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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나와 드론즈의 이야기 : #4. 합일 - Don’t Break Your 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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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조용했지만 묵직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1집으로부터 5년이 지나, 사비나앤드론즈가 2집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그만의 ‘어두운 독백’이 한결 ‘부드러운 전언’이 되어…. 시간이 초래한 변화도 있겠지만 더더의 김영준과 함께였던 이전과 달리 당당한 ‘밴드’라는 울타리 속 멤버들과 함께 하게 된 구조적 변화의 원인도 크리라 생각했다. 유난스러웠던 2016년의 여름이 이제 막 기승을 부리던 7월의 어느 날, 문득 멤버 전원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리라 생각했다.

 


 

○ 인터뷰어: 정병욱(음악취향Y)

○ 인터뷰이: 사비나(보컬), 조용민(기타), 정현서(베이스), 유승혜(건반), 민경준(일렉트로닉스), 김동률(드럼)

○ 일시 : 2016년 7월 21일 목요일 19시 ~ 22시

○ 장소: 합정역 모 카페

○ 들어가기전에

    (1) 시간적 순서가 아닌 내용적 순서에 따라 편집하였습니다.
    (2) 요청에 따라 인터뷰 중 등장한 일부 아티스트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3) 될 수 있는 한 대화 그대로 녹취하였습니다.

 


 

근황

시작 - “서로 다른” 음악 이야기

만남 - 사비나와 베테랑 드론즈

합일 - Don’t Break Your Heart

저마다의 시간

그 밖의 이야기들

 

 


 

 

 

여기서 처음 “멤버로서 존중받고 대우받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Y: 특별히 좋았던 에피소드가 있었을 것 같아요.

 

용: 간단하게는 많이 언급한 얘긴데, 춘천에서 2주 동안 작업을 하면서 반은 편곡이 돼있고 나머지 반은 돼있지 않은 상태에서 갔어요. 가서 만들어보자는 의미도 있었고, 이전까지 시간이 없어서 못 만든 것도 있는데. 「Don’t Break Your Heart」 같은 경우는 그 전에 이미 2번, 3번 가량의 편곡이 있었어요. 그렇게나 있었던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도 있고 의견이 달랐기도 했던 건데. 거기서 방에 모여 술 마시면서 건반 치고, 입으로 리듬 맞추고, 현서 누나가 뒤따라 베이스를 치면서 즉석에서 알콜 기운에 만든 편곡이라고 해야 할까요? (웃음) 경준이랑 저쪽 방 가서 리듬 소스 막 찍어 와서 즉석에서 틀고. 그렇게 즉흥적으로 만든 라인과 편곡이 어떻게 보면 "가장 밴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스스로에게도 사비나앤드론즈의 전체적인 색깔이 가장 잘 들어갔다고 할 수 있는 좋은 케이스였어요. "우리 이번 앨범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하지?" 했던 고민 속에서 그 문제점을 해결해준…

 

2집 타이틀곡 「Don’t Break Your Heart」

 

 

Y: 가이드라인이 됐겠네요.

 

용: 네. 정말 "앞으로 이런 식으로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준 곡이었어요. 제 개인적인 생각은 그렇습니다. 다른 멤버들 생각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비슷하게 느꼈을 거예요. 저는 「Don’t Break Your Heart」 하면서 "이런 식으로 음악을 만들 수 있다면, 이게 우리가 오랫동안 생각해오던 메이킹의 정수 아닐까" 생각하게 된 상징 같은 곡이었어요. 사실 나머지 곡들은 그렇게 만들지는 못 했어요. 「Don’t Break Your Heart」 외 대부분의 곡들은 조금은 녹음실 안에서 또는 작업실 안에서 의견충돌하고 수렴하면서 만들 곡들이에요.

 

현: 아마 시간이 더 있었으면 다른 곡들도 그렇게 했을 거예요.

 

Y: 해외 앨범 녹음은 그런 거 많잖아요. 한 프로젝트를 위해 휴양지에 집 렌트해서 집 전체 스튜디오 꾸며서 놀다가 먹다가 녹음하고.

 

용: 그렇죠. 그럴 수만 있다면 저희도 그렇게 했겠죠. 다음에 꼭 그러고 싶어요.

