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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취향Y》 선정 2019년의 앨범 아티스트 “다크미러오브트레지디” : #3. DMOT의 옛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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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의 DMOT가 만들어지기까지


: 그러면 다시 옛날 얘기로 돌아가 볼께요. 1999년에 만들어진 곡이라는 얘기를 하셨잖아요? 그렇다면 경선씨가 1999년도에 이 곡을 설계하기 전의 얘기를 잠깐 들어보고 싶어요. 다른 멤버 분들도 DMOT에 합류하기 전까지의 이야기들도 듣고 싶구요. 어떻게 해서 이런 모양새를 갖춘 밴드로 모아지게 되었는지, 옛날 얘기 좀 부탁드립니다.

 

: 일단 저희 다크 미러 오브 트레져디는 2003년 결성 되었구요. 1999년에 제가 『The Lord ov Shadows』를 스케치 했을 때는 그야말로 저 혼자였죠. 그리고 저는 DMOT가 이런 밴드의 형태를 가질 거라고는 생각을 안했어요. 원맨밴드로 혼자 작업을 하게 되겠지 라고 생각을 했죠. 밴드를 해서 공연을 한다 이거는 상상을 해본적도 없구요. 그래서 데모를 만들면서도 계속 원맨밴드로 있었구요. 그렇게 계속 있다가 2002년도에 제가 제대를 했거든요. 제대를 해서 음악을 열심히 해야겠다 결심을 하고 데모를 몇 개를 만들었어요. 당시에 밀림(www.millim.com) 이라는 자신의 음원을 공개적으로 발표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그 사이트에 데모를 한 서너 곡을 올렸죠. 그리고 두 개의 레이블에서 음반을 내보자고 연락이 왔는데, 한 곳이 1집을 발매하게 된 이온아트웍스였고, 다른 한군데는 한국 헤비메탈에서 가장 흑역사가 될 그 레이블이었어요. 이온아트웍스랑 계약을 하면서 요구사항이 라이브를 하라는 거였어요. 그래서 밴드 멤버를 모았는데 초기 멤버들 중에는 이러 저러한 이유 때문에 지금까지 남아 있는 사람은 저 하나 밖에 없죠. 초기 멤버들이 다 나간 뒤 첫 번째로 밴드에 합류한 친구가 중곤이였고, 나머지 멤버들은 이제 그 뒤로 차근차근...

 

: 1집 때도 중곤씨가 멤버로 있는데요?

 

: 네, 1집이 2004년도에 녹음을 한 거니까, 중곤이가 들어온 다음 녹음을 한 거죠.

 

: 그걸 녹음하고 제가 군대를 갔어요.

 

: 없는 동안 김재하(메써드)가 기타를 맡았죠.

 

: 재하씨가 분장했다는 시기가 바로?

 

: 네, 바로 그렇죠.(웃음) 그런 후 2005년도에 김승휘, 2006년도 정종곤 제대 후 재합류, 2007년 경호, 그리고 2014년도에 키보디스트인...

 

: 2016년도!

 

: 아, 2016년도부터 키보드의 전지니가 합류했습니다

 

: 결국 승휘씨가 재합류 없이 가장 오래 활동한 멤버네요, 2집부터.

 

: 네.

 

: 재결성, 재합류 그렇지만 사실 키보드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2집부터 쭉 함께 한 셈이기도 하군요.

 

: 네, 2집부터 똑같습니다.

 

: DMOT를 만든 분은 그렇다 치고, 가장 먼저 합류하셨던 중곤씨는 어떤 연유로 이런 검은 동네에 들어오시게 된 거죠?

 

: 조금 웃긴 얘기가 될 수도 있는데요.

 

: 웃긴 거 좋아해요.

 

: 사실 경선이 형이랑 저랑 같은 학교 학생이었거든요.

 

: 고등학교인가요?

 

: 아니요, 대학교 때.

 

: 전공도 같았나요?

