까 1999년에 한 곡으로 만들어져 있는 컨셉 앨범을 내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 하셨어요. 그쵸, 이게 열 여덟, 아홉 혹은 스무 살 때가 가장 컨셉 앨범 같은 것에 대해 이렇게 동경하는 시기가 아닌나 싶어요. 저도 어렸을 때 생각해보면 컨셉 앨범을 하나 내고 싶고, 물론 전 뮤지션은 아니지만 그래도 컨셉 앨범을 상상해보기도 하고. 이왕이면 컨셉 앨범도 Yes 같은 앨범으로... 아, 저의 경우는 Yes 보다 ELP 같은 앨범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1999년, 그때 머릿속에 떠올렸던 어떤 가이드로 삼고 싶었달까 뭐 그런 아티스트나 음반은 없었나요?

 

: 딱히 가이드라고까지 라고 보긴 어려웠고, 그냥 그 당시에 좀 빠져있었던 게... 물론 그들은 한 곡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한 곡으로 앨범을 만든 건 아니긴 했지만 Devil Doll같은 밴드라든지, 경우는 완전히 다르지만 W.A.S.P 의 『The Crimson Idol』(1992)같은 앨범들을 참고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지만 참고는 안됐죠.

 

: Devil Doll은 뭐 일정부분. 오르골 소리를 음산하게 전면에 내세우기도 하고, 오케스트레이션도 그렇고.

 

: 네, 그렇죠.

 

: 그냥 졸라 멋있고 긴 한곡을 만들고 싶었어요.

 

: 네, 맞아요. 맞습니다. 정확합니다. 네 엄청 멋있는, 졸라 긴 곡, 그걸 만들고 싶었습니다.

 

: 엄청 길다. 그건 DMOT 음악의 전반적인 특징이기도 해요. 이전까지의 곡들도 대체로 길어요.

 

: 당시에는 녹음하기 직전까지, 한 6개월 전까지는... 곤조가 있어서, 지금은 43분에서 끊기잖아요, 그거 한 시간으로 맞추려고.

 

: 그래서 한 시간 짜리를 만들어 냈었어요.

 

: 한 시간짜리로 만들었을 때는 밴드의 연주가 지금보다 더 많았던 걸까요, 아니면 오케스트레이션이나 이런 부분이 더 강화되었던 걸까요?

 

: 둘 다죠.

 

: 둘 다?

 

: 네, 둘 다 추가되는 부분이 많았죠. 기본적으로 한 시간을 끌고 간다는 게, 음악이기 때문에 호흡과 감정이 흐르는 거잖아요. 그래서 시간예술이라고도 하잖습니까? 음악은 감정이 흐르는 것인데 60분을 만들고 보니 감정을 끌고 갈 동력이 좀 많이 부족해지더라구요. 그래서 좀 압축을 하자고 그랬어요.

 

: 네 그럼 그 60분 정도로 존재했던 버전도 밴드의 실연까지 동원해서 다 녹음을 해본 건가요, 아니면 이거는 그냥 데모 차원에서만 시도했던 걸까요?

 

: 데모의 차원에서, 저 혼자만 테스트를 해본 거죠.

 

: 60분 버전의 데모도 다른 멤버들과 다 공유를 했던 건가요?

 

: 네, 그렇죠. 사실 복사가 제일 많았구요. (웃음) 복사해서 붙여넣기, 이 프레이즈를 여기에 한 번 더 넣는다, 대단원의 막을 여기서 한 번 더 친다, 이런 식으로 하는 거였기 때문에 상당히 지루했을 거예요. 실컷 만들었는데 뒤로 갈수록 그러니까...

 

: 다른 분들은 어떠셨나요?

 

: 극구 반대를 했죠. 라이브에서 못한다. 한 시간짜리 공연을 설 수 있는 데가 일단 많지가 않다. 일단 하려면 처음부터 다 해야 하잖아요.

 

: 솔직히 43분짜리 공연하는 것도.

 

: 그것도 사실 되게 애매해요. 사실 Insomnium의 앨범 『Winter's Gate』(2016) 처럼 40분 (이 앨범의 러닝타임은 정확하게 40분 02초다)에 딱 맞춰야 되지 않나 했는데 불가능해져서 43분짜리 앨범이 되긴 했는데 거기에도 분명 현실적인 부분도 어느 정도 작용하지 않았나 싶어요. 무대 위에서 이제 앨범에 담긴 음악을 재현을 해야 되는데 50분 가까이 쓸 수 있는 무대가 많지도 않고.

