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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음악취향Y의 선택》 필진별 결산 #2 : 2018년의 인상 깊은 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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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결산의 시간이 오면 지난 1년간 어떤 앨범이 더 좋았는지 생각하기보다는 나를 버티게 해준 음악을 떠올린다. 항상 음악을 들으며 1년을 살아가는 입장에서 되도록 많은 양의 음악들이 귀에 가깝게 들어오길 바란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좋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음악보다는 하나의 작품으로 각인되고 싶은 욕망을 드러내는 음반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욕망을 드러내는게 뭐가 나쁘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나쁘지 않다. 다만 내가 욕망을 이해하는 마음과 가슴이 뛰는 음악의 간극이 점점 넓어진다는 것을 부끄럽게 고백하는 것 뿐이다. 지금 소개하는 두 장의 앨범은 평범한 외피의 장르와 메시지를 드러내었으되, 만만치 않은 무게감으로 심장을 후려쳤던 작품이다. 언뜻 스쳐 지나가셨다면 한번쯤은 들어봐도 좋을 음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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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호와조화 vol.1 『목화』
2018.09 | 올댓퍼커션/미러볼뮤직



아이러니하게도 사랑에 빠져있을 때는 시간 자체의 빠름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다가, 이별과 단절을 겪으면 지난 사랑의 시간은 개인의 마음 속으로 느리게 이동한다. 그 자체로 찌질과 음울을 이야기해도 무방하다. 그렇지만 왜 인간은 사랑이 끝나면 한 번 걸러져서 다시 아무렇지 않은 인간이 되어야 하나. 이 문제는 개인에 대한 환멸이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지독하게 풀리지 않는 의문부호다. 이 앨범은 의문을 앞에 놓고 해결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마주보고 잊혀지기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사랑에 머리를 굴리는 치졸함이 아니라, 바라보고 느끼는 것 그 자체가 모두 하나의 과정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낮고 부드럽지만 음울한 사운드 안에서 섣불리 여린 감정을 도려내지 않은 채, 맨땅의 헤딩하듯 견디는 과정을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러닝타임 내내 들려준다.

잊혀지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한 부분의 소멸에 대한 직시를 이야기한다. 그래서 보다 직설적으로 비춰지는 부분도 있다. 날것의 감정으로 치장하는 것보다는 은연중에 드러난 무엇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게 원래 더 어려운 법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 작품은 한발짝 분명히 나가있다. 어떤 방향인지는 천천히 보여주겠지만.




술탄오브더디스코 vol.2 『Aliens』
2018.10 | 붕가붕가레코드, CJ문화재단/포크라노스



'디스코의 제왕', '쉬지않는 댄싱머신'으로 술탄오브더디스코를  쉽게 규정했었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그런 수식어를 잠시 밀어두고, 쾌락의 반복이 가져오는 권태란 무엇인지와 웃기는 척하는 사람과 진심으로  깔깔거리는 속내를 가진 인간이 얼마나 다른 갭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지에 좀더 집중하면 좋겠다. 물론 팀이 지향하는 기본 바탕은 훵크를 기반에 둔 디스코가 맞지만, 그 안에 녹여낸 이야기는 자못 심각하다. 재미없음과 권태스러움을 가감없이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타인이 밝은 모습과 제스쳐를 반복적으로 보여주면, 으레 그런 인간이라고 단정을 내려버린다. 그런데, 이 작품은 남들의 시선에 대해 더 이상 그런 식으로 취급받고 싶지 않다는 고백처럼 느껴지는 곡들이 무수히 등장한다. 하지만, 겉으로 들리는 사운드는 즐겁고 농염하기 때문에 순식간에 잊어버릴 수도 있다. 나는 이 부분에서 술탄오브더디스코의 예리한 장점이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는 척 시작을 했지만 끝까지 기조를 유지하지 못했을 때 과연 어떻게 끝내야 할지를 능수능란하게 풀어나간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런 각고의 노력에도 '마냥 즐거운 밴드'로 각인될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분명한 것은 앨범을 끝까지 듣고 나면 웃고있는 사람들의 우울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볼 여지를 남긴다는 점이다. 가볍게 넘기지 말고 진중하게 듣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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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고백과 각성 뒤에 남겨진 결과들은 아직 수면 위로 나오지 않았다. 여전히 세상은 너무 느리게 흘러간다. 이런 날들 안에서 한 순간이라도 편안한 성찰의 순간이 함께 하는 2019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생존은 이제 화두가 아니라 필수인 세상에서 살고 싶다. 그래야 감정적인 가난함이 고개를 들지 않으니까. 올 한해도 모두 일상의 기쁨이 함께 하길 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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