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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앞의 별이 떠나갈 때 #07] David Bowie : 고백 - 이제는 듣지 못할 목소리를 슬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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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으레 Leos Carax의 영화를 떠올린다. 내가 David Bowie의 음악을 처음으로 들었던 게 그 영화였으니까. 모던 러브에 팔짝 팔짝 뛰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이 곡에 대한 흥미를 가졌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그와 나는 아직 멀었던 것이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주인공이 펄쩍 펄쩍 뛰어오르는 이미지와 Bowie의 음악은 꽤 닮았다는 생각도 드는 게 사실이다. 내게 Bowie의 음악은 항상 펄떡이는 육체 그 자체였다.

 


둘 중 하나

 

3,4년 정도 지나고 나서 나는 이상한 앨범을 집어 들게 되었다. (Edward Gibbon이 쓴 《로마제국 흥망사》의 패러디 같던 제목도 집어들게 만드는 동기로 작용했다.) 우중충한 하늘에 네온사인 입간판 하나가 애처럽게 걸려있는 거리. 거기에서 왠 남자가 다리를 한껏 올리고 있었다. 이상한 점은 앨범의 내용물이었다. 아직 국내 음악만 듣고도 감탄을 일삼던 치기어린 시기였다. 생경함은 이내 앨범에서 손을 놓게 만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이상하게 마음에 울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 당시 나는 가요의 정박에 익숙한 나머지, 자유로운 리듬을 구사하는 그의 음악이 생경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것이 불편하진 않았다. 돌아서면 생각나고, 또 생각났다. 그러나 자연스레 잊어버리고 말았다.

 

다시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국내 앨범이나 끼적거리며 알던 스무 살은 크라우트 록이나, 글램 록, Beatles나 Sex Pistols 같은 앨범들을 연이어 들었다. Queen에서 피처링을 맡아준 그의 존재도 어느 정도 느끼고 있을 찰나에, Arcade Fire를 접했다. 언어가 다름에도 마음을 울릴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준 그룹이라는 점에서, Arcade Fire는 내게 소중한 그룹이다. 그리고 그 곁에, Bowie가 있었다. 내가 그 그룹의 라이브를 본 것도 Bowie와의 작업이었으니까. 그의 목소리가 결국 내 귀에 들어와 지울 수 없는 감동을 남겼다. 내가 그의 작업들을 연대기적으로 훑은 것도 이 무렵이었다. 학교 도서관에 있는 그의 앨범들을 찾아들으며 나는 점점 그의 음악에 매료되었다.

 


Arcade Fire와의 즐거운 한 때

 

어느 누군가가 이성복의 시집을 평가하던 말이 생각난다. 그는 시로 기억에 남을 사람이라고. 내게 Bowie는 음악으로 기억에 남을 사람이었다. 그런 확신이 들었기에, 나는 Bowie의 ‘이상한 패션’을 진정한 의미에서의 ‘페르소나’로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을 믿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었고, 자신의 열정에 성실했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변화였다. 그의 열정이 그의 생이 그의 페르소나에 온전히 깃들어있었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외연을 넓혀나갔다. 그것 하나를 위해 그는 온 자신을 걸었던 것이다.

 

『The Next day』(2013)는 내가 유일하게 샀던 그의 앨범이다. 그마저도 시디를 잃어버렸다. 할 말이야 많지만,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인해 잃어버렸다고만 이야기해두자. 아무에게도 이 사실만큼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하필이면 그 시디라니. 나는 지금도 버릇처럼 리핑해 놓은 파일을 아무도 없는 집에 온종일 틀어놓는다. 어머니도 이 사실은 모른다. 부끄러워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들으면서 고정관념이 산산조각 나던 내가 참혹했고 그러한 참혹함을 그리 손쉽게 잃어버린 내가 안타까웠기 때문이었다. 정말 그랬다. 그가 아니었으면, 나는 지금쯤 음악에 대해 줏대 없이 감탄만 하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다 무의식 속에 쌓인 불만을 한꺼번에 터트리며, 음악이란 음악은 모조리 걷어찼을 것이다.

 

그 뒤로 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느꼈던 감정을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그 것이 Bowie와 그의 음악이 내게 준 선물이었다. (물론 아직까지도 취향이 저급인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그저 실없는 취향을 가진 것은 아닌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마다, 의심할 때마다 Bowie의 음악은 내게 믿음을 주었다. 뻔한 말이다. 그러나 이렇게 표현할 수 밖에 없었다.

 


믿습니까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그의 부고를 접했다.

 

나는 지금도 그의 앨범을 사지 않았다. 이제 와서 괜히, 가식적으로 그를 추모한답시고, 그의 시디를 사겠다는 다짐 따위는 여기서 하지 않겠다. 그것은 그저 허세일 뿐이다. 좀 더 그를 일찍 알지 못한 미안함을 갚을 길이, 이제는 막힌 듯한 기분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나는 어디에선가 그의 음악을 열심히 찾아 들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그게 그나, 그의 음악을 욕되지 않게 하는 길이리라. 지금은 그저 그의 죽음을, 한 인간의 죽음, 이제는 못들을 목소리를 슬퍼할 따름이다.

 

나는 그의 시대를 살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이미 그의 시대를 지나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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