 

: 대단히 죄송한데, 제가 지난해에 진짜 너무 바빠서 『The Lord ov Shadows』발매 이후 DMOT의 공연을 한 번도 보질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 복잡한 앨범에 라이브에서는 어떻게 재현 되는지 제가 감을 못 잡겠어요.

 

: 다를 거 없습니다. 저희 앨범과 똑같이 연주 하려고 노력하구요.

 

: 가상악기는 미디로 미리 준비를 해놓고?

 

: 네, MR로 쏘고 있습니다.

 

: 기타 연주도 그래서 한 쪽에 한 번씩만 녹음을 했던 게 사실 무대에서 그대로 연주를 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물론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말 있는 그대로 다 재현하고자 노력하기 때문에 앨범과 큰 차이는 없지 않을까 싶어요.

 


이 복잡한 사운드를 무대로 올리기 위해
 

: 그러기 위해서는 공연장이 가진 현실이라는 것도 고려를 해야 되잖아요. 한국의 공연장 중에는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만 드럼 소리가 깔끔하게 빠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그 다음으로 리프와 솔로 사이의 밸런스가 깨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공연장 중에는 밴드가 연주를 잘한다 하더라도, 물론 많은 경우에는 무대 위에 모니터도 잘 안되기 때문에 연주를 잘 한다기보다 밴드 스스로 공연의 분위기에 즐기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거든요. 잘은 모르지만 제가 보기에는. 또 공연장의 분위기에 취해서, 특히 기타 리프를 그냥 뭉개고 긁어버리 듯이 연주를 해버리는 부분도 있구요. 밴드의 연주도 더 정교해져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장의 상황 자체가 기타나 악기 소리들이 뭉개져 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요는 『The Lord ov Shadows』처럼 특히나 악기도 많고 복잡하게 되면 소리가 뭉친다거나 엉켜버리기 시작하면, 더군다나 오케스트레이션 MR까지 사용하는 상황이 되면 청자의 입장에서 공연이 아니라 극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될 수도 있거든요. 근데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밴드는 무대 아래의 관객이 어떤 상황인지 스스로 모니터링을 할 수도 없쟎아요.

 

: 그렇죠.

 

: 그런 면에서 지난 해 몇 번의 중요한 공연들에서 밴드가 리허설을 하는 과정이나 혹은 공연 과정에서 이 앨범의 컨셉에 맞는 사운드를 들려주기 위해서 특별히 더 신경을 썼다던가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 일단은 잘 알고 계시다시피 공연장들이 저희를 좋아하지 않아요. 셋팅도 너무 복잡하고, 인원도 많고, 장비도 많고. 엔지니어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좀 공감이 되요. 저희와 작업을 하는 건 극한 직업이죠. 그런 상황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멋있는 톤을 잡기보다 좀 더 잘 들리는 톤을 잡는데 노력하는 형태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이 물론 우리나라보다 더 환경이 안 좋은 곳도 많겠습니다만 그렇게 연주 환경이 좋은 상황은 아니에요. 라이브를 하는 밴드이기 때문에 저희 나름대로 그런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얼마 전부터 담당 엔지니어랑 같이 공연 활동을 하고 있어요. 엔지니어와 호흡을 맞추고 있으니 뭔가 앞으로 공연에서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밴드가 자신들의 사운드를 전담하는 엔지니어랑 같이 움직이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거든요. 하우스 엔지니어가 잡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거든요. 기본적으로 하우스 엔지니어는 사실은 그 공연장에 나오는 사운드의 한도를 넘어가지 않도록 통제하고 관리하는 사람이지, 밴드의 연주를 관리 해주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한국의 경우는 그런 역할 구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죠. 그리고 어떻게 봐도 DMOT는 전담 엔지니어가 있다하더라도 지옥과 같은 엔지니어링을 하게 될 게 눈에 보이죠. 전담 엔지니어가 있다하더라도 DMOT 같이 복잡한 사운드를 가진 팀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공연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 그렇죠. 예, 맞습니다.

 

: 하지만 DMOT가 현실적으로 지금 가지고 있는 그 사운드로 공연을 자주하긴 쉽지 않죠. 또 그 갑옷들도 입어야 되고, 화장이나 조명도 신경 써야 하고. 근데 그 갑옷... 딴 얘긴데 갑옷은 각자 한 벌씩인가요? 왜 사진과 모든 공연에 같은 모습이라...

 

: 네, 한 명 앞에 한 벌씩. 그렇습니다.

