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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취향Y》 선정 2019년의 앨범 아티스트 “다크미러오브트레지디” : #1. 『The Lord Ov Shadows』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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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편집자註]
《음악취향Y》는 2018년 결산 직후 올해의 신인 아티스트 애리와 올해의 음반 아티스트
다크미러오브트레지디와 인터뷰를 가졌다. 《제16회 한국대중음악상》 역시 그들의 작품을 높이 평가하며, "신인상"으로 애리를, "최우수메탈&하드코어음반상"으로 다크미러오브트레지디를 선정하였다. 《음악취향Y》는 일정을 최대한 앞당겨 인터뷰를 게재함으로써 아티스트들에 대한 독자 여러분들의 관심이 지속되길 기대한다.

다크미러오브트레지디는 그동한 한국에서 볼 수 없던 자켓 이미지를 구현한 셀프 타이틀 『Dark Mirror Ov Tragedy』(2005)로 등장했다. 오딘, 도깨비, 홀리마쉬, 문샤인 등 어둠을 추구하는 메탈 밴드들 중에서도 독보적인 악곡을 선보였으며, 인터뷰에서도 언급하듯 해외 레이블 발매 후 국내 역수입을 고수(?)하는 악조건 속에서 활동을 유지했다. 2018년 4번째 정규 앨범 『The Lord Ov Shadows』로 밴드의 지향점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악곡들을 선보이며 헤비니스계를 압도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음악취향Y》 선정 2018년 올해의 앨범에 이어, 《제16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메탈&하드코어 음반 부문을 쟁취하는 성과로 나타났다. 본 인터뷰는 《음악취향Y》 의 2018년 결산이 마무리된 직후 조일동 편집장의 주도로 진행했다. 바쁜 연말연시 스케줄에도 선선히 《음악취향Y》 필진들에게 시간을 내어준 다크미러오브트레지디의 멤버들에게 감사드리며, 이 자리를 빌어 《제16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메탈&하드코어음반상 수상에 축하를 보낸다.


○ 인터뷰이 : 다크 미러 오브 트레지디 (김경선, 손경호, 송재민, 전지니, 정중곤, 김승휘)
○ 인터뷰어 : 조일동 (음악취향Y 편집장)
○ 일시/장소 : 2019년 1월 2일, DMOT 합주실
○ 녹취 : 차유정 (음악취향Y)



Intro
 

조일동 (이하 '조') : 반갑습니다. 저는 《음악취향Y》의 편집장 조일동입니다. 반갑습니다. 《음악취향Y》가 선정한 2018 올해의 음반 1위를 차지한 다크 미러 오브 트레저디 (Dark Mirror Ov Tragedy, DMOT) 멤버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멤버전원 : 안녕하세요. (박수)

 

: 한분씩 소개를 부탁합니다.

 

김경선 (이하 '김') : 저는 밴드에서 노래하고 있는 김경선입니다.

 

손경호 (이하 '손') : 저는 기타를 치고 있는 손경호 라고 하고, 스테이지 네임은 세닛입니다.

 

송재민 (이하 '송') : 저는 베이스를 치고있는 송재민입니다.

 

전지니 (이하 '전') : 저는 건반을 맡고 있는 전지니입니다.

 

정중곤 (이하 '정') : 저는 기타를 맡고 있는 정중곤 이라고 합니다.

 

: 그리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한명은 드럼을 치는 김승휘입니다.

 

『The Lord Ov Shadows』의 프로덕션

 

: 『The Lord ov Shadows』 앨범이 올해 《음악취향Y》가 꼽은 최고의 앨범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이 앨범을 작업하시면서 혹시 이번 앨범은 대박이 될 거다, 뭐 이런 예상을 하셨나요?

 

: 아니요 전혀 못했죠.

 

: 그렇게 겸손모드로 말씀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웃음)

 

: 워낙 한국에서는 메탈이 안 팔리니까요. 솔직히 말씀을 드려서, 지금도 대박이 났다는 생각이 들진 않습니다.

 

: 그럼 '평단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을 것이다' 정도로 좀 바꿔서 물어볼까요?

 

: 아, 네. 뭐 그건 기대를 했습니다.

 

: 기대치는 어디까지?

 

(전원 폭소)

 

: 글쎄요 '그래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까' 정도? 저희가 정규앨범만 네 장 째인데, 그동안 평론가 분들이나 음악관계자 분들이 저희 음악에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았던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이전보다는 좀 더 관심을 갖고 들어주지 않을까 그런 생각은 했습니다.

 

: 다른 분들은 어떠셨어요? 녹음을 하면서 감 같은 게 있지 않나요? 이번엔 되겠다, 뭐 이런.

 

: 어떻게 들으실지 모르겠는데, 사실 저희는 이전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해외 레이블을 겨냥해서 음반 준비를 하고 사운드도 최대한 해외의 비슷한 성향의 밴드를 레퍼런스로 삼아 그 정도 수준에 육박하게 준비를 합니다. 사운드라는 측면에서는 저희 스스로도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나왔다고 봅니다. 그런데 저희가 해외의 레이블을 만나는 과정은 많이 힘들었어요. 밴드 스스로 이 정도의 퀄리티를 가진 음반을 만들면 우리도 이 정도 수준의 레이블에서 어느 정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결과적으로는 꽤 괜찮은 레이블을 만나서 해외 발매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만, 과정은 예상보다 순탄치 않았습니다.