 

: 다른 전공을 했습니다. 저는 기타를 전공을 했는데, 기타를 전공하기로 하기 전에 다녔던 학교에서 경선이형을 만나게 됐죠. 그때 저는 20살이었는데, 사실 이런 장르에 대해 정보나 지식이 많이 없던 상태였습니다. 메탈이라는 걸 들어도 익스트림 계열까지는 잘 듣지 않았던 상태여서, Pantera 정도까지만 들었던 정도였죠. 그런데 메탈이라는 게 듣다 보면 점점 더 쎈 걸 찾게 되고, 그럴수록 기존에 듣던 게 점차 심심해지고 그런 게 있잖아요. 그런 상태에서 경선이 형을 만나서 전수를 좀 받았죠. 전수를 좀 받고 사상 주입도 받아서 (웃음) 그때 같이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근데 되게 짧은 기간이었어요. 제가 1집을 녹음하고 바로 학교를 옮긴데다 군대를 가게 되고, 근데 그 짧은 기간 동안 경선이 형하고 시간을 많이 보내긴 했어요. 1집의 모든 작업은 대부분 경선이 형이 구상하고 만들어낸 거지만, 경선이 형이 작업해 놨던 내용이 그 당시에는 허접하다고도 할 수 있는 정말 단순한 스케치들이었거든요.

 

: 대부분 경선씨 혼자 미디로 작업을 한 거였겠죠?

 

: 네, 그걸 놓고 둘이 같이 조금씩 고민도 더하고. 경선이 형이 저한테 “야, 이런 거 연주해 줄 수 있겠냐” 이렇게 요구를 하면, 기존 곡 위에 제 기타 스타일을 얹어서 더 치기도 하고 그런 식이었죠. 그렇게 하다보니까 지금 여기까지 왔네요. 뭐 주로 그렇게 가는 거죠.

 

: 그래 그때는 주로 어떤 사상을 주입을 받으셨어요?

 

: 아, 뭐 주입이라기보다는...

 

: 더 물어보면 뭐...

 

: 조금 있다가 두 사람은 술과 담배를 계속 주면서...

 

: 블랙메탈 들려주고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긴 한데, 계속 좋다고 반복해서 얘기해주고.

 

: 좋아지더라구요. (전원폭소)

 

: 쉽지 않은 일인데.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데스메탈 쪽은 정말 좋아하는데 블랙 쪽은, 전혀 안 들었다고 할 순 없지만, 어느 정도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거든요. 그럼 다른 분들은 어떠신지 모르겠네요. 그럼 중곤씨 다음에 밴드에 합류하신 분이?

 

: 저에요 (전원 웃음)

 

: 원래 스타일이 이런 음악을 좋아했던 건 아니잖아요?

 

: 전혀 아니에요. 저는 지금도 이렇게 앞에서 보컬이 꺅깍 거리고 있으면 ‘내가 이런 걸 하고 있네’ 이런 느낌이 드니까요. 밴드에 합류하던 당시에 X-Japan 카피밴드를 했었어요. 그랬다가...

 

: 그때도 속도감 있는 드럼 연주는 좋아하셨군요.

 

: 네, 그랬는데 우연히 경선이형을 만나게 됐죠. 경선이형 공연에 스텝으로 있었거든요.

 

: 특정 밴드의 스텝?

 

: 공연장 스텝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러갔었죠.

 

: 그러다 어떻게 연이 된 거죠. 마침 DMOT가 드러머가 필요했데요. 그래서 세션으로 공연 몇 개만 같이 하기로 하고 공연을 하게 됐는데, 일단 DMOT 음악이 갖고 있는 서정적인 부분이 되게 좋았어요. 곡이 그래서 블랙메탈 뭐 이런 건 전혀 생각도 못했었구요. 제가 쭉 기독교집안에서 자라서.

 

: (폭소) 아, 웃어서 죄송합니다.