 

: 슬프자고 한 얘긴 아닌데.... 멋있어요. 공연에 보면 라이팅도 따로 쓰고 직접 제작한 소품도 많이 준비하시는데, 그렇게 힘들게 공연을 만들고 있는 와중에 공연조차 자주 하지 못한다... 그러다보면 전담 엔지니어와 같이 공연을 한다 하더라도 밴드가 생각하는 완벽한 공연을 만들어내기가 쉽진 않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그렇죠. 그걸 하긴 쉽지 않은데. 요즘에는 보조수단이 있긴 해요. 그러니까 저희가 어떤 파트를 어떻게 연주하는지에 대해서는 녹음 돼있는 멀티트랙을 공유하면 이게 대략 유추가 되거든요. 그러니까 이 멀티트랙을 열어보면 트랙 이름에는 사람이름이 써있죠. 송재민, 손경호, 뭐 이런 식으로. 그 트랙을 같이 공유를 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엔지니어께서도 어느 정도 감을 많이 잡으셨을 겁니다.

 

: 그리고 기타 같은 경우는 저희가 장비를 다른 팀보다 많이 들고 다닙니다. 사실 기타리스트 같은 경우에는 워낙 경우의 수가 많긴 하지만, 하우스에 있는 앰프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엠프헤드나 캐비넷이 하우스마다 계속 바뀌니까 조금씩 소리가 바뀔 수 있는데 저희 같은 경우는 자체적으로 프리앰프를 따로 들고 다녀서 톤을 일정하게 유지 할 수 있어요. 어디를 가든 프리앰프를 챙겨다니니까 공연 준비 시간 단축에 도움이 되죠.

 

: 프리앰프에 의상하고 개별 조명, 소품들까지... 대형 트럭을 하나 장만 해야겠는데요.

 

: 그냥 다마스라도 한 대 있었으면 좋겠어요. (전원 웃음)

 

: 요새 라이브 할 때 캐비넷 출력을 안 쓰는 팀들이 많아지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기도 해요. 아까 경호가 말한 것처럼 저희가 세팅을 다 끝내놓은 프리앰프만 사용 하고 그걸 바로 P.A로 뽑고. 혹은 캐비넷을 쓴다 해도 모니터 정도로만 쓰고, 마이킹을 하지 않아서 바깥(P.A)으로 소리를 안 뽑는 형태로 공연 운영하는 팀들이 많이 늘고 있는 것 같아요.

 

: 저도 그런 얘기를 Meshuggah 인터뷰에선가 처음 봤던 거 같아요. 자신들이 갖고 있는 특유의 면도칼처럼 날카로우면서도 뚝뚝 부러지는 것 같은 저음의 단단한 사운드를 현장에서 캐비넷에 마이킹을 해서 쉽게 만들 수 없다는 거죠. 많은 경우 페스티벌 무대처럼 큰 사이즈에서 공연을 해야 하는데 마이킹을 해서 그 사운드를 제대로 뽑기 너무 어렵다는 걸 알았다는 거죠. 해서 라인으로 소리를 뽑는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초기에는 이런 식의 공연 사운드 운용을 가짜처럼 얘기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자 그럼 DMOT의 현재 공연에서 드럼의 경우는 어떤가요? 트리거에서 바로 라인을 뽑나요?

 

: 저희는 사실 트리거를 사용한 공연이 서너 개 밖에 없어요. 실제로 몸으로 다 연주를 하고, 트리거는 얼마 전에 사운드 보강을 위해서 킥 드럼에만 조금씩 사용해 본 정도에요.

 

: 특히 한국의 클럽이나 공연장 상당수가 공연을 할 때 킥 드럼에 트리거를 쓰는 이유가, 워낙 드럼 소리가 제대로 잡히지 않기 때문인 거죠. 트리거는 특히 트윈 페달 밟는 연주를 많이 사용하는 팀들이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것 같기도 해요. 블라스트 비트로 달리는 순간 공연장에서 드럼 소리가 다 뭉치고 먹혀버리기 일쑤니까.

 

: 네, 그렇죠.

 

: 실제로 일본에서는 트리거 안 쓰고 공연했어요. 이 앨범 나오고 나서 초연이 일본이었잖아요. 일본에서는 드럼에 마이킹 해서 연주했고, 한국에서부터 썼어요.

 

: 역시 그건 공연장의 환경 때문에...

 

: 아무래도 중요한 변수죠.

 

: 트리거 소리가, 물론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실제 북소리보다 인간미가 좀 떨어지긴 하잖아요.

 

: 네, 그래서 어떤 소스와 연결되느냐에 따르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어떻게 해도 귀를 팍팍 찌르는 혹은 쏘는 것 같은 소리라 이야기하기도 하고요.

 

: 근데 공연장 환경이 안 좋으면 킥 드럼 같은 경우에는 저도 트리거를 써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데 만약에 없이도 사운드가 나온다면 없이 하는 게 낫지 않나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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