 

현: 저희는 2주 동안이었어도 그래도 「Don’t Break Your Heart」을 건져온 게 수확이에요.

 

동: 사실 한국에서 지금 사비나앤드론즈처럼 녹음을 한 게 정말 신기한 거예요. 2주? 어우, 저는 굉장히 당황했거든요. (일동 웃음) 전화해서 그래도 어느 정도는 대충 "가이드라인을 보내줄 테니 듣고 와라." 세션들은 대부분 레코딩하러 가면 가기 전에 작곡가와 편곡자한테 음원이 오죠. "전체적으로는 어떤 식으로 치고, 여기서는 필인(fill-in)을 네 생각대로 몇 개 짜오고, 나머지는 그대로만 쳐줘." 이런 식인데. 사비나앤드론즈는 갑자기 연락이 와서 "녹음하러 갈 건데, 보내줄 테니 듣고 와"라고 해서 그럴 줄 알았는데 계속 안 왔어요. (일동 웃음) 그러다가 녹음을 하러 가야 한다고 해서 그런다고 했는데. 녹음을 1박 2일을 한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이거 뭐지? 스스로 생각하기는 “아, 왔다 갔다 하기 힘들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일단 갔죠. 그런데 가니까 거기서 이제 막 서로 만들어가고 있는 거예요. “이건 또 뭐지?” 하면서 다음에 들었던 생각이 아까 말씀하신 부분이었어요. 미국에서 레코딩할 때 연주자들 한 일주일에서 2주 가량 단독저택에다가 가두고. 거기서 막 수영하고 먹고 놀고 하다가. 어, 나 지금 해야겠어. 하고 하는데 여기가 그런 식인 거예요.

 

용: 야, 우리 수영은 안 했다. 겨울이었거든요. (웃음)

 

동: 아니, 아니, 아니. 딱 그 느낌이었다는 거예요. 와, 뭐가 틀리긴 틀리구나.

 

현: 심지어 저는 「Don’t Break Your Heart」 의 베이스 사운드 처음 만든 트랙이 앨범에 들어간 녹음 트랙이에요. 그렇지?

 

용: 한 2-3번 내에 한 것도 많지 않은데.

 

현: 없어. 근데 이건 그랬어. 용민이 파트도 그랬고.

 

용: 「Don’t Break Your Heart」 이 특히 그랬던 것 같아요. 나도 다 한 번 치고 끝냈어요.

 

현: 다 원트랙에 끝냈어요.

 

용: 한번 치고 "아, 괜찮은데?" 라인 중간에 누나 베이스에 맞춘 것만. 그것도 한번 친 것 같은데?

 

현: 그랬지.

 

용: 아, 그랬네?

 

현: 그런데 이게 오히려 이렇게 사랑받을 줄은 몰랐던 것 같아요.

 

용: 사랑 많이 받고 있는 거지? (일동 웃음)

 

Y: 사실 프로듀싱이 밴드 멤버 모두의 몫이었을 텐데, 조율 과정은 어땠나요?

 

용: 현서 누나가 아무래도 연장자고 음악작업 경험이 많다 보니까 누나 의견을 저희가 많이 들었어요. 녹음 경험은 제가 많으니 녹음할 때는 제가 많이 맡아서 하고, 각각 악기에 대한 부분이나 곡에 따라 멤버가 각자 알아서 하도록 서로 터치를 안 했던 것 같아요. 물론 편곡적인 부분은 사비나의 의견이 많이 들어갔고, 현서누나와 경준이가 중심을 잡은 곡과 제가 중심을 잡은 곡, 승혜 씨가 중심이 된 곡 다 나뉘고요.

 

사: 전체 앨범에서 트랙마다 여러 장르가 있잖아요. 그 장르들 가운데 각자가 특히 강한 부분들을 주력적으로 이끌어가게끔 노력을 했어요.

