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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bye, 「How I Met Your Mother(2005-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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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2005년부터 9년간 200편에 가까운 에피소드로 총 아홉 시즌을 이어왔고, 나와 만난 것도 벌써 5년이다. 미국에서만 회당 1,000만명 이상이 본방을 시청했고, 이역만리 떨어진 내게도 외국 드라마를 첫 화부터 끝까지 모두 챙겨본 건 생전 처음 있는 일이었다(국내 드라마를 통틀어도 다섯편이 될까말까). 지난주 종영한 미국 CBS의 장수 시트콤 「How I Met Your Mother」 이야기다.

내가 이 작품을 사랑한 가장 큰 이유는 현실에 기반하고 있되, 주인공들의 면면이 가히 일상환타지에 가깝다는 점에서 발생하는 쉼 없는 개그코드와 이를 통한 대리만족에 있지 않았나 싶다. 매일 밤낮없이 단골 바에 모여 온갖 헤프닝과 이야깃거리들을 만드는 데만 집중하는 젊은이들. 그런데 그들이 30대에 벌써 뉴욕 스카이라인에 자신이 설계한 빌딩을 세우곤 대학에서 건축학을 가르치거나(테드), 억대 연봉의 대기업에 다니며 온갖 명품 수트를 콜렉팅하는것도 모자라 매일밤 금발 미녀를 꼬셔 2백명이 넘는 여성과 잠자리를 갖고(바니), 20대에 콜롬비아대 로스쿨을 졸업해 30대에 판사가 된데다 대학 신입생 때 만난 여친과 평생 서로 사랑하며 함께한다(마샬)고? 그것도 세계 최고의 물가와 빈부격차를 자랑하는 뉴욕에서 이렇게나 유쾌하고 재미난 일들이 넘치는 삶을 영위하며? 나같은 소시민에겐 이런 환타지가 또 없었다.

그런데 엔딩만큼은 궤가 달랐다. 함께해 온 그 모든 마법같은 시간들을 바니와 로빈의 결혼식이란 이벤트를 통해 축제처럼 화려히 마무리 할 줄 알았건만, 마지막화는 그 모든 화려한 시절로부터 안녕을 고한 채 마침내 고단한 실제 우리네의 삶과 만난다. 그 동안의 이야기들이 '현실에 기반한 (미친)허구'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게 했다면, 엔딩은 보는 이를 구름 아래 현실로 다시 돌아가라 손짓한다.

지난한 난리법석을 뒤로 하고 결국 결혼에 골인한 바니와 로빈의 행복은 고작 3년만에 끝이 났고, 다시 바람둥이로 컴백한 바니는 (평생 실패한 적 없는) 피임에 실패해 덜컥 가장이 된다. 판사직을 뿌리치고 로마에 다녀온 마샬은 (훗날 결국 판사가 되긴 하지만) 돈 때문에 원치 않는 직장에 들어가 아내와 세 아이를 뒷바라지하며 허덕인다. 그리고, 수많은 과정과 역경을 건너 결국 자신의 '운명의 그녀' 트레이시를 만난 테드는 불과 10년만에 불치병으로 그녀를 떠나보내고 만다. 세상에서 가장 친한 5인이라며 평생을 함께 할 것 같던 이들은 그렇게 나이를 먹고 세상과 삶이 주는 피로에 갇혀 뿔뿔이 흩어진 채 '전설적'이던 젊은날과 확연히 다른, 우리네와 같은 평범한 현대사회 성인의 삶을 살아간다.

씁쓸하다. 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마지막화의 결말이 시즌1 첫 화에서부터 시작된 사랑의 설레임을 다시 되새기게 만들지만, 첫 화의 배경인 2005년과 마지막화의 배경인 2030년의 그들이 달라진만큼 그 감정의 층위 역시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인생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행복도 여전히 존재한다. 릴리와 마샬은 여전히 서로 사랑하고 있고, 바니도 결국 누군가에게 정착하는데 성공했으며, 테드는 짧게나마 운명의 사랑과 정을 나눈데 이어 남은 생을 그 운명의 사랑보다 더 오랜 시간 운명이라고 믿어왔던 로빈과 함께 하게 되었다. 결국 모두가 각자의 삶 속에서 사랑과 행복을 찾은 것. 알지만 그래도 괜히 서글프다. 웃고 즐길 수 있는 친구가 하나 떠나버린 것 같은 공허함 때문만은 아니다. 나 역시 그들과 마찬가지로 젊음과 즐거움을 끝까지 유지하는 대신 지금 이 현실과 타협해 그 안에서 다시 나름의 행복을 찾아야 할(찾지 않으면 안 될) 나이임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알아야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아니길 바랐다.

물론 이런 개인적 감정과 별개로 지금껏 너무 고맙고 즐거운 작품이었다. 끝까지 즐겁게 함께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지금까지로도 이미 차고 넘치는 행복이었으니 그저 감사할 따름. 안녕 「How I Met Your Mother」, 안녕 다섯 명의 뉴요커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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