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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나와 드론즈의 이야기 : #3. 만남 - 사비나와 베테랑 드론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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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조용했지만 묵직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1집으로부터 5년이 지나, 사비나앤드론즈가 2집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그만의 ‘어두운 독백’이 한결 ‘부드러운 전언’이 되어…. 시간이 초래한 변화도 있겠지만 더더의 김영준과 함께였던 이전과 달리 당당한 ‘밴드’라는 울타리 속 멤버들과 함께 하게 된 구조적 변화의 원인도 크리라 생각했다. 유난스러웠던 2016년의 여름이 이제 막 기승을 부리던 7월의 어느 날, 문득 멤버 전원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리라 생각했다.

 


 

○ 인터뷰어: 정병욱(음악취향Y)

○ 인터뷰이: 사비나(보컬), 조용민(기타), 정현서(베이스), 유승혜(건반), 민경준(일렉트로닉스), 김동률(드럼)

○ 일시 : 2016년 7월 21일 목요일 19시 ~ 22시

○ 장소: 합정역 모 카페

○ 들어가기전에

    (1) 시간적 순서가 아닌 내용적 순서에 따라 편집하였습니다.
    (2) 요청에 따라 인터뷰 중 등장한 일부 아티스트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3) 될 수 있는 한 대화 그대로 녹취하였습니다.

 


 

근황

시작 - “서로 다른” 음악 이야기

만남 - 사비나와 베테랑 드론즈

합일 - Don’t Break Your Heart

저마다의 시간

그 밖의 이야기들

 


 

“멤버이자 팬”이라서 하는 밴드

 

Y: 다음 질문에 앞서 당연한 질문 하나만 확인드리고 갈게요. 2집의 사비나앤드론즈는 완전히 밴드 체제인거죠? 사비나앤드론즈는 밴드입니까?

 

사: 네, 밴드입니다.

 

용: 네, 그렇죠.

 

Y: 1집과 다르게 밴드 형태인 건데, 사비나님의 경우 음악 활동의 시작이 사비나앤드론즈이었던 반면 다른 분들은 전부 각자 음악을 하시던 분들이잖아요. 멤버 분들이 밴드 사비나앤드론즈에 정착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현: 그냥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그랬어요. “우리 같이 하자”

 

승: 저는 좀 다르게 말하자면, 일종의 감이 왔어요. 촉이라고 해야 할까. 뮤지션들 특유의 촉이었던 것 같아요. “이건 꼭 해야겠다. 그냥 닥치고 하자.”

 

용: 그게 딱 정확한 표현이네. 닥치고 해야 된다는 게.

 

승: 말이 필요 없었어. 이건 해야지.

 

Y: 경준님은 하실 말씀 없으세요?

 

경: 저는 글쎄요. 그 때가 언제였지.

 

용: DJ 페스티벌 한창 할 때였어. 그 때 처음 왔어.

 

승: 월디페.

 

용: 맞아. 월드 DJ 페스티벌. 월디페 준비하다가 그건 무산되고 멤버로는 남은 상태였어.

 

올해로 10회째 맞는 월드DJ페스티벌

 

경: 솔직히 1집 할 때는 크게 할 게 없었는데 도움이 필요하다고 해서 합류하면서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중간에 갑자기 멤버 공백이 생겼을 때도 하고. 딱히 잘 기억이 안 나는 것 같은데. (일동 웃음) 너무 자연스럽게 같이 하게 된 것 같아서.

 

현: (경준 씨가) 같이 공연할 때 영상 같은 것도 하니까.

 

경: (사비나앤드론즈) 하기 전부터 용민이 형하고는 다른 팀에서 같이 세션도 했고.

 

Y: 하이미스터메모리 말씀이시죠?

 

용, 경: 네.

 

현: (용민, 현서, 경준) 이렇게 세 사람은 용민이밴드도 같이 했었고.

 

Y: 용민이밴드요?

 

용: 세션이었어요.

 

현: 용민이가 밴드마스터.

 

용: 네. 그렇게 했었고.