 

: 아닙니다. 대학교에서 실용음악 전공을 했고 대학교 1학년때 DMOT에 합류를 했는데 초반에는 연주가 되게 정제되지 않았던 거 같아요. 어떤 뮤지션들이나 그렇겠지만 입시에 맞춘 연주를 했던데다 진짜 나이도 어렸으니까 연주에 노트만 막 때려박던 과정들을 지나쳐 오면서 이 앨범까지 이르게 된 것 같아요. 『The Lord ov Shadows』 앨범 앞에서 저는 이런 생각이 들어요. 같은 멤버들과 오랫동안 활동을 했잖아요. 일단 시스템이라든가 합주, 뭐 앨범을 만드는 과정, 이런 게 10년이 넘는 시간을 같은 멤버들과 한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이렇게 버텨낸 우리가 누려야할 특권이라고까지,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 처음에 밴드 합류하고, 공연 세션을 위해선 1집을 듣고 카피를 해야 하잖아요?

 

: 네.

 

: 1집 처음 들었을 때, 그때는 어땠어요 ?

 

: 듣기도 무서웠어요. 카피를 하는 것도 무서웠고.

 

: 꽥! (전원 폭소)

 

: 꺅이겠지 꺅!

 

: 꺄악 !!

 

: 그럼 변박이나 이런 부분이 힘들었던 게 아니라.

 

: 아니 연주에 있어서 힘든 건 없었어요. 그런 건 없었는데 그냥 이 음악을 들으면서 다른 부분들은 ‘우와~ 멋있다, 멋있다’ 그랬는데 경선이 형의 보컬이 너무... 저에게는 너무 거부감이 컸어요. (다른 멤버 모두 웃음)

 

: 저도 처음 DMOT의 노래를 듣는데, 노래 부분에선 이렇게 (한쪽 이어폰을 빼고) 들었어요. 나중에는 너무 무서워 가지고 한쪽만 꽂고...

 

: 아, 이어폰 한쪽씩만 꽂고.

 

: 듣다가 노래만 하면 뺐다니까, 무서워 가지고. 겁이 나니까.

 

: 아니 저는 그 정도는 아니었고, 그냥 계속 듣다 보니까... 경선이 형이라는 사람을 알잖아요. ‘아! 내가 아는 형이 여기서 소리 지르고 있구나’ 그랬거든요. 그러다보니 이제 약간 처절함의 매력 같은 게 조금씩 느껴지게 됐어요. 계속 들으면서 첨엔 좀 그러다가 이 음악의 매력을 조금씩 느끼게 된 거죠. 점 점 점 점....

 

: 승휘 씨는 이번에 처절함에 끝판왕 두 분(DMOT, 매드맨스에스프리)과 모두 작업을 같이 하신 거잖아요?

 

: 하하하~ 많이 많이 우울한 음악이죠.

 

: 딴 얘긴데, DMOT로 단련된 처절함에 대한 감각이 매드맨스에스프리의 세션 하실 때는 좀 편하게 작용한 게 있나요?

 

: 아... 네, 엄청나게 있었던 것 같은데요. 사실 저 같은 경우에는 이제 좀 취향이 약간 더 많이 저쪽으로 간 느낌입니다만, 그래도 초반에는 좀 적응하기 어려웠고, 지금도 사실은 적응 해가는 단계 같아요.

 

: 그러니까 저도 궁금해서 여쭙는 겁니다. 저는 CD를 사서 뜯고, 딱 한 번 듣고나서, 이걸 어떻게 들어야 되나 고민에 빠지게 되더라구요. 저에게도 되게 어려웠었거든요.

 

: 마찬가지였는데요, 계속 듣다 보니까 점점 이제 들리고 음악적인 공감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까 저의 경우는, 바로 ‘와~ 좋다’ 이런 거보다는 이 음악이 가진 감정적인 부분이 오래 많이 남아있는 것 같아요.

