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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언니네 #13] 절대로 치유되지 않을 “월요병 퇴치”를 위한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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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언니네 이발관의 6번째 앨범이 나왔다.


마지막이라고 수 년 동안 예고했던 음반이 나오고 말았다. 기대했던 만큼 오지 않길 바랬던 그 시간이 왔다. 한 곡, 한 곡 아껴 들으며 마지막 앨범의 의미를 생각하다가, 마지막이라는 말을 외면하기를 반복하며 앨범 커버에 크게 쓰인 숫자 6을 본다. 고작 6장의 앨범에 나는 왜 그렇게 많은 추억을 담아버렸는지 모를 일이다.


언니네 이발관에 대해 할 말은 수도 없이 많고, 앨범 한 장 한 장이 전부 잊을 수 없는 음악들이지만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은 대부분 2003년부터 쭉 진행해왔던 《월요병 퇴치(를 위한) 콘서트》에 있었다. 콘서트 타이틀에 호기심이 생겨 찾았던 홍대 앞의 공연이 내가 만난 첫 언니네이발관이었다. 그리고 그 작은 공연장에서 팬이 되었다. 잘한 일인지는 모르겠다.


공연장은 작은 곳이었다. 공연일은 월, 화요일 저녁, 공연장을 찾기 편한 요일은 아니었다. 첫 해의 공연 횟수는 4번에 불과했다. 팬들의 성화를 이길 수 없어서 그랬는지 다음 해에는 16회로, 이내 32회로 늘어났다. 이렇게 하면 관객이 줄어들 것이라고 매번 장담했지만 그럴 리 없었다. 공연장을 찾는 이유는 무엇보다 공연의 내용에 있다는 것을 언니네 이발관은 간과했었다. 공연을 알리는 공지는 예매를 바라지 않는 듯 불친절 했고, 공연의 끝을 알리는 사이렌은 1분의 오차도 없이 냉정했지만 그런 것들이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어쨌거나, 어떻게든, 월, 화요일마다 홍대로 뛰어가는 날들이 이어졌다. 매번 달라지는 컨셉과 주제는 (굳이 언니네이발관이 아니더라도) 밴드의 공연에서 원했던 거의 모든 것들이 들어 있었다. 이석원이 아닌 다른 멤버가 중심이 되어서 노래하거나 연주하는 날도 있었고, 술을 마시며 보는 날도 있었고, 아무 말도 없이 침묵 속에 음악만 듣던 날도 있었다. 일반적인 단독 콘서트에서 어쩔 수 없이 빠지게 되는 레퍼토리들을 들을 수 있었고, 볼 수 없는 무대를 볼 수 있었다.


선택의 다양함이 밴드의 의도였겠지만, 팬의 입장에서는 어느 순간도 놓칠 수 없는 욕망이 더 강했다. 가면 갈수록 많은 곡을 들을 수 있고,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어느 팬이 이 공연을 수고롭다 하겠는가? 설사 그 가운데 조금 덜 만족스런 공연이 있다고 하더라도. 물론 매년 이 공연을 찾는다고 해서 월요병이 퇴치되었을 리 없다. 월요병이 없는 순간은 공연을 예매한 다음 월요일, 그리고 화요일 저녁 공연장을 찾기 전까지만 이었고, 공연의 끝을 알리는 싸이렌이 울리면 모든 것은 평소로 되돌아왔다.


언니네이발관은 "6"이 크게 쓰인 이 앨범이 마지막 앨범이라고 밝혔고, 아마도 공연으로 만나기도 힘들 것이다. 회차가 줄어들고, 매년 찾아가지는 못했던 월요병 퇴치 콘서트도 아마 더 이상 없을 것이다. 마지막 사이렌은 이미 울렸고, 더 이상 월요병 퇴치를 말할 수 없다. 그 때의 기억을 되새기며 언니네이발관의 앨범들을 듣자니, 조금 화가 나고, 많이 슬퍼졌다.


(라이브클럽 SSAM에서의 마지막 월요병 콘서트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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