 

현: 저는 또,

 

승: 저희도 교집합이 계속 있었죠. 20대 때의 다른 밴드. 스피카. (용: 전설의 스피카 (웃음))

 

용: 저는 원래 주로 음반 프로듀싱 작업을 했었어요. 음반 녹음을 거의 2백장 이상 프로듀싱을 했거든요. 전에는 가요도 하고. 당시에 가요작업 계속 할 때였어요. 박상민 씨, 포지션, 이수영 이런 앨범 작업을 한창 할 때였는데 홍대에 있던 친구들이 좀더 노동적으로 퀄리티 있고, 대중적으로 다가설 수 있는 앨범들을 만들고 싶어 하는 거예요. 그 친구들이 도움을 청하기 시작했어요. 올드피쉬의 형수가 맡고 있던 옥상달빛 EP앨범이라든지. 하이미스터메모리즈라든지. 그런데 이상하게 홍대 작업을 하면서부터는 욕심이 전혀 안 생겼어요.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게 우선이 된 거죠. 감투에 대한 건 이미 충분히 할 만큼 했으니까 욕심이 없어졌어요. 돈도 마찬가지고. 그 과정에서 사비나앤드론즈를 만났죠. 엄밀하게는 사비나앤드론즈를 만난 후 달라졌어요.

 

옥상달빛 데뷔 EP앨범 『옥탑라됴』(2010)

 

Y: 중요한 시기였네요.

 

용: 당시 현서 누나랑 황보령=스맥소프트 하고 있었을 때였고 현서 누나를 벨로주에서 만났을 때였어요.

 

Y: 사비나를 그 때 처음 보셨다는 거죠?

 

용: 처음 본 거죠. 벨로주에서. 사비나앤드론즈 EP 앨범과 1집 앨범 사이였어요. 저는 그 때 ‘이런 스타일의 음악을 틀었네.’ 생각하고 봤는데 리허설을 하고 있는 거예요. 음악을 튼 줄 알았는데. 노래를 너무 잘하고 우리나라 음악 같지 않고 너무 좋은 거야. 현서 누나가 유심히 보더니 “저 쪽 밴드가 없나보다” 그러더니 현선 누나가 그 쪽으로 가서 같이 연주하는 것에 대해 얘기를 하고, 결국 들어갔어요. 저는 한동안 가요를 하느라고 정신없이 바빴는데 6개월 정도 지나니까 누나가 오라고 하더라고요…  얘기 나오고 나서도 두 달 정도 못 가고 있었어요. 누나가 “너 진짜 와라, 꼭 와라”라고 하는데 “누나 진짜 시간이 없어서. 하고는 싶은데 시간이 없어서…”라고 핑계 댔어요. 사실 한 번 하면 이제 끝까지 해야 하는 거니까 나름 심사숙고를 한 거기도 하죠. 안 그래도 사비나의 음악스타일도 되게 깊다고 하니까…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은 드럼 치던 진실이 형한테 욕을 먹었어요. “야 네가 아무리 바빠도, 사비나 음악 진짜 잘하잖아. 노래 되게 잘하잖아. 해야 하는거 아니냐. 네가 뮤지션이랑 같이 연주도 해야 하는 거 아니겠냐?” 그래서 결국 그 때 딱 갔어요. 그런데 막상 오고 나니까 너무 좋은 거예요. “그만 버티고 진짜로 해야겠다.” 싶었어요. 당시 건반이 물렁곈이었는데 그 때 제 솔직한 심정으로, (사비나한테도 얘기했지만) 사비나앤드론즈는 사비나 오십, 물렁곈이 오십이었어요. 물렁곈은 연주자인데도 연주에 파워가 있는 거예요. 눌러주는 파워. 디지털 건반이라는 게 사실 이렇게 누르나 저렇게 누르나 똑같아요. 그런데 가지고 있는 사람의 느낌이라는 게 있었나보더라고요… 사비나와도, 물렁곈과도 같이 무대에 서고 싶더라고요. 사비나의 50%와 물렁곈의 50%가 아니었으면 진짜 안 했을 거예요.

 

물렁곈과 함께한 온스테이지 「Stay」

 

용: 제 경우, 20대, 30대 때까지만 해도 음악을 해서 돈을 버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좋은 음악을 남기고 죽는 게 더 중요한 상황이죠. 뭐 그렇게 해서 돈을 벌면 더 좋은 거고, 아니어도 상관없어요. 사비나앤드론즈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많이 바뀐 거예요. “아, 그 동안 내가 남의 음악만 너무 많이 했다. 죽기 전에 뭔가를 만들고 싶다. 그게 단순히 기타 연주자로서보다는, 뮤지션으로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요 일을 슬슬 정리하고, 홍대 일에 전념하면서, 레슨도 좀 늘렸어요. (웃음) 페이가 없으니까. (웃음) 협회에도 평생 가입 안 했었는데 가입하고. 그런 식으로 생각을 많이 바뀌었죠.