 

: 오히려 저는 나중에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오히려 이해가 좀 됐어요. 그런데 처음에 뮤직비디오를 보지 못한 채, CD를 통해 음악부터 들었거든요. 처음엔 내가 뭔가 잘못 샀나 싶다가 나중에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이런 캐릭터를 가진 아티스트고, 그러니까 이렇게 음악이 나왔나보다 약간씩 이해가 되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자, 그럼 보컬이 나올 때마다 이어폰을 뽑아야 했던 재민씨,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취향이 아니었던 DMOT에 합류를 하시게 된 겁니까?

 

: 저는 부산출신이구요, 고등학교 때 처음 베이스를 치기 시작했어요. 졸업을 하고 서울에 와서 인터넷 카페에다 그냥 ‘베이스를 치고 공연하고 싶은 사람입니다’라고 올렸는데, 제일먼저 연락이 왔던 게 DMOT였어요.

 

: 어디에 그런 광고를 올리셨나요?

 

: 그게... 다음 카페였나?

 

: 뮬(www.mule.co.kr)이었던 거 같아요. 우리가 처음에 연락한 게.

 

: 그 때면 나는 뮬을 몰랐을텐데?

 

: 아이디를 빌렸나보지, 그러면.

 

: 형이 뮬에 가입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데?

 

: 어? 나? 가입 했었어!

 

: 아니, 아니. 재민이형.

 

: 내 말이 그러니까.

 

: 딴 사람 아이디를 빌렸다 하지, 뭐. (웃음)

 

: 그래가지고 이제 연락이 왔는데, 노래를 보내줘요. 근데 좋더라구요.

 

: 1집을...?

 

: 네, 물론 그 파일에 보컬이 없었죠.

 

: 보컬이 없이?

 

: 아~ 좋더라구요. 그래서 같이 하자고. 그리고 지금까지...

 

: 어쩌다 보컬이 없는 트랙을 보내셨어요?

 

: 그때 보컬을 녹음할 엄두가 안 났어요. 왜냐하면...

 

: 그럼 재민씨 가입 할 때가 1집 나오기 전인가요?

 

: 아니죠. 1집 내고 연락이 온 거였는데, 2집 데모를 보내줬던 거죠. 그런데 그게 가정집에 사는데 보컬 녹음을 집에서 하기는... 엄마 아빠 한테 좀 미안해요. (웃음)

 

: 저는 처음에는 Helloween, Gamma Ray를 듣고 좋아했고, 지금도 그런 밴드들 좋아하거든요. 소위 파워메탈을 좋아하는데 보컬을 빼고 들어보니까 별반 틀리지 않더라구요.

 

: 어, 약간 그런 면도 있네요. 이번에도 「The lord ov shadows Part 1」 기타 솔로에는 약간 그런 뉘앙스가 있어요.

 

: 그래서 하자고 했죠. 그리고 지금까지 온 거에요.

 

: 보컬이 없는 트랙 듣고 속아서 들어오신 건 아니구요? (웃음)

 

: 속았다기보다도 경선이가 DMOT 장르를 설명해 주니까 저도 찾아는 봤죠. 무섭기는 한데, 노래는 좋았으니까. 근데 계속 듣다 보니까, 어느 순간에 딱 이게 아름답다고 느껴질 때가 있더라구요. 나도 점점 미쳐가는 거지요. (전원 폭소) 친구들이 들어보면, 특히 음악을 모르는 친구들이 우리 음악을 들으면서, “야! 이거 보컬이 노래를 와 이렇게 부르노?” 그럼 제가 “아름답지 않냐”고 “너도 계속 들으면 아름다워 질 거다”라고 하게 되었네요.

 

: 네, 이 장르가 계속 들으면 아름다워져요. (웃음) 자, 이제 재민씨 다음으로 밴드에 합류하신, 그런데 DMOT 이전에 크레센츠 에서도 활동 하셨어요. 그러니까 지금까지 얘기 나눈 블랙메탈을 잘 모른 채 DMOT에 빠져들게 된 세 분과 달리 블랙메탈 혹은 고딕메탈 계열의 경향을 반영한 밴드에서 음악을 하셨던 경호씨의 합류기를 들어보죠.