 

: 그렇군요.

 

: 많은 분들이 저희의 사운드를 좋게 말씀해주시는 것 같아서 우선 기쁩니다. 이번 음반의 사운드적 완성도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의도했던 대로,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좋은 엔지니어를 만나서 작업한 행운도 있었고, 또 저희가 그동안 녹음에 대한 노하우도 많이 쌓여서 그 부분도 크게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진행 과정에서 노하우들이 좀 쌓여서 엔지니어에게도 쉽게 일을 요청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바로 이곳이거든요, 스튜디오 다크 미러. 이번 앨범 녹음한곳이요.

 

: 여기서 드럼도 녹음을?

 

: 네, 저희가 직접 다 마이크 세팅하고 녹음했습니다.

 

: 사운드에 대한 말씀을 하시니까 떠오르는 일화가 있습니다. 《음악취향Y》에 윤호준 이라는 필자가 있어요. 포크에서 EDM까지 폭넓게 음악을 좋아하는 필자지만, 헤비메탈 계열을 좋아하는 인물은 아닙니다. 그런데 얼마 전 맥주 한 잔을 하다가 DMOT를 언급해서 좀 놀랐습니다. 분명 DMOT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아님에도 녹음의 쾌적함이 너무 좋았다고 하더군요. 다크한 DMOT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을지 몰라도, 아침에 커피 갈아서 내려 마시며 한 번씩 들을 정도로 사운드가 균형감이나 선명도에서 너무 훌륭하다고 하더라구요. 그 얘기 듣고 이번 작품의 녹음이 정말 잘된 음반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조금 전에 말씀 하신 것처럼 한국 메탈 밴드들이 음반의 사운드가 부족하고 모자라는 상황을 얘기할 때 녹음 기술의 부족이나 스튜디오 문제 같은 얘기를 많이 하곤합니다. 그런데 DMOT는 이번 앨범의, 바로 그 선명하고 균형 잡힌 사운드 소스를 바로 이곳에서 밴드 내부적으로 다 진행을 했다는 겁니다.

 

: 네, 그렇습니다.

 

: 물론 믹싱과 마스터링은 이탈리아에서 했지만, 그 모든 것의 시작이자 핵심인 소스를 밴드 스스로 해냈다. 그것도 아주 훌륭하게. 그런 걸 생각을 해본다면 더 이상 한국에서 음반을 만들 때 녹음기술의 한계니 뭐 이런 핑계를 대기는 매우 어렵다고 봐야겠네요. 개인적으로 어비스의 『Recrowned』(2017)나 DMOT의 이번 앨범은 특히나 그런 지점에서 많은걸 시사해준다고 생각합니다. 그 얘긴 잠시 후에 해보기로 하구요, 믹싱과 마스터링은 이탈리아와 이메일로만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진행하신 거죠?

 

: 그렇죠. 전화를 할 순 없으니까.

 

: 믹싱 결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세요?

 

: 저는 120퍼센트 만족하고 있습니다.

 

: 해외에서 믹싱과 마스터링을 하는 팀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물론 이메일이라는 훌륭한 메신저가 있긴 하지만, 집접 대화를 나누면서 진행하지 않음으로 인해 생기는 한계도 있지 않을까요? 또 이번 믹싱과 마스터링 스튜디오를 찾을 때는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셨나요?

 

: 원래 3집의 믹싱과 마스터링을 이번에 작업한 16th Cellar Studio에서 하려 했었어요. 처음 컨택을 했던 때가 2010년인가 13년인가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 스튜디오가 1년 치씩 작업 예약이 잡혀 있어서 진행하지 못했었던 거죠. 그 때 작업을 함께 하진 못했습니다만, 그 이후로 우리는 한국의 이런 밴드고, 우리 음악도 한 번 들어봐다오, 이런 정도의 의사소통은 지속해오고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4집을 만들면 여기서 믹싱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죠. 워낙 잘하니까요.

 

: 이미 Stefano Morabito의 포트폴리오가 워낙 유명한 게 많아서 저희가 고민할 여지가 없었어요. 저희가 좋아하는 밴드들 상당수가 거기서 작업하곤 했으니까. 그래서 진짜 1도 고민 없이.

 

: 그리고 의사소통의 어려움도 없어요. 원래 그런 음악을 오랜 만진 사람이라서.

 

: 다 알아요, 가만있어도. 다 이해를 하죠. 처음에 뭔가 좀 우리가 원한 믹싱 스타일에 대해서 이해를 못 하는게 있었어요 그래서 경선이 형이 작업한 데모의 한 부분을 보여주니까 이 친구가 바로 알아듣고, “아 너희 믹싱 스타일이 이런 거고, 너희가 원하는 스타일은 이런 거구나”하면서 이런 식으로 바로 작업해서 보내줘요. 그래서 바로 OK가 된 적도 있었죠. 그런 식으로 그 사람이 손대는 기타 톤이나 드럼 톤도 저희가 이전부터 많이 들어봤던 앨범들의 소리이기 때문에, 사실 이 앨범의 어떤 톤처럼 해달라고 솔직히 얘기를 했거든요. 뭐 고민의 여지가 없는 거죠. 아마 앞으로도 좀 작업하기가 쉬워지지 않을까 싶어요. 저희도 저희 음악과 관련한 포트폴리오 정리가 잘 돼있고, 녹음방식들에 대해서도 갭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 많은 뮤지션들이 자기가 좋아했던 아티스트가 녹음했던 스튜디오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거기에 가면 아마 흡사한 소리가 나오겠죠.