 

동: 그러고 보니 저는 이게 더 쇼킹했어요. (웃음)

 

용: 물론 전체적인 틀이 없지는 않았어요. 녹음진행이나 부분적인 과정은 제가 맡아서 하구요. 각 트랙의 느낌이나 인상은 사비나와 현서누나의 의견을 많이 따른 것 같아요. 악기는 스스로 했지만 조합하는 과정에서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서는 서로 같이 얘기를 했고요. 말씀드렸다시피 이 과정이 쉽지는 않았죠. 어려운 과정이었지만 그 덕에 우리가 함께 음악을 만들기 위한 준비가 된 것 같아요. 항상 웃으면서 음악하다 보니까 안 돼. 한 번씩은 얼굴 붉혀야 돼. 그래야 진심이 나오잖아요. 밴드 사비나앤드론즈의 학습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현: 그치. 나는 딱 뒤돌아보면 우리가 음악적으로 그렇게 의견충돌 없었던 것 같다? 자세히 보면? 음악적으로는 워낙 다들 음감도 뛰어나고 매번 기본기가 너무 탄탄한 거예요. 사비나가 멜로디를 만들어와서 읊조리면 승혜가 음감이 좋아서 그걸 바로 반주해요. 나머지 우리가 반주를 따라가면서 "또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만들어가니까. 의견충돌이라고 표현하기보다 뭐랄까. 이전까지는 모두 각개전투 하던 사람들이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하나의 팀으로 모이던 그 상태가 아니었나. 그것 때문에 그랬지.

 

승: 톤을 맞추는 과정이었어요. 생각하는 방향이라든지.

 

용: 그것도 있고 여섯 명이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마인드 메이킹 과정인 것 같아요. 이렇게 보니 음악적인 문제는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현: 반드시 넘고 가야 할 산이죠. 잘 넘어왔죠?

 

Y: 그 산을 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역시 「Don’t Break Your Heart」 작업이었고요.

 

현: 다 우리가 팬인 거? (일동웃음)

 

용: 사실 다 처음 밴드도 아니고 여러 밴드를 해왔는데, 다들 좋은 사람을 만나서 밴드를 한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이거든요. 아까 동률씨도 얘기했지만 보통 밴드하면서 어려운 점이 더 많아요. 단지 돈이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어려운 일도 많은데, 사실 우리 지금 이 6명이서 밴드를 못하면 다른 밴드를 할 사람이 없을 것 같아요. 이 좋은 6명이서 그 작은 트러블도 해결을 못 하면 다른 데 가봤자 매일 싸우고만 나오는 거야. 그런 생각이에요. 제 개인적으로는 좋은 사람들이랑 오랫동안 좋은 음악을 많이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요.

 

현: 저는 이 멤버들이랑 전부터 계속 하고 싶었어요. 승혜도 삼고초려, 사고초려를 해서 데려왔고.

 

승: 그 정도로 데려올 사람은 아닌데 언니가 과대평가하기도 했고. (웃음)

 

현: 동률이도 제가 매일.

 

동: 전 바로 잘 왔어요. (일동 웃음)

 

승: 알아서 왔죠.

 

현: 믿음이 있기에 같이 맞추는 것도 너무 좋고, 분명 전체 멤버로는 처음인 밴드인데 딱 보기만 해도 알겠고. 경준이도 마찬가지고.

 

동: 밴드 분위기가 유난히 다른 이유가. 제가 처음에 세션으로 왔잖아요. 세션들은 그냥 시키는 대로 해야 돼요. 그런데 여기서는 제 의견을 얘기해도 들어주는 거예요. 그런 부분들에 있어 멤버로서 존중받고 대우받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분위기가 이미 갖춰져 있으니까 처음 온 사람으로서 그걸 느꼈던 것 같아요. 다른 밴드 활동 경험했을 때랑 유일할게 달랐던 게 있다면 그거예요. 예를 들어 어떤 밴드에 뒤늦게 들어가야 했을 때 "야 거기 그렇게 안 쳤었어. 다르게 치는 거야.", "이건 이렇게 해야 해.",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 당연히 그렇게 얘기하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혹시 제 생각이 있어도 의견에 대한 존중이 없으니까 그 때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하는데, 여기(사비나앤드론즈)는 그게 아니었어요.

 

용: 중요한 건 서로 간 리스펙트 없이 밴드가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자기 연주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 연주도 존중해야 하고. 자율성을 지켜줘야 하는 것 같아요.

 

Y: 「Don’t Break Your Heart」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요. 더블 타이틀인 「우리는 모두」 이야기도 함께 들려주세요.