 

: 크레센츠가 막 활동을 시작을 했는데, 얼마 후, 그러니까 몇 달 후에 DMOT 라는 밴드가 앨범을 낸 거에요. DMOT 1집 앨범을 사서 듣는데, 당시가 사실 크래센츠도 앨범을 준비하고 있던 때였거든요. 그런데 DMOT 앨범을 듣는데 너무 멋있고 너무 좋은 거에요. 기타 솔로도 너무 멋있고 좋아서, 이 앨범은 어떻게 녹음했을까 궁금하기만 했었죠. 마침 얼마 안 있다가 DMOT 공연에 저희가 오프닝으로 서게 된 거죠. 그리고 뒷풀이 때 저는 DMOT 티셔츠를 사 입고, DMOT쪽 자리에 가서, 경선이형 옆에 앉아 이것저것 막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자기 집으로 한 번 오라고 해서, 찾아갔죠. 전 분당 살고, 형은 목동 살았거든요. 그런데 갔어요. 가서 음악 얘기랑 컴퓨터로 작업하는 방식에 대해 한 20분 보여주더니 계속 술만 먹었어요, 진짜 밤새서.

 

: 근데 술 잘 안하시는 걸로 아는데...?

 

: 그때는 잘 마셨어요. 그때 술을 먹는데 항상 데려가던 데가 재하 형네 집이었죠. 셋이서 항상 술을 마셨어요, 음악 틀어놓고. 저는 그 후 크레센츠에서 음반을 내고, 군대를 가고, 휴가 나와서는 메써드 형들이나 DMOT 멤버들하고 술 마시고. 그러다가 DMOT 하라 그래가지고.... 네, 사실 저는 기억이 없어요, 합류 과정에 대해서는. 제가 워낙 좋아하는 밴드였고, 그냥 자연스럽게 DMOT에 기회가 되면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자연스럽게 들어갔던 것 같아요. 그렇게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거죠. 저는 사실 경선이형 목소리가 너무 인상적이었거든요. 그 하이 피치의 스크리밍이 저에게는 너무 충격이었어요. 그게 좀 컸던 거 같아요. 그 당시 제가 즐겨 들었던 음악들 중에 그런 보컬들이 많았죠. Cradle of Filth도 좋아하고 했었는데 DMOT가 좀 더 큰 임팩트로 기억해요, 저한테는. 비교해 들어보시면 1집 때 경선이형 목소리는... 멤버들도 다 인정하는데, 진짜 멋있죠!

 

: 사악함 그 자체.

 

: 사악함은 최고죠. 지금은 이빨이 다 빠져가지고 그 사악함이 사라졌는데.

 

: 이 얘긴 나중에 하려고 했는데,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저도 사실 1집과 2집을 들을 때, 경선씨의 목소리를 듣고, 소위 래스핑이라 부르는 이런 스타일의 보컬을 한국인도 제대로 할 수 있구나 느꼈었어요. 그런데 3집 즈음부터 조금씩 변화가 일어났거든요. 그러다가 『The Lord ov Shadows』에 와서는 뭔가 사악함의 구수함이랄까? (멤버들 웃음) 뭔가 좀 그....

 

: 사악함이 으깨지는?

 

: 네, 으깨졌다기 보다 뭐랄까. 여튼 그 변화는 뭐라고 설명해야할까요?