 

사: 굶어죽지 않고 잘 벌고 있잖아요. (웃음)

 

용: 굶어죽진 않아.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한테 얘기 들었겠지만, 절대 나는 굶어죽지 않을 스타일이야.

 

Y: 사비나 음악에 반해서 시작하신 거네요.

 

용: 처음부터는 아니었어요. 왜냐하면 음악을 유심 있게 들었던 게 아니라, 음악이 “뭐, 괜찮다” 이런 정도로 시작을 한 건데 같이 해보니까 더 좋아하게 됐어요. 하면서 사비나의 팬이 되었다는 것 같아요. 사실은 현서 누나랑 진실이 형이랑 누구 다 있으니까 살짝 끌려가는 느낌으로 한 거였고요. “아 이런 스타일의 음악을 왜 난 몰랐지?” 하면서 빠져들면서, 사비나의 세계에 젖어들게 된 거죠.

 

Y: 동률 님은요?

 

사: 동률 씨는 드러머 좀 구해달라고 용민 오빠가 얘기했더니, 본인이 하면 안 되겠냐고 했어요. (웃음)

 

용: 얘기했더니 바로 구해지더라고요. (일동 웃음)

 

사: 아, (드러머) 있습니다. (웃음)

 

동: 아 여기 있어요, 저요. (웃음)

 

용: 제가 빠르게 구한 거죠. 최고의 드러머입니다.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굉장히 유명한, 최고의 드러머. 이번 앨범으로 합류하자마자 춘천에 이틀이나 와있었죠. 와서 고생하다가 갔죠.

 

Y: 근데 사실 말이 이틀이지, 되게 짧잖아요?

 

사: 정말 “이틀만에”죠. 그럼에도 두 분의 콤비플레이가 굉장히 좋았고요.

 

Y: 하이미스터메모리즈 시절부터의 콤비플레이인가요?

 

용: 옥상달빛 때도 했죠

 

Y: 아 옥상달빛에서도…?

 

동: 네. 시작은 옥상달빛에서부터였어요.

 

용: 옥상달빛, 하이미스터메모리즈가 대표적이었고, 사실 그 외에도 세션활동을 워낙 같이 많이 했어요. 같은 학원에 출강해서 친한 사이인데, 이번 앨범 때 만나서 “사비나앤드론즈 2집 앨범 드러머가 필요하다.” 했더니 “어…….” 한참 생각하더니 “저는 어떠세요?” 이러더라고요. “제가 하면 안 될까요?” (일동 웃음)

 

Y: 용민 님이 말씀하시는 것 중 왜곡하시는 거 있거나 하면 얘기하세요.

 

사: 반박하셔도 돼요.

 

동: 역사왜곡이지. 완전히.

 

용: 왜곡이 아니잖아. 왜곡 아니야. 네가 얘기해봐. (웃음)

 

동: 아니 “녹음을 하려고 하는데, 스케줄 괜찮냐?”이래서 “아유, 저 시켜주시면 감사하죠.” 이렇게 된 거죠.

 

용: 아 맞다 그래. 녹음을 처음에 이제 하려고….

 

Y: 많이 다르…. 어감이 많이 다른데요? (웃음)

 

동: 그렇죠, 그렇죠. 많이 달라요. (웃음)

 

용: 아니야-. 처음에 멤버를 먼저 구하고 그 다음에 녹음….

 

동: 아니야 녹음을 먼저 한 거야.

 

용: 녹음을 먼저…

 

동: 왜냐하면, 일단은 형네가 풀 세션으로 활동을 할 때가 아니었어.

 

용: 진실 형이 나가고, 드러머가 공석으로.

 

동: 녹음을 할 수 있으니, 그러니까 그게 녹음 바로 전이 아니고 한참 전이었어요. 한참 전에 계속 이제 학원에서 만나서 얘기하고 그러고 있다가, 이제 작업을 할 수도 있는데 하게 되면 녹음을 해줄 수 있냐고 물었죠. 그래서 “어, 저야 뭐 시켜주시면 감사하죠.” 이렇게 된 거예요. 그런데 그러고 나서 계속 말이 없으신 거예요. 전 그냥 ‘구했나보다’ 생각했죠. 어차피 저는 가족이 있어서 밴드를 전업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니까. 하고 싶긴 한데 선뜻 말을 못 하겠더라고요. 그러다 갑자기 어느 날, “녹음 이제 해야 할 것 같은데 할 수 있겠냐”해서 기다렸다는 듯이 시작한 거죠.