 

2집의 또다른 타이틀곡 「우리는 모두」

 

용: 제목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처음의 취지는 밴드적인 사운드를 내는 데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 곡입니다. 그런데 예상치도 않게 굉장히 심오한 내용의 가사가 들어가면서 (일동 웃음) 오히려 좀 묻힌 감이 있는데.

 

Y: 그럼에도 타이틀이 된 건 역시 앞선 에피소드 때문일까요. 다른 곡 중 고려했던 게 있으실까요?

 

용: 녹음하면서 자연스럽게 두 곡이 된 것 같아요. 2집 사비나앤드론즈의 대표적인 아이덴티티라고 생각을 한 거죠? 심지어 회의 따로 한 적도 없어요. 같이 녹음을 하면서 의견이 공유 됐으니까.

 

Y: 2집이 밴드의 작업물이 되었고 사비나라는 중심은 있지만, 멤버마다 작·편곡 스타일도 다르고 하니 1집보다 더욱 다양한 느낌의 곡들로 채워졌는데, 의외로 트랙배치가 일부러 교차적으로 맞물리는 느낌이 있었다고 생각이 들어요. 맞나요? 특별히 고려한 부분 있으세요?

 

현: 지금처럼 빙 둘러 앉아서 정했었어요.

 

승: 치킨 먹으면서 얘기했어.

 

현: 어, 맞아. “좋은 건 앞쪽에서 듣자.” 해서 앞으로 넣고. 중간에 「So When Goes」 같은 굉장히 멜로디가 좋은 곡을 넣고. “뒤에는 이런 곡들이 좋겠다.” 틀이 잡아놓고. 사이사이에 다른 길을 가보자. 그러면 포인트가 더 들리겠지? 그런 식으로 생각했었어요.

 

용: 말씀하신 부분이 맞는 게, 그때 가장 중점을 두었던 건 일렉트로닉 곡들을 분산시키는 거였어요. 「La Fee Verte」와 「Falling」, 「There Are」 세 곡이 일렉트로닉 성향이 강하다 보니까 이 곡들을 분산시켜 트랙 배치를 하는 데 중점을 둔 것 같아요. 너무 일렉트로닉 성향의 곡들이 한 쪽에 몰려 있으면 밸런스 측면에서 아쉽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Y: 2집은 가사나 멜로디 면에서 1집보다 훨씬 대중적이라는 평을 받는데요.

 

사: 앨범이 나오기까지 오래 걸렸잖아요? 그게 구조적인 변화 때문에 – 프로듀서와 이별을 하고 멤버들이랑 음악을 만들면서 그런 일도 있었지만, 제 감정이 많이 변했던 것 때문도 있어요. 아무래도 20대 초반의 사회초년생, 어린 나이대의 툭 건들면 부러질 듯한 감성과, 조금 더 성숙해지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고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는, 직장에서의 위치도 생기고, 이러면 아무래도 달라지기 마련이잖아요. 그러지 않기 위해서 뮤지션들이 일반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음악을 하는 건데, 저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음악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음악만 해서는 어딘가에서 뭘 먹고 살 수가 없는 상황이니까.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처음에는 사회와 음악과의 괴리에서 오는 모순된 감정들이 음악에 담겨졌는데 점점 무드가 살면서 변했어요. 1집 때는 음악이 정말 쉽게 나왔어요. 마이크만 갖다 대고,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툭 나오는 게 음악이었어요. 음악하는 게 하나도 어렵지 않았어요. 그런데 사는 게 너무 어려웠죠. 그런데 이제 점점 지내면서, 사는 건 좀 편해지고 나도 좀 즐거워지고 하면서, 이게 음악하고 툭툭 부딪치더라고요. 1집의 「Dosed You」가 앨범 후반 작업의 곡이었는데, 그 곡 가사를 쓰기 직전에 유럽여행을 다녀온 일이 있어요.

