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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음악취향Y의 선택》 필진별 결산 #1-2 : 가장 솔직한 취향의 결과 (30~2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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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2017년이 지난해가 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지만, 《음악취향Y》의 동료 필진들을 비롯해 피치 못하게 아직 해를 다 보내지 못한 분이 많은 줄 압니다. 저도 그렇습니다만, 올해도 이렇게 억지로 2017년을 덮어두기 위해 기억과 감각을 더듬고 차분히 정리해봅니다. 대하는 음악들의 성취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아무리 공정한 시선과 객관적인 분석을 견지하려고 해도 결국 선택은 취향이니 만큼, 매체의 지향점이나 장르 형평성, 남의 선택을 고려한 전략 등에 매이는 여타 결산에서의 불순한 마음가짐을 때려치우고 가장 솔직한 취향의 결과를 공개합니다.

 

* 2014, 2015년은 순위 있는 20장, 2016년은 순위 없는 22장을 공개한 바 있으나 2017년은 조금 욕심을 부려 순위 있는 40장입니다. 2016년 12월 1일부터 2017년 11월30일까지 발매된 음반이 대상이며 순위는 역순입니다. 언제나처럼 자기표절 코멘트가 다수 포함될 수 있습니다.

 

 

 


11 『Transparent Music』 (2017.03, 웨더뮤직)

 

퓨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치 짙은 인상의 멜로디와 차분한 미니멀리즘의 연주가 분위기를 조촐하고 잠잠하게 가라앉히다가도 이따금 수면 위로 떠오르는 불같은 드러밍이 생동 있는 파문을 더한다. 발표 당시 즐겁게 듣고서도 하마터면 결산에서 놓칠 뻔한 음악.

 

 


김태균 『녹색이념』 (2016.12, 그랜드라인)

 

길었던 풍문을 잠식시킨 것은 압도적인 퍼포먼스도, 새로운 프로덕션도 아닌 밀도 높은 진정성이었다. 가사 한줄 한 줄마다 꾹꾹 눌러 담긴 성찰의 깊이와 자기 이야기에 대한 솔직함만으로 깊숙이 빠져드는 구술의 힘이 담긴 음반. 가사 속 이야기가 발전함에 따라 톤이나 감정표현 역시 확장하는 역동적이고 발전적인 액션도 음악에 입체감을 더한다.

 

 


한승석×정재일 『끝내 바다에』 (2017.10, 블루보이)

 

주고받는 합이 좋은 인터플레이가 있는가 하면 함께 하는 콤비플레이가 훌륭한 경우도 있다. 이 음반은 후자에 가깝다. 한승석의 드라마틱한 소리 표현과 이를 떠받치는 정재일의 다채로운 사운드 프로덕션이 기세 좋은 궁합과 마치 포크 발라드와 같은 드라마틱한 서사로 공존하여 한 곡 한 곡마다 인상적인 장면들을 만들어낸다.

 

 


줄리아하트 『서교』 (2017.10, 먼데이브런치)

 

줄리아 하트는 우울해야 제 맛이다. 스타트를 알리는 김나은의 달콤한 보컬과 서정적인 멜로디로도 차마 감출 수 없는 정바비 특유의 아름다운 처연함과 찌질함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밀릭 『Vida』 (2017.10, 하이그라운드)

 

밀릭의 비트는 글로벌 보편의 감각과 고급 로컬의 힙스러움이 제대로 뒤섞여 있다. 반가운 이름과 신선한 피가 교차하며 피로를 걷어낸 피쳐링의 집중력도 좋고, 앨범의 스토리텔링도 자연스럽다.

 

 


로바이페퍼스 『Cosmos』 (2017.05, 크래프트앤준)

 

고작 3인조의 단출한 밴드 구성으로 우주를 품고 내세우는 로바이페퍼스의 표상이 과언으로 여겨지지 않는 것은 일렉트릭 사운드의 공명과 부유감을 극대로 활용할 줄 아는 이들 연주와 서사의 영민함 덕분.

 

 


와비사비룸 『Vibe』 (2017.03, 포크라노스)

 

전반적인 메시지나 프로덕션의 거친 맛, 실험적인 면모는 다소 누그려뜨렸으나 랩과 비트의 조응은 이전보다 더욱 유려하게 맞물린다. 어느 쪽으로든 ‘성장’이라는 말이 무척 잘 어울리는 앨범이다.

 

 


분홍7 『빨강보라의 근원』 (2017.05, 칠리뮤직코리아)

 

분홍7의 흥취는 저속한 뽕끼로 가득하며 광기는 소름 끼치는 무녀의 신기(神氣)와도 같다. 쿨과 무심함을 가장(假裝)한 채 전통과 전통 너머 원시성을 넘나들며 제 감정을 마음대로 뻗치는 올해의 약쟁이.

 

 


화나 『Fanaconda』 (2017.04, 스톤쉽)

 

여전히 날카로운 화나의 라이밍과 진지한 태도가 김박첼라의 다채롭고 역동적인 시도들 안에 완벽하게 녹아들어갔다. 조응 이상의 시너지를 발휘하는 화나의 과잉 제스쳐도 종합적인 완성도를 제고하는 적절한 수준.

 

 


텐거 『Spritual』 (2017.06, 만선)

 

섣부른 분절이나 예단을 금지하는 정직한 선형 서사로 전기장치에 숭고한 영혼을 부여하다. 산수를 오가는 텐거의 구도는 이번 앨범에서 창공과 공기에 이르러 무경계의 경계를 넓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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