 

: 꼭 그렇진 않을 거 같은데요? (웃음)

 

: 그건 그래요. (웃음)

 

: 그런데 엔지니어와 프로듀서는 차이가 있다는 얘기도 있잖아요. 믹싱의 방향성을 잡는 건 어쨌건 프로듀서의 마인드가 필요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DMOT가 쌓아왔던 레코딩에서 프로듀싱에 이르는 노하우가 분명 중요한 거 같아요. 해외의 믹싱과 마스터링까지 포함해서 프로듀서로서의 DMOT 혹은 경선씨의 경험과 노하우가 DMOT에 한정하기엔 좀 아깝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 저는 좀 생각이 다른데요. 하고 싶지 않아요. 오직 저희 팀하고만. 음악에 관련된 거는 DMOT에 관련된 작곡과 작업만 하고 싶어요.

 

: 알겠습니다. 다시 얘기로 돌아와서 믹싱과 마스터링은 이탈리아에서 진행했지만, 모든 소스는 이곳에서 만들어졌다고 하셨잖아요. 바로 그 녹음과정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 기술적인 측면 말씀이신가요?

 

: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그렇고 다른 부분까지요. 저는 사실 『The Lord Ov Shadows』 데모를 재작년 가을이었나, 그때 정도에 경선씨에게 메일로 받았던 것 같아요. 그때 들으면서 생각하기를 굉장히 화려하고 치밀하다는 생각과 함께, ‘이 데모는 혼자서 미디로 작업한 건데, 과연 이게 밴드 사운드로 구현 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 일단은 ...

 

(드럼을 맡고 있는 김승휘 도착)

 

김승휘 (이하 '휘'): 안녕하세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김승휘입니다.

 

: 반갑습니다. 경선씨 계속 말씀하시죠.

 

: 네, 그러니까 음악적인 부분하고 기술적인 부분 두 가지를 나눠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이 앨범은 제가 처음에 기타를 잡는 순간, 아니 기타를 어느 정도 칠 수 있게 된 순간부터 작업을 해왔던 음악입니다. 처음에 이 곡의 스케치를 시작한 것은 1999년입니다.

 

: 『The Lord ov Shadows』의 역사 얘기는 잠시 후에 자세히 하면 좋겠습니다.

 

: 예.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곡을 열심히 만들었구요, 레코딩도 여기서 직접 진행 했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 드럼 레코딩이었어요.

 

: 그렇죠.

 

: 요즘에는 기술이 많이 발달을 해서... 그리고 유튜브를 잘 찾아보면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 마이크 포지션이 있습니다. 실패하지 않는 마이크 셋에 대한 노하우 소개도 많이 있구요. 적당한 가격대의. 저희가 부자 밴드가 아니기 때문에 적당한 장비를 구입해서 드럼 레코딩에 앨범 작업 노동의 95%를 바쳤습니다. 사실 나머지 5% 같은 경우는 무조건 다 손맛이거든요. 연주만 잘하면 녹음은 잘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연주를 완벽하게 하는데 최선을 다 하고, 나머지 에너지는 모두 다 드럼에 쏟아 부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나머지 파트는 연주자가 연주만 잘하면 어떻게든 잘 나오게 되어있습니다.

 

: 연주를 잘해도 녹음이 개판인 밴드들은 뭔가요. (웃음)

 

: 그건 연주를 잘못 한거죠.

 

: 아~~ 그렇더라도 앰프에 마이킹은 해야되쟎아요.

 

: 그렇긴 하지만 아무리 엠프가 후지고 하더라도 적당한 위치에 마이크를 대고 연주만 잘하면 약간 소리가 ‘싸구려틱’하게 들어올 수는 있을지언정 못 들어줄 정도가 되진 않습니다. 연주를 제대로 잘하면.

 

: 알겠습니다. 이번 앨범 작업에 있어서 마이킹 관련 노하우는 지금까지 앞의 세장의 앨범, 그리고 중간에 Ethereal Sin과 같이했던 스플릿 앨범 같은 작업들을 스스로 해 온 과정에서 쌓여온 노하우라고 생각하면 될까요?

 

: 네, 그렇죠. 그리고 어느 순간에 깨닫게 됐어요. 사운드는 결과적으로 100% 연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정말 어느 순간 깨닫게 됐어요. 해외 유명 밴드들도 멀티트랙을 펼쳐놓고 보면 원본 소스의 품질이 그렇게 훌륭하지 않을 때도 많아요. 그럴 때 포장하는 일이 엔지니어의 역할이고, 좋은 엔지니어라면 충분히 해 줄수 있는 영역이죠. 하지만 뮤지션이 할수 있는 영역만큼은 100%가 나와 줘야 엔지니어도 역량을 발휘할 수 있고, 우리가 아는 그 사운드가 나온다는 거를 알게 됐습니다.