 

: 사실 부끄러운데요. 제가 2집 활동 중에 목을 다쳤어요. 그래서 발성을 유지 하는데 좀 어려움을 느꼈어요. 그래서 3집 때, 3집 녹음하기 전에 혼자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에 빠졌죠. 멤버들은 합주실에서만 들었으니까 제대로 못느꼈겠지만, 저는 성대의 울림이 몸으로 느껴지니까. 이 울림을 가지고 어떻게 녹음을 하나 진짜 걱정을 많이 했죠. 그래서 다른 발성을 키운 거구요. 3집 4집은 새로운 발성으로 하고 있는 거에요. 저도 안타까워요. 옛날 발성을 유지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어린 날에 잘 모르고 너무 질러대서, 지금 같은 상태가 되고 만 거죠.

 

: 오버해서 썼던 거는 이제 뭐 공연 활동에서 무리를...

 

: 그렇죠. 이게 목에 한계라는 게 분명 있는데, 그걸 무시하고 너무 질러대서... 부끄럽습니다.

 

: 창법의 문제였나요?

 

: 발성이 문제죠.

 

: 3집부터 변화했다고 느꼈던 게 맞군요.

 

: 네, 그렇죠. 소리 내는 루트도 바꿨고, 안 그랬다간 밴드를 접어야 되나 싶었으니까요. 그러니 발성을 안 바꾸면 큰일 나겠구나.

 

: 다른 멤버들은 3집에서의 경선씨 보컬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셨나요?

 

: 그런데 3집이 보컬 뿐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모두... 2집보다 오케스트레이션도 훨씬 많이 들어갔고, 그러다보니 연주라는 측면에서 굉장히 복잡해졌거든요. 3집을 저희가 작업했을 당시에는 그런 걸 신경 쓸 여력이 없었어요. 모든 파트가 진짜 각자 너무 해야 할 게 많아서, 앨범이 나오고 나서야 저희들도 앨범을 들으면서 형의 보컬 변화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형 빼고, 아니 형까지 모든 멤버들이 정신이 없었어요.

 

: 3집은 왜 그렇게 곡을 어렵게 썼나요? 엄청난 변박에, 브레이크, 브릿지가 막 나오고.

 

: 하아~

 

: 목도 나빠지는 과정이었는데...

 

: 그래서 더!

 

: 아~

 

: 그리고 3집은 이를 좀 갈았어요. 3집 준비할 때 1순위가 화려한 앨범, 정신없이 화려한 앨범을 만들어보자, 기술적인 음악의 끝을 보여주자, 작곡에 있어서도 끝을 보여주겠다, 이런 각오였어요. 그리고 저는 그 앨범이 잘 될 줄 알았어요. 오히려 욕도 많이 먹었죠. (웃음)

 

: 욕을 먹었다구요?

 

: 너무 산만하다고... 산만하다는 얘기가 나올 거라고는 생각했어요. 그만큼 화려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지금 『The Lord ov Shadows』 앨범은 140 트랙이지만 3집의 3번 트랙 「Dancing in the Burning Mirror」같은 경우에는 합창만 150트랙이 넘어가니까, 200트랙이 훌쩍 넘게 나오고 그랬거든요. 전주만 해도 수 십 번 나오고 그러니까.

 

: 3집을 들으면서 저도 그런 생각을 했던 거 같네요, 이걸 라이브로 연주 할 수 있을까?

 

: 라이브에서 구현하기 위해 고생했죠. 녹음하면서 드러머가 울기도하고.

 

: 그게 근데, 그때 어디랑 인터뷰하다 그 얘기가 나왔어요. 근데 사실은 연주가 힘들어서 운 게 아니었어요. 당시에도 녹음을 저희끼리 다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여러 가지 착오가 있었던 거죠. 뮤지션이라면 다 마찬가지겠지만 녹음이 끝나고 나서 연주에 있어 후회가 남는 건 좋을 수가 없잖아요. 문제의 사건 때, 녹음을 다 끝냈는데, 제가 생각하기에도 이건 잘했다 싶어서 만족스러웠거든요. 그랬는데 뭐였지? 그 당시에 뭔가 문제가 있었어요. 예, 드럼 마이킹에 문제가 있었죠. 그래서 그 연주를 다시 해야 한다고 경선이 형이 얘기를 하는데, 쏟아 부었던 순간이 너무 아까운거에요. 물론 경선이형 본인도 되게 스트레스 받았겠죠. 그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 다시 이렇게 다시 또 쏟아내야 한다는 생각에 억울했던 거 같아요. 연주적인 어려움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이렇게 토해내는...