 

Y: 사비나앤드론즈 음악을 전부터 알고 계셨고요?

 

동: 네, 네. 사비나는 용민이 형이 들어가기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 때도 한창, 나름 핫 이슈였어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웃음)

 

용: 중요한 건 본인이 하고 싶어 하는 의사가 강했어요. 본인도 하고 싶어 하고, 우리들도 필요로 하게 되면서 객원멤버처럼 자연스럽게 춘천에서 작업을 함께 했죠. 현재는…

 

동: 인턴. (웃음)

 

용: 네. 김인턴이죠. (웃음) 저희 다른 멤버들도 1집 때 인턴을 했다고 봐야죠. 4-5년. (웃음) 나머지 멤버들도 1집 때 객원멤버, 인턴을 하다가….

 

Y: 악덕 리더 맞으시네요.

 

동, 사: (웃음)

 

용: 비정규직으로 있다가 이번 2집 때 정규직이 됐고.

 

동: 근데 전 아직 인턴이라 부담이 좀 덜하죠.

 

사: 1집의 경우 앨범이 이미 나왔던지라, 이후 활동에서 정규세션을 같이 해주겠다고 해서 같이 한 건데, 사실 저는 밴드를 이끌만한 그런 성향이 아니기에 부담이 좀 있었죠. 나 혼자 하는 음악에 익숙하고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것도 저보다 한창 연배도 있고 경력도 있으신 선배 분들이시고. 음악을 같이 시작하는 친구들이 아니다보니까 굉장히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래서 1집 때 멤버 분들 세션해주실 때도 공연하기 편한 공연만 골라서 하고, 페이도 적절히 주는 것만 하고, 그 외에 작은 클럽공연이나 이런 건 전혀 안했어요. 당시 공연을 자주 안 했던 것에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그런 이유도 주된 이유였죠. 사실 2집에서도 그런 체제로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멤버 분들의 반발이. (눈치를 보며 웃음) 너무 심하더라고요. “아니다. 우리는 너랑 이미 형제 사이라고 생각하고 하는 거다”, “우리가 너의 멤버다. 다른 데 보지 말라,”, “네가 부담스러워 해도 어쩔 수 없다.”

 

Y: 멤버 분들이 먼저 손을 내밀어 주셨네요.

 

사: 네, 그래서 제가… 그 때 그래서 멤버 분들과 강제로 대화도 나누고…, 진솔한 이야기들을 했죠.

 

용: 지극히 자연스럽게 가게 됐죠. 오랫동안 세션을 하면서 2집 때는 같이 음악을 만들어보면 좋지 않겠냐는 막연한 생각들을 갖고 있다가, 이제 사비나가 회사 나오고, 우리끼리 만들 여건이 되면서부터… 2-3년 내에 있었던 일이잖아? 그 과정 속에서 음악을 만드네, 안 만드네 하고 있다가 상상마당에서 본격적으로 불을 딱 붙여주게 됐어요.

 

Y: 제작 여건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는 말씀이시죠.

 

용: 그렇죠. 그 이후는 이제 재밌게 작업을 하는 것만 남았던 거죠.

 

동: 갑자기 다른 얘기긴 한데, 어제 만난 동호회 아는 형이 있어요. 평소에 그런 얘기 안 하시는 분인데 죽을 것 같다는 거예요. 사비나 때문에. (일동 웃음)

 

Y: 사비나앤드론즈 음악을 듣고 그러셨어요?

 

동: 네. 「Don’t Break Your Heart」 듣고요. 평상시 굉장히 무뚝뚝한 사람인데 어제 만났을 때 조용히 와서 그 말을 하는 거예요. 굉장히 부끄러웠나 봐요. "나 사비나 때문에 죽을 것 같애."-"왜요?"-"너무 좋아." 그런데 이 곡 제가 듣기에도 목소리가 진짜 좋아요. 노래랑 너무 잘 맞는 것 같아요.

 

Y: 용민님, 동률님 말씀 들으면 결국 사비나앤드론즈 음악이 강한 동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용: 멤버이자 팬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아요. (사비나를 향해) 제가 바로 팬입니다.