 

: 뮤지션이 잘해야 제대로 된 소리가 나온다. 당연하면서도 명백한 진리였네요. 그럼 연주는 그렇다치고, 이번 앨범에는 가상악기 뿐 아니라 효과음의 형태를 한 소리가 좀 많아요. 예를 들어 오르골 소리가 되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구요. 이번 앨범에서 오르골 소리랑 약간 변조된 여자 아이 목소리 같은? 이런 목소리를 뭐라 해야 할까요?

 

: 뭐, 이상한 목소리죠.

 

: 두 가지의 목소리가 겹쳐진 이 이상한 목소리가 앨범 전체 컨셉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걸 어떤 식으로 해석하면 좋을까요?

 

: Lord ov Shadow, '어둠의 신'의 강림 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 다른 매체와 인터뷰 한 걸 보니, 주인공의 자아가 분열되는 내용이잖아요? 앨범의 큰 흐름은 자아가 분열 되고, 분열된 자아들 사이에서 서로 다툼이 벌어진다. 어떤 한 자아가 다른 자아를 삼켰다가, 결국 약했던 다른 자아가 어둠의 자아를 이겨내는 얘기로 여겨집니다. 커버 아트도 그런 느낌을 살리기 위해 흔들리는 인물로 그려지고. 여러가지 악기 중에서 오르골에게 그런 역할을 맡긴 이유가 있을까요?

 

: 일단은 기술적인 부분에서 보면 그 소리가 가장 잘 어울려서 사용한 게 있고요. 오르골이라는 거 자체가 뭐랄까, 어떤 이미지가 있잖아요. 소리가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차유정 (이하 '차'): 신비한?

 

: 네. 오르골 소리가 가진 이미지가 자장가나 어린 시절의 순수한 기억이랄지 이런 부분과 오버랩 되는 부분이 많아요. 이건 누가 정한 게 아니지만 수많은 영상에서 그런 장치로 오르골을 많이 써먹었어요. 그런 걸 다시 한 번 떠올릴 수 있게 하는 장치로 오르골을 넣었습니다.

 

: 김빛나 씨의 소프라노는 어떠셨나요?

 

: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재밌었구요.

 

: 다른 트랙은 다 여기서 만들어 졌는데 소프라노 트랙은 다른 데서 녹음한 거더라구요.

 

: 네. 여성 소프라노 같은 경우에는 녹음이 정말 중요해요. 우리 음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고. 그래서 딴 데로 갔어요.

 

: 그것도 있고, 그 당시 저희가 너무 여기에서 작업하면서 지쳤었어요. 특히 경선 형이 마이킹이나 이런 것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 이 부분은 돈 쓰더라도 딴 데서 해결을 하자는 얘기도 있지 않았었나?

 

: 그랬던 것 같은데.

 

: 저희가 여기서 작업하면서 진짜 너무 시간이 빡빡했어요. 그리고... 맞다! 형이 마이크 셋팅을 새로 하고 이럴 시간이 없어가지고.

 

: 아! 정확하게 기억이 났네요. 그게 뭐였냐면 두 개를 같이 진행 했었어요 그러니까 소프라노도 소스를 받아야 되는데, 히든 트랙도 여기서 녹음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거죠. 그래서 여기에 해 놓은 마이크와 녹음 세팅을 풀 수가 없어서 딴 데서 녹음을 했어야만 했어요.

 

: 드럼 녹음하고 또 다음엔 보컬을 녹음 하면 모든 세팅을 다시 해야 했다는 거군요. 같은 공간에서 모든 녹음이 이뤄졌기 때문에.

 

: 네. 다 세팅을 다시 풀어야죠.

 

: 보컬을 녹음하는데 있어서는 그냥 노래를 잘하는 것 하고는 조금 다른, 마이킹에 의해 만들어진 소리들이 또 있거든요. 이번 앨범 보컬 소스를 녹음 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건 어떤걸까요? 울림?

 

: 그런 거 없습니다. 무조건 깨끗함. 깨끗하고 절대 위상이 틀어지지 않는 소리. 각도기로 재서 녹음한 듯한 그런 거!

 

『The Lord Ov Shadows』의 연주

 

: 자, 여기까지는 앨범에서 노래만 할 뿐, 연주를 안 하는 경선씨의 얘기였구요. 연주를 파트를 맡은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어떠셨나요? 아까 연주자는 연주만 잘 하면 된다는 얘기를 하셨는데.

