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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음악취향Y의 선택》 필진별 결산 #5 : 국내 Top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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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편집자註. 순위는 역순입니다.)



서울마더스 (Seoul Mothers) 『Don’t Forget What Your Mother Said』
타운홀레코드 | 2014년 10월 발매


올해는 헤비니스에서 아주 좋은 흐름이 있었다. 언체인드, 매닉시브 등 로컬 밴드들도 두각을 드러냈고 하드코어, 메탈 등 여러 진영에서 주옥같은 음반들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특히 서울마더스의 경우 한국 하드코어 1세대라는 타이틀에 걸 맞는 (판테라가 연상된다는 김성환님의 평을 빌려) 면도날 같은 연주, 그리고 여러 장르를 혼합하지만 결국 본질적인 묵직함에서, 올해의 이만큼 존재감을 드러내는 헤비니스가 어딨을까 싶을 정도로 깊은 인상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느낀 부분은 유머러스한 팀명 및 곡명과 상반되는 그로테스크한 그로울링들이다.

크러쉬 (Crush) 『Crush On You』
아메바컬쳐 | 2014년 6월 발매


힙합 앨범에서 간간히 피쳐링으로 보이던 크러쉬의 데뷔앨범은 그 전년도에 있었던 자이언티의 데뷔앨범과 비견할 만 했다. 그러나 더 견고했고, 더 자연스러웠고, 더 'Pop'했다. 이미 23세의 나이에 ‘재야의 고수’라는 평을 밥 먹듯이 했지만 그 실체를 확인하는 순간 더욱 장난이 아님을 깨달았다. 「Hey Baby」에서는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레트로가 무엇인지, 쿠마파크와 같이 작업한 「밥맛이야」에서는 프로듀싱의 농익음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그런 경험 있지 않은가.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결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몇날 며칠을 뜬눈으로 지 샌 경험. 크러쉬의 앨범이 딱 그랬다. 앨범이 아직 단 1장 나왔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

제리케이 (Jerry.K) 『현실, 적』
데이즈얼라이브 | 2014년 9월 발매


사실 제리케이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는 못하는 편이다. 그리고 내가 평소에 사회참여형 음악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 적』에 담긴 언어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누군가’에 대한 비판의 차원보다 훨씬 높았다. 우리는 스스로 많은 비판을 달고 살지만, 정작 무엇이 잘못됐는지 세부적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제리케이는 『현실, 적』을 통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분노에 성냥으로 하나하나씩 불을 붙인다. 누군가는 RATM처럼 기름을 확 붓길 바라겠지만, 제리케이가 힙합으로 행한 이런 방식. 아직 계몽이 덜 된 한국에서의 적을 상대하는 방법으론 제격이지 않은가.

할로우잰 (Hallow Jan) 『Day Off』
도프엔터테인먼트 | 2014년 3월 발매


아마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올해 『Day Off』 앨범이 가장 관심 받았던 순간은 그렇게 유쾌하지 않았다. 어느 포탈사이트 뮤직 페이지에서 한 네티즌 선정위원이 이 앨범에 대해 ‘그로테스크’라는 결론을 내린 덕분에 굉장히 시끄러웠다. SNS상에서 음악에 대한 무지 논란이 벌어졌고 8년만에 나온 앨범은 그렇게 정확한 평가에서 멀어졌다. 필자라고 한국에서 익숙하지 않은 스크리모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 있겠냐만, 굳이 그 네티즌을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렇게 헤비니스 진영에서 슬픔을 읽어낼수 있는, 그리고 앨범에 ‘죽음’이란 주제를 입체적으로 표현할수 있는 앨범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일종의 행운이다. 그것만 알아줬으면 좋겠다.

9와 숫자들 『보물섬』
튠테이블무브먼트 | 2014년 11월 발매


이 앨범이 《2014년 음악취향Y의 선택》에서 1위로 선정되리라는 분위기는 아무도 감지하지 못했다. 그만큼, 늦게 앨범이 발매됐고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보물섬』을 접했다. 결과는 보이는 대로다. 개개인마다 어느정도 호불호가 있을 수 있었던 그들의 음악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다. 『보물섬』을 기점으로 그들의 음악에 대한 이견은 좀처럼 쉽지 않게 되었다. 9와 숫자들이 표현할 수 있는 세계는 더욱더 광대해졌고, 듣는 사람은 그 세계를 마음대로 해석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그 마음대로 해석이 『보물섬』에서는 어느정도 포용된다. 실로 놀라운 성취가 아닐 수 없다. 조용하게 다가왔지만 한해를 정리하고 나니 거대한 울림이 되어있었던 신기한 앨범이다.