 

: 소리가 마음에 안 들게 들어와서 마이크의 포지션을 바꿔야겠다 싶었어요.

 

: 그래서 마이킹을 완전히 새로...

 

: 네. 그래서 드럼 마이킹 설계를 다시해서 녹음했죠.

 

: 고용한 엔지니어라면 막 컴플레인이라도 할텐데, 엔지니어가 멤버니 자를 수도 없고.

 

(멤버들 웃음)

 

: 그런데 저는 다른 스튜디오에 가서 녹음을 하더라도, 소스가 마음에 안 들면 엎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 그 말씀은 확실히 맞는 것 같아요. 근데 이 연습실에서 녹음을 한다는 건, 제가 공간을 자세히 살펴본 건 아니지만 앰비언스를 잡는다거나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한계가 큰 곳이란 생각이 드는데요.

 

: 그렇죠. 앰비언스는 포기 합니다. 포기하고 후반작업에서 하는 걸로 가정을 하고 녹음을 하죠. 대신 정확한 소리, 위상에 문제가 없는 소리를 소스에 담는 것, 그걸 계속 고수하고 있죠.

 

: 지금까지 다른 멤버들의 이야기를 들었으니, 이번에는 페이슬리스 피아노(앨범 속지에 지니는 Faithless Piano를 연주하는 것으로 표기되어 있다)의 얘기를 들어볼까요. 이 신념없는 건반은 누구의 작명인가요?

 

: 조오기~(손경호를 가르킨다) 아니 뭐 멤버들에게 워낙 뭔가 많이 갖다 붙이길래, 그냥 또 좋은 거 하나 주는구나 했죠. 저는 특별해 보이는 게 좋았어요.

 

: 이 어둠의 DMOT엔 어떤 계기로 들어오게 되셨나요? (웃음)

 

: 친구를 잘못 만나가지고... 원래 다른 밴드들 하고 있었는데, 다 그만 두게 돼서 쉬고 있었어요. 예전에 DMOT랑 제가 활동했던 팀이 한 번 함께 공연 한 적이 있어는데, 그때 보컬리스트 김경선과 친구가 돼서 음악적 이야기 나누는 좋은 관계가 됐어요. 다른 밴드 다 그만 쉬고 있는데 부르더니 같이 하자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같이 하게 되었어요.

 

: 뭐라고 하면서 같이 하자고 하셨어요?

 

: 그냥 오라고 했죠.

 

: 그냥 오라면 오는 거구나.

 

: 항상 그런 식이었어요.

 

: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말하지 않겠습니다.

 

: 알겠습니다. 전에는 바이올린을 담당한 아티스트도 있었잖아요.

 

: 네, 그렇죠.

 

: 그 분 같은 경우에는 거의 뭐 유랑악단처럼 사시는 분이었어요. 원래 메탈 음악을 되게 좋아하는 분이었고. Pantera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팀에서 드러머로도 활동을 했던 분이기도 했구요. 원래 음악가 집안이기도 하구요. 홍난파 선생님의 증손녀인데 클래식 음악 쪽에서도 유명하던 분이었어요. 사실 저희도 바이올린 연주자를 정식 멤버로 삼을 계획은 없었어요. 그런데 그 이전 다른 바이올린 주자와 함께 해보니 이게 생각보다 콤비네이션이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바이올리니스트를 정식 멤버로 쓰자고 결론이 났던 거죠. 처음 함께했던 바이올리니스트가 나가게 되면서 새로운 사람을 구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죠. 그러면서 혹시나 하고 광고를 올렸는데 그때 연락이 왔던 거죠. 지금은 출산 및 육아 때문에 팀을 계속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번 『The Lord ov Shadows』 작업 할 때도 불러서 바이올린을 다 녹음해줬고, 여전히 밴드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는 기타 못지않게 이펙터도 많이 사용해서 음색 변화를 시킬 수 있고, 멜로디와 리프 모두 공격적으로 만들 수 있는 악기잖아요.

