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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을 배제한 60년대의 사운드 트랙, 그리고 다른 노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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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Quentin Tarantino가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를 제작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의아함 반 기대 반이었다. 1960년대 말의 헐리우드는 "뉴 아메리칸 시네마(편집자註. 70년대 미국에서 태동한 아방가르드적 실험 영화 운동)"가 등장하면서 예전의 영광과는 다소 거리가 먼 시간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문법으로 영화를 찍기 어려운 시기의 과도기적 영화를 다룰 것인지, 아니면 누구나 좋아하고 사랑해 마지 않았다고 믿는 1969년에 대해 이야기를 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들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 있었다.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새로운 시대의 전환기 이전에 옛 헐리우드의 감성을 가진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이 시간을 통과하는 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여기에 방편으로 등장하는 작품들은 이탈리아의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와 1960년대를 풍미한 TV 시리즈, 그리고 시대를 함께 지나갔으나, 현재로서는 덜 알려진 소프트 록과 소울 사이키델릭 음악들이다.
 
재미있는 지점은 우리가 익히 아는 1960년대의 음악들, 그러니까 브리티쉬 인베이젼(British Invasion)과 모타운(Motown), 그리고 Bob Dylan이나 Jimi Hendrix, 우드스탁(Woodstock)으로 귀결되는 저항과 반란의 이름들은 철저히 배제한 채 1960년대 초·중반을 풍미했던 미국 밴드들이나 브리티쉬 인베이젼의 주축이 아닌 영국 출신 소프트 록 밴드들이 사운드 트랙에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말하는 것은 뭘까. 우리가 알고 있는 1960년대의 환상보다, 좀더 보수적이지만 밝은 즐거움을 지향한 시대였던 헐리우드를 불러 내고 싶어하는 마음일 수도 있다. 아니면, 더 이상 과거의 영광에 기댈수 없는 사람들이 기억의 자양분을 가지고 살아갈 때 부딪히는 충돌을 음악을 통해 그려내고자 하는 욕망이 느껴지는 부분이 공존하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반전 모드와 히피 제네레이션에 대한 순기능과 긍정적인 측면 마저도 하나의 개념으로 굳어진 게 아닌가 되묻는 영화이다. 그래서 많은 논란과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한쪽으로 치우친 1960년대보다는 다른 방향의 시대를 드러내었다는 점에서 큰 울림을 준다. 영화가 너무 평가절하 당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지만, 어머어마하게 펼쳐놓은 비장의 사운드 트랙들을 거부할 팔요가 없는 유혹이다.
 
31곡의 트랙에 들어있는 사람들을 전부 소개할 수는 없지만, 유독 귀를 잡아끄는 아티스트들을 선별하여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의 사운드 트랙에 수록되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노래들을 골라보았다. 마지막 링크는 Tarantino가 빚은 영화의 진정한 엑기스인 사운드트랙 링크이다. 이 곡들을 꼭 들어보시기 바란다.


1. Buchanan Brothers 「Medicine Man」(1969)
위키피디아에서 팀명을 검색하면 나오는 정보는 동명의 다른 팀이고, 유튜브에서 Cashman & West 로 검색하면 이 팀의 곡들이 나타난다. 「Medicine Man」에는 싸이키델릭의 느낌이 좀더 짙게 배어 있다. 1969년 《Billboard Hot 100》에 22위까지 올라갔으며, 11주 동안 차트에 머무른 곡이다. 영화에는 「Son of Lovin' Man」 (1970)이 수록되었다. 


 


2. Buffy Sainte-Marie 「Up Where We Belong」(1982)
Buffy Sainte-Marie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사회운동가로도 알려진 아티스트이며, 캐나다 태생으로 미국에서 활동했다. 여기 소개하는 「Up Where We Belong」은 Joe Cocker와 Jennifer Warnes가 함께 부른 버전이 영화 《사관과 신사 (An Officer And A Gentleman)》의 사운드트랙으로 채택되어 대성공을 거두었다. 원곡자가 소화하는 곡의 매력이 또 달라서 독자 여러분들께 소개한다. 영화에는 Joni Mitchell의 곡을 다시 부른 「The Circle Game」 (1970) 이 실려있다.


 

 

3. Paul Revere & The Raiders 「Just Like Me」(1965)
영화에서는 밝은 분위기인 「Good Thing」(1971),  「Hungry」(1966), 「Mr.Sun, Mr.Moon」(1969)가 수록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Indian Reservation」(1971) 으로 유명하지만, 원래 추구하던 음악스타일은 「Just Like Me」처럼 개러지 싸이키델릭에 가깝다. 여기서는 사운드 트랙보다 조금 무던한 곡으로 골라보았다.



 


4. Chad & Jeremy 「Before & After」(1965)
영국 출신의 부드럽고 나긋한 포크를 들려주는 듀오다. 컨트리를 기반으로 삼았던 미국출신 Everly Brothers와는 부드러운 느낌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 소년의 귀여움과 시대의 부드러움을 잘 녹여낸 팀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소개할 곡은 소프트 발라드의 느낌을 진하게 머금은 곡이다. 영화에는 「Paxton Quigley's Had The Course」(1968)가 수록되었다.


 



5. Los Bravos 「Bring a Little Lovin'」(1968)
마드리드를 거점으로 활동했던 스페인 밴드이다. UK 싱글 차트 2위까지 올랐던 「Black is Black」 (1966) 보다 이 곡이 압도적으로 좋았다. 다만, 사운드 트랙에 수록된 원곡과 라이브 연주의 이질감을 즐기시라는 의미에서 실황 영상을 골랐다.




이제,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의 OST를 정주행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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