 

여행을 다녀온 후의 감정을 담은 전작 「Dosed U」

 

 

사: 아무래도 이전의 곡 작업들은 서울에서 힘든 간호사 생활을 할 때 만들었던 것들인데, 넓은 시야로 여행을 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은 다음에 돌아와 보니까 그 음악이 다르게 느껴지는 거예요. ‘아, 내가 이 음악에서 느꼈던 고통을 지금은 갖고 있지 않은데 가사를 어떻게 붙여야하지?’ 그런 고민 때문에 제가 그 때 한동안, 거의 몇 주간 굉장히 괴로워했어요. 이게 우스울 수도 있지만, 제가 거짓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성격의 사람이 아니기에 더욱 그랬죠. 그 때 너무 괴로워서 당분간 음악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저는 슬픔만을 노래할 줄 아는 사람이고… 그런 복합적인 감정만을 아는데, 행복하고 즐거울 때엔 노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토로했죠. 그랬더니 특히 용민 오빠나, 멤버 분이 “너는 행복해도 된다.”, “위대한 뮤지션, 예술가 중에 불행하게 살다 간 사람들 많이 있다. 하지만 모든 위대한 음악가, 뮤지션, 예술가들이 다 그렇게 괴롭게만 사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너는 모든 사람들과 감정을 교감하고, 가사를 통해서 공감을 나누는 뮤지션인데, 모든 사람들이 계속 슬프지만은 않다. 네가 지금 느끼는 즐거운 감정, 행복한 감정 이러한 것들도 갖고 있는데, 이것도 네가 노래할 줄 아는 방법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네가 그 동안에 그걸 몰랐으면 앞으로 만들어 가면 된다.”(고 했어요.) 그걸 만드는 시간이 걸렸던 것 같아요.

 

용: 감정도 그랬고, 편곡에 있어서도 그랬어요. 음악적으로 더 깊게 가야 할지 대중적인 부분을 더 크게 볼지 양 측면이 있다면, 저는 청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어쨌든 밴드의 음악이고 함께 만들어가기 때문에 제 생각하는 부분들과 맞춰가는 게 숙제였었죠. 물론 멤버마다 생각이 다른 부분이지만 만들어가면서 1집보다는 확실히 대중적인 성향을 갖게 되지 않겠냐는 공통의 인식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전에 다른 곳(《이명》)에서 한 얘기인데, 기존의 사비나의 색깔이 보라색이라고 가정을 한다면, 그 색을 버리고 다른 색깔을 만들면 저도 싫고 같이 음악을 하는 멤버들도 싫어요. 듣는 사람도 싫고, 사비나는 더더군다나 싫고. 하지만 밴드가 되었고, 5년 후에 나오고, 뭔가 변화가 있고, 성장을 했어야 한다면…. 어렸을 때 미술시간에 보면, 물감에다가 다른 색을 조금만 넣어도 색이 확 변하잖아요.

 

Y: 그렇죠. 다른 색이 되어버리죠.

 

용: 완전히 다른 색깔이 되어요. 한 번 변한 색은 돌아오기도 어렵고, 보라색을 아무리 섞어 봐도 안 돌아와요. 그러니까 진짜 조심스럽게 조금씩, 조금씩 섞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그런 단계. 어떻게 보면 ‘사비나앤드론즈’라는 완전체. 사비나로 시작된, 사비나의 사운드로 시작된 나무가 여러가지 가지들을 만나면서 완전체의 나무가 딱 되는 과정에 있어서, 색깔을 아주 조심스럽게 조금씩 넣는 단계에 있는, 과도기적인 2집이에요.

 

Y: 그런 부분들을 고려해서 나온 2집의 반응은 체감하기에 어떠세요?

 

사: 사비나앤드론즈 1집이 “일방적이다.”라는 것은 팬 분들이나 평단에서나 비슷한 반응이 있었던 것으로 알아요. "소통하기 위한 음악은 아니다." 어찌 보면 한 뮤지션의 내면적인 이야기로 받아들였을 수 있었을 텐데, 2집에서는 멤버들과 함께 녹음을 하다 보니까 어떤 곡을 만들고 어떤 방향으로 나간다고 할 때, 멤버들이 어떤 방향을 원하는지 의견을 모으게 됐어요. 대중적인 소통 측면을 더 보여주자. 아니면 음악적으로 더 깊이 들어가 보자. 각자의 생각이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2집 작업에 있어서 가장 힘들었던 게 제가 내면적으로 가장 힘들었어요. 멤버 여러 사람이 제가 하는 음악을 받아들여야 하고, 거꾸로 다른 멤버들의 이야기도 제가 받아들여야 하니까요. 물론 멤버들이 하는 음악이 너무 좋고 연주가 좋기 때문에 함께 음악을 하지만 곡에 대한 아이덴티티, 사비나앤드론즈 음악에 대한 중심이나 갈 방향, 장르, 테마 이런 것들을 가져가야 하는 건 제 몫이기 때문에 혼자서 할 때보다 생각이 더 많아지는 거예요. 그런 것들을 거쳐 나온 2집인데, 2집에 대한 반응, 1집과 2집을 비교하는 피드백 중에서 부정적인 이야기는 1% 정도만 본 것 같아요.