 

동: 제가 1호 팬인데요.

 

용: 네가 1호 팬이야? 그럼 난 2호. (웃음)

 

 

“그래, (프로듀서 없이) 혼자라도 해봐야겠다. 시간도 충분히 지났으니까.”

 

 

Y: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슬슬 해야 할 것 같아요. 먼저 레이블에서 나오게 된 과정을 알려 주세요

 

사: 처음에는 물렁곈을 통해 레이블에 들어가게 됐어요. 김영준 프로듀서님과 함께 셋이 거의 레이블의 주축이자 전부였죠. 그 안에 있을 때 제가 음악을 만들고, 같이 하는 시간이 정말 즐거웠어요. 당시엔 그래서 사실 저는 “물렁곈이 사비나앤드론즈 멤버다.”라는 마음까지 있었어요. 1집 앨범 만드는 데에도 도움을 많이 주었고, 제 음악을 이해해주려고도 노력을 많이 해줬죠. 굉장히 사이가 좋았어요. 그러다가 물렁곈이 《TOP밴드》(2011)에 나가면서 독립을 하게 된 거죠. 이후 물렁곈은 외국에 갔고 레이블도 자연스레 해체가 되었어요. 무엇보다 김영준 씨가 가정도 있으시고요. 원래 정말 어려운 와중에도 본인이 원하는 음악 프로듀싱 하시고 열정적으로 도와주시던 분인데, 여건이 안 되다보니까 현재는 일단 기업체 음악 전담 프로듀싱을 하고 계시는데 막상 당신 음악을 못 하시죠. 아무래도 저는 이제 작업을 같이 하기가 어려워졌죠. 시간도 없으시고….

 

《TOP밴드》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포(POE)

 

사: 제가 레이블에서 바로 나오지는 않고 기다렸어요. 그러다가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죠. 처음에는 “한 1-2년 정도 다른 사람하고 작업하지 않고 기다리겠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아무래도 그게 늦어진 거죠. 그런데 멤버들이 “우리끼리 같이 해보자”라고 하는 거예요. 사실 그 때까지도 저는 김영준 씨 프로듀싱으로 음악을 만들 생각 했어요. 멤버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어요. 워낙에 제가 “다른 사람이 내가 원하는 대로 딱 해줄 것이다.”라는 기대를 안 하는 성격이라, 멤버들이 “우리끼리 하자”,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다”라는 의견에 조금씩 동조된 거죠. 당시 레이블이라는 게 사실 프로모션이라든지 기획사가 해주는 역할은 전혀 없었어요. 같이 음악 만드는 게 다였죠. 그러다보니 프로듀싱이든 프로모션이든 이제는 혼자 해야 할 타이밍이구나 생각을 했죠. 스승님께 많이 배웠으니까 지금 내게 신경을 쏟으실 여력이 없으시니까, 혼자라도 해봐야겠다. 시간도 충분히 지났으니까….

 

Y: 스스로 독립한 뒤 멤버들과 함께 하면서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사: 멤버들이 다가오기 전의 저는 딱 그랬어요. 한 곳만 바라보는 사람 있죠? 주변은 돌아보지도 않고 정말 한 곳밖에 못 보는 사람. 일을 하면서, 음악 하면서 워낙에 내가 하고자 하는 것들은 많고, 그랬던 어린 시절이어서 “내가 원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소리 내는 데에만 정신이 팔렸었죠. 어디 다른 곳 돌아볼 겨를 하나 없이 그냥 오로지 하나만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었고. 공연을 즐기거나 하지도 않았어요. 공연을 즐기는 게 아니라, 제가 좀 그런 게 없어요. 뭐라고 할까. 하여튼 좀 FM이에요. 그러다보니까 앨범에서 만들어내는 음악이나 멜로디, 가사 이런 것들이 다 그 때 당시에 느꼈던 아픔이나 절망이나 힘든 감정들이었기 때문에, 가끔씩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면 공연 자체가 굉장히 어려웠죠. 정말 어려웠어요.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내 힘들었던 감정을 다 드러내고 절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음반까지는 내가 벽만 보고 노래를 한 거니까 괜찮은데 이게, 앞에 사람을 두고 하려니까 정말 너무 괴롭더라고요. 공연 끝나고 나면 울기도 하고, 허탈하고, 무척 힘들었어요. 즐겁지도 않고... 2집에서 멤버들과 같이 다니면서 많이 달라진 거죠. 공연하는 날이면 제가 아침부터 아주 마음을 비장하게 먹고 가거든요? 그러면 오빠나 멤버들이 일부런지 한 번씩 툭툭 건드려요. 농담도 막 하고.