라디 (Ra.D) 『Soundz』
리얼콜라보 | 2014년 7월 발매


이미 6년전에 성숙할 대로 성숙해져버린 앨범을 내고선, 다시 약간 힙스런 분위기로 돌아가는 것은 어려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별다른 강박없이 꽤 재밌는 음반을 들고 나왔다. B급 라임에, 흥겨운 멜로디에, 그리고 약간의 날티나는 면모까지. 타이틀곡 「그렇게」에선 약간 뻔한 모습도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그의 읊조리는 창법같이 하나의 대화가 완성되는 흐름을 지니고 있다. 한 앨범 안에 다양한 주제가 형성되어 있고 - 세월호라는 큰 눈물도 - 그에 따라서 꽤 많은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추억과 같은 앨범이다. 6년전 발매 되었던 2집, 그리고 이번 앨범, 앞으로 나올 (6년후에 나온단다) 앨범 또한 그의 음악과 같이 했던 우리들에게는 하나의 노스탤지어에 다름 아니다.

김사월×김해원 『비밀』
자립음악생산조합 | 2014년 9월 발매


大포크 시대라고 할 만큼 인디 시장에서 포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지망 뮤지션들은 많아졌고 들려오는 음악도 많아졌지만, 여전히 등 한 가운데의 가려움만큼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포크에서의 보컬 의존도를 어떻게 낮추느냐. 다시 말하면 포크 연주에서 우리는 얼마나 전율을 느낄 수 있는 지에 대한 문제 말이다. 그러나 이 디스코그라피를 찾아볼 수 없는 두 명의 신인은 너무나도 당차게 이 문제를 풀어 나갔다. 사실 기존 포크의 명반도 많고 연주에 힘을 준 앨범도 많지만, 이정도로 보컬 화음과 연주가 양립되는 절정의 황금비율은 드물었다. 특히 「비밀」과 「지옥으로 가버려」 솔로 연주 부분에서 느끼는 소름은 비단 나만의 반응은 아니리라. 당연한 문제를 문제시 하는 좋은 뮤지션의 탄생이다.

마스터클래스×달리 (Masterclass×Darley) 『Darley’s Masterclass』
에셀인터내셔널 | 2014년 4월 발매


『Darley’s Masterclass』를 처음 대면했을 때 무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뮤지션의 너무나도 묵직한 한방. 그것도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재즈 명곡을 샘플링한 힙합 음반에서, 생소함을 느끼는 경험은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피아노 등 재즈 세션의 연주를 최소한으로 편집한 채 컷앤페이스트 (cut & paste)해서 이 정도의 느낌을 가져오려면 원곡과의 확실히 다른 차별점, 혹은 매우 뛰어난 감각이 필요하다. 그것도 보컬과 프로듀서 둘 다. 이 앨범의 경우는 두 뮤지션의 쩌는(?) 센스가 원곡과의 차별성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낸 경우에 속하지 않을까. 드럼머신의 유무로 차이가 형성되는 그런 장르의 월경이 아니다. 이미 재즈 클래식은 완벽하게 해체되고 마스터클래스×달리로 다시 조합됐다. '뉴클래식'의 등장이다.

서태지 『Quiet Night』
서태지컴퍼니 | 2014년 10월 발매


서태지의 오랜 팬인 필자도 새 앨범에 대한 기대를 별로 하지 않았다. 그를 둘러싼 외부환경과 평판은 역대 가장 최악인 상태였고, 그의 가수생활 중 가장 긴 공백기간 이었다. 그러나 막상 앨범을 접하고 나서 이 소박함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데뷔 20여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이야기를 제대로 하기 시작했고, 그동안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모든 환경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겉으로 보면 키보디스트 닥스 킴의 영입이 신의 한수가 된 모양새지만, (사실이기도 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서태지 본인의 음악에 대한 인식이 무언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제 거창하려 하지도 않고, 페르소나가 아닌 정현철 본인의 모습으로 음악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혁명가가 존재하지 않는 시대라고 스스로 그 짐을 내려놓은 것 같지도 않다. 「Christmalo.win」을 들어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Quiet Night』는 바로 그 딱 적당한 긴장감이다.

언체인드 (Unchained) 『가시』
Ginger Record | 2014년 8월 발매


(편집자註. 본 앨범에 대한 필자의 리뷰는 [여기]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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