 

Y: 그런 평가가 영향을 미치기도 하나요?

 

사: 음악하시는 분들 중에, 음악을 직접 하는 뮤지션이 아니라 평론가라든지 대중은 아예 그냥 제외하는 분들이 계세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분들. 그런데 저 같은 경우는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 그런 분 들 뿐만이 아니라 누가 됐든지 상관하지 않았잖아요. 내가 부르고, 내가 하고 싶은 음악, 내가 원하는 대로 발음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노래하는 거. 그렇게 해서, 너무너무 이상한 앨범이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나는 되게 좋지만, 가사도 없고 허밍으로 된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이런 음악을 ‘누가 들을까?’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많은 관심을 받게 된 거예요. 특히 홍대 음악 관계자분들이나 평론가분들에게서. “네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네가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와서 이런 음악을 하는지 모르겠다. 네가 굉장히 궁금한데, 좋다. 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왜 그런 음악을 만들게 되었니. 그 음악은 어떻게 된 거니.” 이렇게 계속 물으시고 인터뷰도 많이 했어요. 그 이후로 시간이 많이 지났잖아요. 1집 당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그걸로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이제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그러한 평가들이 내가 다시 음악을 낼 수 있는 힘이 되는 거예요. ‘나는 신경을 안 썼지만, 이렇게 귀기울여주고 들어주는 분이 있었어.’, ‘내가 앞으로 어떤 음악생활을 해주기를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있어 나는.’ 그런 마음이 이번 앨범을 늦게나마 낼 수 있게 된 계기가 된 것 같고, 이 앨범이 1집과는 어떤 부분에서 “낯설다.”라고 이야기를 들을지언정, 나는 새로운 관심을 끌기 위해서, 새로운 창작 결과물을 하기 위해서 억지로 하지 않을 수 있는 믿는 구석이 생긴 것 같아요.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하더라도, 심지어는 나를 지지해주던 분들이 “좀 내 스타일이 아닌데. 왜 이렇게 됐니?” 되더라도 “이게 내 음악이에요”라는 수준인 것 같아요.

 

용: 저는 솔직히 욕을 좀 먹을 줄 알았어요. 비판을 받을 줄 알고 걱정도 하긴 했는데 생각보다 좋아해주셨어요. 물론 아쉬워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좋아해주시고 같이 적응을 잘 해주신 것 같아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감사하고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사: 어차피 제 음악이 대중에 알려졌던 게 아니라 저에 대해 좋게 봐주셨던 분들이기 때문에, 2집을 들어주신 분들도 이미 제 음악을 잘 알고 계시던 분들이거든요. 그래서인지 "멤버들하고 힘든 과정은 있었겠구나." 2집 앨범이 나와서 들어보니까 "알을 어느 정도 깨는 상황이었구나." 하는 게 그려지시나 봐요. 다들 먼저 말을 해주시는 거예요.

 

용: 왜 그렇게 다들 잘 알아? (웃음)

 

사: "이런 부분들에서 많이 성장했구나." 스스로 느꼈어요. 아까 「Don’t Break Your Heart」 얘기했지만 편곡이 결국 전원이 만족을 해야 하잖아요. 저만 만족해서도 안 되고 모두 만족해야 하는데. "그 곡만큼은 어떤 방향으로 하고 싶다." "만약 2집을 내가 밴드 음악으로 한다면 어떻게 하고 싶다." 하는 게 있는데 워낙 다들 잘 하고 뭘 하나만 가져다 줘도 결과물이 나오는 스타일다보니 사실 더 어려운 거예요. 차라리 자기 실력이나 세계가 갖춰지지 않은 친구들이 함께 뭔가 만들어가는 것은 순차적인 과정이 되는데, 멤버들은 이미 뭔가 능숙하신 분들이라 그런 분들과 하나하나 이야기를 해가면서 우리가 갖고 있는 어떤 감정을 가지고 다같이 또 하나의 색깔을 만든 거잖아요. 그게 정말 어려운 일인 거예요. 그것도 사비나앤드론즈 이름으로 모아야 하는 거구요. 그렇기 때문에 힘들었던 2집의 과정을 멤버들이 모두 겪었고 함께 하면서 부딪혔던 경험들, 저도 많이 포기해야 하는 부분, 의도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많이 얻은 부분 그런 것들이 2집에 담겨 있기 때문에 제가 느끼기에 굉장히 가치 있는 음반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런 가치 부분에서 "음악이 내게 어느 정도 만족감을 줬느냐"도 있지만 대중이나 평단이 그 이상의 것들을 이해해주신다고도 느꼈고요.