 

: 저 같은 경우, 이번 앨범에서 어쿠스틱 기타 연주를 했을 때 되게 민감해졌거든요. 정말 모든 민감한 소리에 다 집중을 하게 되고, 터치 하나하나의 밸런스에 대해 정말 민감해지곤 했었습니다. 사실 연주에 있어 완벽해지고 싶고, 그건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일거에요. 정말 섬세하고 또렷하게 모든 소리가 잘 들리는, 그러면서도 이쁜 사운드를 만들고 싶죠. 그런데 연주를 하다보면 아무래도 밸런스가 깨지는 경우도 있고, 호흡이 틀어지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어느 부분에서는 그대로 남겨두는 부분도 있고요. 있는 그대로 연주한 부분을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는 모를 수도 있죠. 많이 들어본 사람들은 이런 부분에서 호흡이 틀어진다거나 아니면 항상 흘러가는 호흡에서 빠르다 이런 걸 예민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걸 있는 그대로 남겨두고 후반작업에서 처리를 하든 자연스럽게 남겨둘 수 있도록 한 지점이 분명 있었어요. 정말 정교하고 완벽하게, 당연히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긴 합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손맛이라고 하죠, 이게 인간이기 때문에 캄퓨터처럼 칠 수가 없거든요. 그 손맛을 어떤 지점에서는 최대한 살리려고 한 것 같아요. 다른 앨범에 비해서 이번 앨범 작업에서는 오히려 더 그렇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희가 가진 실력, 그대로만 한 거죠. 나중에 후반작업을 통해서 이걸 말끔하게 만진 게 아니라 정말 손맛을 그대로 최대한 낼 수 있는 데까지 내는 작업을 했습니다.

 

: 지금 말씀하셔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는데, 2집하고 3집을 들으면 굉장히 날카로운 소리, 정확한 소리를 내려고 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앨범은 이전 작업과 비교해서 좀 달랐어요. 이를테면 형님들, 뭐 메탈리카를 포함하는 이런 밴드들이 보여주는 웅장한 느낌 내지는 우리가 이렇게 뾰족하고 정밀한 연주를 이만큼 잘 할 수 있다는 것에 강박적인 느낌이 강했던 이전 작품들과 달리 『The Lord ov Shadows』는 DMOT도 이렇게 울림이 풍성한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어요. 그 인상이 지금 손경호씨가 말씀하신 녹음에서 손맛을 살리려고 했다는 것과 연결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리프는 좌우 몇 번씩 녹음하셨나요?

 

: 한번입니다. 양쪽 한 번씩 정확하게! 완벽한 트랙 한 트랙만 사용합니다.

 

: 리프도 보통 몇 번씩 쌓기도 하잖아요.

 

: 위상이라는 문제가 있는데요. 여러 트랙을 쌓는 방식이 사운드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거든요. 때문에 풍성함을 얻기 위해서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요소를 가져가기 보다는 정확한 한 트랙으로 승부를 보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 왼쪽 오른쪽 한 번씩.

 

: 네.

 

: 그 이후에는 후반작업을 통해서 ..

 

: 네, 그렇죠.

 

: 그렇군요. 베이스 녹음은 어떠셨나요? 이전까지의 앨범들에는 어떤 트랙이건 한 번씩은 또 변박의 순간에 베이스가 굉장히 치고나오는 장면이 있어요. 그런데 이번 앨범에는 전반적으로 리프에 묻어가는 베이스 연주가 많았던 거 같아요.

 

: 아무래도 베이스가 전면적으로 나오는 소리가 아니다 보니까 화려한 연주보다 받은 악보에서 거의 손을 안대고, 딱 기본에만 치중을 하려고 했죠. 제일 중요한 거는 그냥 박자를 정확하게 지키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제 연주를 멋지게 하기 위해서 박자가 틀어지면 안되니까. 다른 악기도 다 마찬가지지만 베이스는 특히나 조용하게 있는 파트다 보니까 아무래도 화려한 거 없이, 튀는거 없이, 베이직만 딱 지키는 그 점에 제일 치중했던 거 같습니다.

 

: 베이스의 소리를 잡는데 특별히 뭘 더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다거나?

 

: 그거는 이제 앨범 전체를 만드는 사람이 다 아는 거고.(웃음) 상의를 하긴 하지만 나는 이렇다 너는 이렇다 얘기 후 딱 중간 지점으로 의견을 모으고, 사운드 테스트를 해 보면서 ‘아! 이 소리다’를 찾으면 그냥 계속 가는 거죠.

 

: 그렇다면 가능한 한 앰프에서 나오는 기본적인 톤을 살리는 쪽으로 녹음 방향을 잡았던 거라고 보면 될까요?

 

: 그렇다고 봐야죠.

 

: 요즘은 베이스도 기타처럼 톤을 만들기 위해 뭔가 많이 걸곤 하는데, 『The Lord ov Shadows』에는 최신 익스트림 메탈과 비교해서 굉장히 내추럴한 톤이 나오더라구요.

 

: 그게 이유가 있어요. 많이 걸리면 걸릴수록 소리가 깎입니다, 무조건. 드라이브도 마찬가지구요. 저희 이번 앨범에는 악기들이 되게 많이 나와요. 레코딩한 소스를 열어놓고 멀티트랙을 한 번에 업로드를 해보면 140트랙 정도가 되거든요. 140트랙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 톤에 가장 가까워야 되요. 그래야 결국 악기 소리가 살아남을 수 있어요. 가장 내추럴한 사운드로 추려내고 있습니다.

 

: 그 140트랙에서 가상악기를 제외하고 순수한 밴드의 연주는 어느 정도를 차지하고 있을까요?

 

: 약 한 40트랙 정도 될 거예요. 40에서 50트랙정도 왔다갔다 할 겁니다.

 

: 그 40트랙에서는 드럼이 가장 많고?

 

: 그렇죠. 드럼이 제일 많죠.