 

용: (웃음)

 

사: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처음에 저는 “저 건드리지 마시라”고 그랬는데. (일동 웃음) 공연하기 위해서 감정을 잡아야 하니까 그랬는데, 지금은 멤버들하고 같이 다니는 게 너무 즐거운 거예요.

 

용: 적응 다 됐네. (웃음)

 

사: 꼭 이렇게, 어렵고 힘들고 무겁게만 하는게 좋은 것만은 아니구나. 옆에 있는 사람들이 내 부족한 면에 대해서 채워주기도 하고, 이야기도 해주고, 재밌게도 해주고 이런 부분들을 제가 조금씩 받아들여가기 시작했었어요. 참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보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용: 시아(Sia) 있잖아요.

 

사: 아, 「Chandelier」….

 

Y: 아, 네.

 

용: 병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내적인 어려움이 있어서, 벽을 보고 노래를 하고 뭐 그런…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런 걸 보고 사람들이 위로를 받죠. 저 사람이 저런 상황에서도, 절규하는 가사와 목소리의 힘 있는 느낌에서, 감정을 강렬하게 느끼고 감동을 받고…. 그 사람이 그렇게 해서 실제로 자살이라도 하게 되면 그것도 물론 레전드가 될 수도 있겠지만, 거꾸로 저는 그 사람이 그것을 딛고 어느 순간 사람들을 수줍지만 똑바로 보면서 노래를 하면 감동이 한 백배 될 것 같거든요. 한 천배? (웃음) 그런 뭔가,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게 긍정적인 생각인지 일반적인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아픔을 치유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위로하는 방법도. 사비나가 갖고 있었던 방법은 본인의 아픔을 사람들한테 보여줌으로써. 조금씩 변해가는 거예요. 사람이 삶이 변해가면 음악도 변해가는 거니까.

 

Sia 「Chandelier」(2014)

 

Y: 개개인 아니라 팀으로서도 나름 우여곡절이 있었을 것 같은데 음악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용: 힘이 안 들었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인 것 같아요. 쉽게 만든 앨범은 없을 것 같아요. 어떤 앨범이든 장고 끝에 나오기 마련이고. 사실 제작과정보다는 특별히 있었다면 음악적인 부분 같아요. 그 전에 활동했을 때는 1집에 있었던 음악을 그대로 연주하는 세션 형태로 활동을 했어요. 그런데 2집 때는 우리가 만든 곡을 우리가 편곡해서 우리가 프로듀싱을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의견 충돌이 많았어요.

 

Y: 주로 앨범의 방향성 때문인가요?

 

용: 그렇죠. “1집의 색깔을 어떻게 유지하고 가져갈 것인가.” “2집으로 어떻게 연결을 하고 각 노래들은 어떻게 편곡을 할 것인지”에 대한 충돌이 많았죠. 사실 그 전에는 그럴 일이 없다가 2집에서 서로 간 본격적으로 부딪쳐보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치고 박고 싸운 적은 없는데요. (웃음) 사실 그 전까지는 얼굴 붉힐 일도 없고 언성 높일 일도 없이, 다들 좋게 친하게만 지내다가, 처음으로 이제 각각 서로의 주장을 내보이면서 음악적으로 충돌해보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Y: 사실 밴드를 하면 어느 팀이나 겪는 과정이잖아요.

 

용: 그렇죠. 적당히 모이고 마는 그런 게 아니라 진정한 밴드라면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런 과정들이 2집 준비하면서 잘 나왔던 것 같아요. 앞으로 3집이나 4집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과도기적인 시기였던 거죠.

 

사: 멤버들이 적극적이었어요. 보통 음악가가 팀을 하다가 솔로를 하면 홀로서기를 해야 하잖아요. 따로 따로 나눠서 하던 부분들을 혼자서 하게 되기 때문에 어려움이 생기게 마련인데, 저희는 반대 상황이었어요. 혼자서 이것저것 생각해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는데, 각자 자기의 소리를 가진 사람들이 팀을 이루다 보니 정반대의 어려움이 생길 거였죠.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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