 

용: 다들 그래서 2집 만족하십니까.

 

Y: 네, 그걸 질문으로 하죠. (웃음)

 

승: 그런 게 있어요. 저 같은 경우는 2주 동안 장기휴가를 내고 녹음하러 갔던 거기 때문에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어요. 그런데 뭐가 좋았냐면, 모든 전 과정을 같이 하잖아요. 예를 들면 누군가 녹음을 하고, 다른 사람이 디렉팅을 하고, 또 다른 멤버가 다른 일 하다가 도중에 와서 파트만 하는 게 아니라. 한 장소에서 다같이 연주를 하다 보니까. 나중에 최종 녹음된 라인을 들어볼 때 녹음의 전 과정이 머릿속에 그려지고, 제 악기만 들리는 게 아니라 이때 현서언니가 베이스를 어떻게 쳤고 용민오빠가 기타 라인을 어떻게 받고, 경준오빠나 동률이가 리듬을 어떻게 만들어주셨고, 사비나가 어떻게 호흡을 끊어가고 이런 고민의 과정들이 머릿속에 다 그려졌어요. 그게 저에게 굉장히 특별했는데, 그 동안 전 밴드를 했다고는 하지만 트랙을 따로 녹음해서 보내거나 그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혼자서 수정을 하거나 이런 작업에 익숙했던 터라서, 이 시간이 아니었으면 정말 못 했을 것 같은 경험이다. 앞으로도 기억에 남을 것 같고 당연히 이렇게 또 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용: 다음에 반드시 해외에서 한 1년 하는 걸로.

 

동: 갔다 와서…

 

Y: 실업자 되시면 안 되는데. (웃음)

 

동: 가족들 먹여 살려야 하는데. (웃음)

 

Y: 같이 가셔야죠.

 

용: 그래, 이민가야지 뭐. (웃음) 저의 개인적인 생각은 이번 2집이 앞으로 나올 앨범들 중에서 가장 안 좋은 앨범이에요. 저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번에 녹음할 때 수록된 곡들보다 훨씬 좋은 곡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괜찮은 곡들이 많이 있었어요. 하지만 색깔이 너무 안 맞거나, 너무 대중적으로 갔다든지, 너무 직설적인 느낌들의 곡도 좀 뺐어요. 과도기적인 느낌에서 벗어나는, “벌써 이렇게 가도 될까?”싶은 곡은 뺀 거죠. 그렇게 봤을 때 사비나도 그렇고, 앞으로의 3집 또는 그 사이에 나올 EP앨범이나 싱글앨범들을 생각해봤을 때, 좀 섣부르고 경솔한 표현일지도 모르겠지만 2집 앨범에 있는 곡들보다는 조금 더 발전되고 좋은 음악들이 계속 나오겠다는 기대감이 있어요

 

Y: 녹음에서 특별히 마무리를 장식한 트랙이 있나요?

 

현: 「그리운 봄날」 아닌가.

 

사: 네. 마지막 작업했던 건 「그리운 봄날」이었어요. 그리운 봄날은 밴드 사운드가 나중에 합주를 하면서 노래가 끝나요. 합주 자체가 노래의 끝이라는 점에서 녹음의 끝으로서도 의미가 있어요. 그 이후에 세부적으로 각자의 파트를 녹음을 했고요. 사실 이번 앨범도 심리적으로는 서로 조율해가면서 애쓴 점도 있었지만 결국 어려운 작업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각자가 이미 가진 것을 감성만 맞춰가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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