 

: 피아노도...? 피아노가 드라마틱한 장면 연출을 이끌기도 하고,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 않았을까 하는데요? 그냥 순전히 제 느낌적인 느낌으로 (웃음)

 

: 그렇게 들리세요? 전 그렇게 안들리는데. (웃음)

 

: 비중도 많고, 가장 감정 기복이 심한파트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작업하시면서 염두에 두셨던 감정선이랄까 곡에 대한 스케치는 어떻게 하셨어요?

 

: 사실 저에게는 DMOT에서 처음 작업한 앨범이에요. 처음 녹음에 참여했는데, 그냥 악보 던져주고는 컨셉도 말 안해주더라구요. 자기들이 옛날부터 해왔던 곡이라고 그러면서. 그런데 같이 합주하고 연습하면서 제가 느끼고 잡은 방향은 순수함을 찾고 표현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원래도 요령있게 치려고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좀 쓸데없이 멋을 내려고 하는 스타일이긴 했거든요. 그런데 여기서는 모든 걸 내려놓고 최대한 담백하게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 합주를 하면서 다듬었다는 말씀을 하셔서 여쭤봅니다. 다듬었다고 해야 하나요, 혹은 합주를 하면서 맞아질 때까지, 암튼 원래 경선씨가 처음 구현했던 악보에 담긴 음악을 소리로 구현하는 것이 합주의 모양이 됐을까요? 아니면 합주를 하면서 곡의 큰 방향은 잡혀 있지만 디테일들은 새롭게 바뀌거나 그런 방향이 되었을까요?

 

: 사실 데모를 들어보셨으니 아시겠지만, 크게 바뀌진 않았을 거에요.

 

: 그렇긴 하죠. 그럼에도 베이스 라인 이나 이런 부분에서는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이런 변화도 작곡을 한사람이 주도해서 편곡의 세세한 부분까지 손을 댔던 것인지, 아니면 밴드가 합주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이런 라인은 이렇게 가는 게 더 좋겠다, 피아노 연주는 이렇게 가는 게 좋겠다, 하는 식으로 연주자의 아이디어가 결과물에 반영된 것인지 조금 궁금해요. 워낙 이 DMOT는 독재가 워낙 심하다는 소문 아닌 소문을 들어서.

 

(전원 폭소)

 

: 어디서 그런 얘기를 들으셨어요?

 

: 비밀입니다. (웃음)

 

: 기존 앨범들 같은 경우에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서로 맞춰가는 과정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 앨범은 저 조차도 정신적인 여유가 너무 없었어요. 작업량이 너무 많아가지고. 이번에는 가급적이면 악보에서 벗어나는 경우는 양념적인 것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이 그렇게 갔습니다.

 

: 그리고 이번 앨범 같은 경우는 예전 작업과 다르게 저희가 중간에 한번 전체 스케치를 멤버 모두가 같이 직접 했어요. 그러니까 멤버들이 직접 데모를 한 번 더 만들었거든요. 한번 녹음을 하면서 체크를 하고 그걸 가지고 다시 합주를 진행하면서 체크를 하게 된 거죠. 사실 중간에 한번 체크할 기회가 있어서, 그전처럼 합주하고 바로 스튜디오로 들어가서 녹음하는 케이스와 좀 달랐던 거죠. 저희가 의도적으로 점검을 한 번 하면서, 거기에 『The Lord ov Shadows』의 파트1과 2 같은 경우에는 이미 저희가 한번 연주를 했던 곡이기 때문에, 물론 곡의 구조가 많이 바뀌긴 했지만, 말씀하신 디테일과 진행 이런 모든 부분에 대한 이해가 아무래도 훨씬 수월했었죠. 기본적인 연주의 방향을 저희가 다 알고 있는 상태에서 구조만 좀 바뀐 거라, 파트3를 제외하고는 합주를 통해서 크게 새롭게 바꾸거나 하는 건 없었던 것 같아요

 

: 파트1과 2는 이미 1집과 2집에 수록했던 버전을 바탕으로 조금 바뀐 형태라고 하더라도 경선씨는 이번 앨범을 위해서 전체 데모를 다시 만들었던 거죠?

 

: 네, 그렇죠.

 

: 그리고 그것을 멤버들이 다시 공유를 했고, 그 이후 멤버들의 연주로 그 데모를 한 번 더 만들어보고, 다시 그것을 바탕으로 최종녹음 소스를 만들고 한 거죠? 경선씨의 데모와 연주로 다시 작업한 데모 사이에는 변화가 좀 있었나요?

 

: 그렇죠. 어느 정도는... 있었어요. 그렇더라도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구요. 그래도 한 15~20%정도 변화는 있지 않았을까?

 

: 이번 앨범에는 중곤씨의 기타 연주가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했는 지 알 수 없어요. 제가 누구의 손버릇이 어떤지 다 알고 있어서 듣기만 해도 어느 연주를 누가 했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예전 앨범에는 솔로를 누가 쳤다 이런 걸 알 수 있게 표기를 했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표기가 없어서 앨범에서 손경호, 정중곤 두 분의 비중을 여쭤 봐도 될까요?

 

: 저희는 민주적인(!) 밴드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50:50으로 나눠서 악보를 나눠줍니다.

