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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음악취향Y의 선택》 필진별 결산 #3 : 삶의 행복을 일깨우는 두 장의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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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2017년 대중음악계는 크게 헤비메탈과 재즈의 한해였다고 말하고싶다 메탈이 고도의 숙련된 기량과 스토리 텔링으로 고전미와 완숙미를 뽐냈다면 재즈는 인물의 테크닉속에 숨겨진 투명하고 초현실적인 세계를 직접적으로 대면했다는 점에서 큰 성과를 올렸다고 생각한다. 불을 뿜어내듯 멋지고 뜨거운 작품은 많았고, 표현력의 부족으로 이리저리 명멸하는 단어들을 묶기엔 힘들었다.


여기, 2017년에 가장 큰 인상을 남긴 두 장의 앨범을 뽑아보았다. 눈을 감고 누워 있고 싶을 때 BGM으로 띄워 둔다면, 삶의 행복이 방황을 멈추고 고개를 들지도 모르겠다.


MKS 『두 개의 시간』
2017.03 | 인아워하츠


보통 재즈를 표현하는 방식은 상대편의 연결고리를 찾아내서 문답을 주고 받거나, 곡의 중반부 이후에 큰 얼개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연주 기량을 드러내는 형식을 취한다. MKS는 연주가 이어질 것으로 짐작되는 부분을 끊어내고, 거기에 다시 점을 찍어서 새롭게 이어나가는 방식을 고수한다. 이렇게 짧게 끊어도 될까 싶을 정도로 날카롭고 건조하다. 곡의 완성도를 행해 달려간다는 느낌보다는 지금 떠오르는 생각을 놓치고 싶지 않겠다는 집념과 마주하게 된다. 과거의 재즈가 정글처럼 계속 이어져서 결론으로 향해가는 방식이었다면, MKS는 옛것을 가뿐하게 넘은 채 악곡의 완결성 구축에 대한 결단력을 들려준다는 점에서 차갑지만 아름답기 그지없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김철수×오진원 『我 [a]』 
2017.01 | 윈드밀Ent.


심연과 상념을 다룰 때 사람들은 종종 함정에 빠진다. '깊이'라는 단어에 함몰되는 것이다. 설명하는 방식을 고수하다가 빠져나올수 없는길로 들어가 버린다. 이 앨범은 그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자아라는 쉽고도 혼란스러운 단어를 던진 후, 상대적인 해석이 가능한 그림이라는 매체를 덧붙였다. 우리는 표현을 나약하게 하지 않으나, 빠져나갈 출구는 순발력 있게 찾아내겠다는 선언처럼 들리기도 한다. 틀을 어느 정도 설계한 후에, 혼란과 추상을 담아내는 작업이기 때문에 이 또한 거창한 껍데기일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하지만, 김철수와 오진원이 연주하는 재즈는 틀의 안팎을 넘나드는 연주력이 자유롭고도 단정했다. '기품'이라는 단어로 이 앨범을 소개할 수 있을 것이다. 급작스러운 고요함과 공허함을 들이밀지 않고, 소리의 볼륨을 서서히 조절하면서 자신들이 드러낼수 있는 깨끗함과 조용함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초현실을 지향하는 듯 하지만, 표현력의 이해도에 따라 작품을 달리 이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지와 물음표가 아닌, 어떤 세계 속으로 들어오라는 주문은 아방가르드한 코드 안에서 항상 길을 잃었다. 몽환적이게 보여야 한다는 의지가 머릿 속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이 앨범은 과감하게 강박을 깬 후, 희미하나마 일상의 초현실적인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더불어, 깊고 진한 세계를 멋지게 알려준다. 뒤늦게나마 소장할 가치가 있는 앨범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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