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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음악취향Y의 선택》 필진별 결산 #2 : 2016년의 인상적인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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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길게 느껴진 2016년은 마음의 여유라는 뻔한 시간의 방관마저 허락하지 않았다. 하루 하루를 치이듯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드문드문 들었던 음악들이 그나마 묘한 마음의 끈이 되어 주었다는 게 신기할 뿐이다. 입춘도 지나버린 새해의 초입에서 결산이 웬일인가 싶지만 그래도 작은 흔적이나마 남겨보려고한다.


포크 음악인의 컴백, 오래된 신인의 데뷔는 유난히 사람을 놀라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장르의 희귀성이 문제가 아니라 모두 한 곳을 바라보는게 아닐까 할 정도로, 공통 분모가 있으면서도 묘하게 다른 색깔과 출구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많은 음반이 나온게 아니지만 그중 인상깊었던 석 장의 앨범을 추려본다.




이민휘 『벌린 입』
미러볼뮤직 | 2016년 11월 발매


무키무키만만수라는 과거의 명성을 떠올린다면 이질적인 앨범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처음 시작하는 싱어송라이터 이민휘라고 생각해보자. 고요함과 나직한 어투 속에 숨겨진 감정의 연결고리가 풋풋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린 시절 글쓰기 입문을 위해 종종 숙제로 해갔던 짧은 글짓기의 일상적인 제시어에 정성들여 길게 쓴 답안을 천천히 훓고 지나가는 것 같다. 일상의 비루함과 더불어 가장 크게 다가오는 자신의 나태함과 아픔에 대해 칼을 들고 천천히 내밀하게 깎아나가는 작업을 계속한다. 전형적인 포크의 소리보다 장르를 빌어 편하게 자신의 이미지를 풀어놓는 전략을 택하고 있는데, 약간은 불편함과 아픔을 일으키는 정서가 어느 순간 편안함으로 다가온다는 것이 놀라운 지점이다.




조동진 『나무가 되어』
푸른곰팡이 | 2016년 11월 발매


그의 이름은 호명되는 순간 어떤 설명이 필요 없거나 아니면 뻔한 수식어가 붙을만한 '특별한' 존재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는 움직임 없이 세상과 만날 수 있는 힘을 지닌 사람임과 동시에 자신이 동경하는 감정의 상태와 지금의 이야기를 무덤덤하게 설득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람이다. 이번 앨범에서도 무채색처럼 다가오는 삶의 움직임들을 경이적으로 표현해주고 있다. 노장으로만 자리할 음악인이 아닌, 지금의 고민이 미지의 어떤 곳에 도착할지가 궁금한 아직은 고민이 많은 그런 사람임이 느껴진다.




김상철 『내 옆에 핀 꽃』
칠리뮤직코리아 | 2016년 8월 발매


스타일의 뿌리가 궁금해지는 음악이 있다. 이장희가 소리없이 발표했던 『진정 사랑해』(1982) 라는 앨범에서 드러난 지극히 미국적인 스타일의 컨트리 포크가 그랬다. 그리고 이장희의 동생 이승희가 발표했던 『전화』(1980)에 수록되었던 The Band를 연상시키는 아메리칸 루츠록이 그랬다. 그 이미지의 언저리에 이번 김상철의 데뷔반도 자리하고 있지 않을까. 섬세하지만 남성적인, 그리고 뇌리에 체화되어 있는 듯 각인된 상처들이 선인장처럼 곡들을 휘젓고 다닌다. 과거의 모습을 회상하면서 아픔을 헤쳐 나가는 것 또한 '내 의지로 될수 없었다'는 고백을 기저에 두고, 제멋대로 움직이는 세상에서 몇 발자국 떨어져 걷는 아웃사이더의 모습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포크를 하는 사람들이 아웃사이더일 필요는 없지만, 음악의 색감이 아웃사이더의 태도를 요구하는 부분이 있는게 아닌가 하는 부분은 생각 거리로 남겨둔다.



석장의 앨범을 추리면서도 오로지 한가지 생각만 들었다. 2017년에는 사방을 삼켜버릴 고요함 속에서도 조용히 미소지을 무언가를 찾을수 있기를. 그리고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도 일희일비 하지 않기를. 너무 유토피아적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시간은 흐르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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