 

: 물론 약간 그런 건 있어요. 뭐냐면 트윈 기타라는 개념 안에서 경호랑 얘기를 많이 하는데, 오히려 요즘엔 예전하고 다르게 작업하다가 이게 멋있는데 어려운 것 같다면 서로 너무 멋있는데 니가 하면 안 되냐? (전원웃음) 이렇게 얘기할 정도로 기타 파트에 대한 불필요한 욕심은 거의 부리지 않아요. 오히려 누가 이 연주를 더 잘 표현할 수 있느냐 그런 게 중요해진 거죠. 이 부분에서는 클래식 기타라든지 클린 사운드에서 경호가 낼 수 있는 감성이 있으니까, 그런 거에는 경호의 비중을 많이 주죠. 또 경호가 해야할 부분은 맡아서 거의 대부분 처리를 해주고, 또 날카롭고 강한, 뭔가 제 스타일의 연주가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에 제가 좀 더 신경을 쓰는 식으로, 서로 피드백을 주면서 거의 50:50으로 도움을 나누며 연주를 하고 있습니다.

 

: 50:50이긴 한데, 악보를 놓고 50:50으로 나누는... (웃음)

 

: 네... (웃음)

 

: 네, 일단 분량을 나눠주고.

 

: 악보를 50:50으로 나눈다는 개념이 어떤 건가요? 서로 연주를 하시는 파트가 다르고 서로 잘 소화하실 수 있는 파트가 다를텐데 분량을 나눈다는 게 조금 추상적으로 느껴지거든요.

 

: 제 생각입니다만, 경선이 형이 곡을 쓸 때 이미 이 부분은 누가 연주를 하고, 이 부분을 누가 연주를 하면 좋겠다고 다 염두를 하고 작업을 해요. 밴드를 오래하다 보면 이 멤버가 여기서 이런 연주를 한다는 게 자연스럽게 머릿속에서 그려지거든요. 작업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눠지는 것 같아요.

 

: 프레이즈의 특징을 파악해야 곡이 나오기 때문에, 50:50이 추상적이라고 얘기를 하셨던 거는 이렇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프레이즈가 쭉 나올 거 아니에요. 프레이즈가 쭉 나오는데 둘의 역할이 똑같을 때가 있으면 둘이 똑같이 치면 되는데, 요기서는 이 프레이즈가 중요하고 다른 프레이즈보다 이 프레이즈 보다 더 중요 그럴 경우에는 한 번 더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며 나누게 되죠.

 

: 악보에 따라 분업을 조금씩 조금씩 한다고 이해하면 되겠군요.

 

: 네, 그렇기도 하고. 중곤이가 아까 얘기한 것처럼 서로 잘하는 분야가 완전히 달라요. 그래서 잘하는 것 위주로 연주를 하게 함께 얘기를 하죠.

 

: 기타 솔로 역시 리프와 마찬가지로 가장 완벽한 트랙 하나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 그렇죠 100번을 치든 1000번을 치든, 거기서 완벽한 거 한 번을 딱 이렇게 가져가는 거죠.

 

: 리프나 다른 악기들도 마찬가진데, 요즘은 잘라서도 가곤 하잖아요. 보통은 리프나 프레이즈를 쭉 한 번 녹음하고 나서 이걸 통으로 쓰시는 편인가요, 아니면 여러 프레이즈 중 좋은 부분만을 잘라서 붙이기를 하시는 편인가요?

 

: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이게 어떤 그루브 단위 자체가 큰, 예를 들어 어떤 큰 절 단위로 간다 이런 경우라면 통으로 쓰는 게 더 좋을 때가 많죠.

 

: DMOT는 절 단위로 가는 전개가 많아서 여쭤본 겁니다.

 

: 네, 이게 마디 단위로 간다 이런 경우에는 편집하는 게 더 나은 경우도 있죠.

 

: 마디 단위로 편집 하는 경우에는 솔로에서도 편집을 하게 되는 건가요?

 

: 아니요. 그거 보다 브릿지 같은 게 있어요. 저희 음악의 특징이 예를 들어 BPM 180으로 32마디씩 가다가 4/4박자에서, 갑자기 한마디만 130에 3/4박자로 갔다가 다시 180으로 바뀌는 구성이 있다고 해볼께요. 이럴 경우에 그루브를 잡기가 연주하는 저희에게도 굉장히 힘들 때가 있어요. 이럴 때는 청자들에게 흐트러진 연주를 들려드리는 것보다 편집을 하는 게 낫겠다... 물론 저희가 최선을 다해 연주를 하지만 그게 아주 칼로 잰 것처럼 연주하기 힘들 때가 왕왕 있습니다. 그럴 때는 어쩔 수 없이 편집을 하게 됩니다.

 

: 그런 지점, 그러니까 갑자기 지금 말씀하신 거 같은 변박이 등장할 때 가장 어려운건 드럼 아닌가요?

 

: 네, 그렇죠. 그런데 저는 워낙 오랫동안 DMOT에 적응을 해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연주하게 되었네요.

 

: 이번 앨범이 전작들보다, 특히 2집 3집과 비교하면 엄청 복잡하게 꼬인 변박의 비중은 좀 줄지 않았나요?

 

: 네 확실히 3집에서가 되게 많이 나오고...

 

: 초록색 커버 아트부터 뭔가 좀 사람을 산만하게 만들더라는 (멤버 웃음) 다들 그렇죠? 이번 작업에서 드럼 연주에 있어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 『The Lord ov Shadows』에서는 그냥 밴드에 같이 녹아드는 연주를 하고 싶었구요. 저는 개인적인 연주력을 다 쏟아 부은 게 3집이었던 것 같아요. 거기서는 좀 뭐가 많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좀 더 정제된 연주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컸습니다.

 

: 그렇죠. 드럼뿐만 아니라 이번 앨범이 전반적으로 어떤 하나의 악기가 팍 치고 나온다거나 하는 느낌은 별로 없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사운드가 압도적으로 들립니다.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날카로움을 표현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한 것이 아님에도 굉장히 압도적으로 들리는 사운드를 강조했어요. 그런 연출을 가능했던 중요한 부분이 아까 잠깐 말씀드렸던 오케스트레이션 아니었을까 싶어요. 이전보다 하드웨어적인 기술이 훨씬 더 발달했기 때문일지, 아니면 오케스트레이션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사람의 기술의 발전한 덕분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확실히 이전과 비교해서 훨씬 더 풍성하고 실제 연주가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그에 못지않은 혹은 그 이상일 수 있는 특별한 박진감을 선사해줍니다. 90개 가까운 트랙을 차지하고 있는 가상악기를 설계하는 것부터 녹음까지 어떻게 진행 하셨을까 궁금합니다.

 

: 이게, 이제 열심히 하는 거죠. 오케스트레이션을 요즘에는 클래식 오케스트라와 작업하지 않아요. 에픽 오케스트라라는 개념으로 접근을 하거든요. 이게 가짜에요, 가상악기로 만드는 거에요. 사람을 불러 연주 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운드로 절대로 안 나오거든요. 오직 가상악기에서만 나오는 거에요. 말씀하셨듯이 50:50 이에요. 운용하는 저도 공부를 많이 했어요. 그리고 실제로 기술이 좋아져서 이 만큼의 사운드가 나온 것도 한 50% 정도 됩니다. 또 이쪽, 에픽 오케스트라와 관련한 운용 방법론도 과거에 비교할 수 없을만큼 굉장히 정립이 많이 돼 있는 상태에요.

 

: 그렇다 하더라도 정립된 에픽 오케스트라 운용에 대한 내용들은 누가 어디에 싹 정리를 해놓은 건 아니잖아요?

 

: 그런 건 아닌데 어떤 공식처럼 사용하는 스킬들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음악적인 부분보다 기술적인 부분에 더 가까운 것들인데요, 그런 부분들이 에픽 오케스트라를 음악인들이 운용한 세월이 좀 지나다 보니까 어느 정도 정립이 된 거죠. 거장, 예를 들어 잘 알고계시겠지만 Hans Zimmer 같은 경우는 늘 이런 식으로 작업을 한다던가 하는 알려진 법칙 같은 게 있어요.

 

: 제가 들으면서 많이 생각했던 건 예전에는 현악을 굉장히 중시했어요. 특히 가상 악기 작업에서 오케스트레이션을 구현한다고 했을 때, 현악을 먼저 가장 중시하고 그 다음에 관악, 그 중에서도 목관, 특히 플룻 같은 악기를 확 앞세웠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관악도 되게 많이 사용했고, 가상악기 중에서도 오보에라던가 뭔가 훨씬 화려해졌어요. 앞서 Hans Zimmer 말씀하셔서, 영화 음악계에서도 Hans Zimmer와 그의 프로덕션에서 꼭 쓰는 몇 가지 관악 패턴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번 DMOT 음악에서 그런 느낌을 참 많이 받았어요. 가상악기지만 관악, 특히 목관악기가 만들어내는 특유의 파워풀함, 이게 금관악기처럼 빵빵 터지진 않는데 쭉 몰아가는 목관악기 특유의 사운드를 정말 잘 살려서 많이 반영했다는 거죠. 그런 부분이 이전까지의 DMOT의 오케스트레이션과 가장 결정적인 차이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 네, 잘 보셨습니다.

 

: 아니, 조금만 더 길게 답해주시면 안될까요? (전원 웃음)

 

: (웃음) 네, 맞습니다. 오보에로 한정 지어서 말씀드리면 오보에가 현대 에픽 오케스트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다지 크진 않아요. 고전적인 오케스트라의 경우 취주악 등에서는 오보에가 바이올린 역할을 대체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근데 보편적으로 현대 에픽 오케스트라에서는 목관악기를 그런 뉘앙스로 사용하기보다 어떤 런(run), 그러니까 확 치고 빠지는 요런 식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런 기술적인 변화, 대세의 스타일을 많이 보고 배웠습니다. 파트2 의 중간 부분을 제외한 목관악기들은 대부분 그런 역할에 충실하고 있고요.

 

: 『The Lord ov Shadows』는 에픽 오케스트레이션의 대세가 잘 반영된 작품이라 보면 되는 건가요?

 

: 일단 오케스트라에 관련해서는 확실히 대세적인 스타일을 많이 반영한 것 같구요. 대신 밴드의 연주라던가 곡 진행 스타일을 보면 대세와는 거리가 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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