 

: 그렇죠.

 

: DMOT의 음악에서, 특히 이번 『The Lord ov Shadows』에서는 그렇게 공격적으로 사용되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올린 이라는 악기는 앞으로도 DMOT의 음악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는 악기라고 예상을 해도 될까요?

 

: 저의 경우, 그건 아직까지 결론이 안 난 상태입니다. 좀 더 고민해봐야 할 거에요. 왜냐하면 지금 함께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면 계속 DMOT 음악의 일부가 될 거라고 확신을 갖고 말씀 드리겠는데, 저는 일단 앨범에 수록된 음악은 반드시 무대에 올려야 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다시 말해 누군가 녹음을 하고, 만약 그 멤버가 연주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면 대체 연주자라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바이올린은 현재 그런 대체가 불가능한 상태가 때문에 앞으로 DMOT에서 어떨지 현재는 잘 모르겠습니다.

 

: 이번 앨범을 녹음 하던 때로 다시 돌아가서 키보드 연주에서 가장 방점을 찍었던 건 무엇이었나요? 연주하면서 생각하셨던 내용이나.

 

: 앞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앨범의 컨셉을 제대로 듣지 않고 시작이 돼서. 지금까지도 그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나 교류를 한 적은 없는데, 그냥 저만의 느낌으로... (일동 웃음) 그냥 나머지 파트가 굉장히 공격적이고 거친 느낌을 가진 남자들의 전쟁 속에 벼랑 끝에 몰린 숙녀의 마인드로.....

 

(전원 폭소)

 

: 자기가 말하고 자기가 좋아하고 있어. 이상한 사람이야.

 

: 이상하니까 DMOT에 들어왔지.

 

: 저는 혼자만의 그런 감성으로 모든 것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사실 플레이에 대한 부분은 뭔가 깊은 이야기를 나눈다거나 감정선에 대해 멤버들이 교감을 해줄 줄 알았는데 다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진행 하더라구요.

 

: 데모 들어봐라 하고는 악보 던져주고.

 

: 물론 피아노는 이번에 녹음하면서 만들어진 부분들이 꽤 많아요.

 

: 원래 왔던 악보에서 많이 고쳐가면서.(웃음)

 

: 거기서 제가 많이 고쳤는데 잘 모르더라구요.(웃음) 녹음뿐만 아니라 무대에서 직접 연주를 해야 하는 입장이니까 조금 더 저의 방식으로 고쳤던 거죠.

 

: 지금 피아노 말씀하셨지만, 가상악기로 작업을 해 놓고 오케스트레이션을 실제로 하면 많은 게 바뀌더라구요. 뮤지컬 녹음 할 때도 가상악기로는 표현이 되는 음인데 실제 악기에서는 연주할 수 없는 음들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런 부분들을 조율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 사실 저는 변화시킨 걸 알죠. 왜냐하면 녹음된 멀티트랙을 저는 매일 열고 체크 하니까. 근데 저는 원래 갖고 있던 뉘앙스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연주자가 변화시키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물론 이게 뉘앙스에 방해가 된다면 좀 달라지지만. 아까 말씀 드렸지만 음악은 감정의 흐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감정의 흐름에 방해가 된다면 중지 시키죠.

 

: 저는 약간 플레이 하는 사람 입장에서 처음 받은 악보가 저의 주법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제가 좀 더 치기 쉬운, 좀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연주할 수 있는. 데모나 악보를 워낙 어렵게 만들어 놔서, 연주하는 사람 배려하지 않는 그런.

 

: 손가락 여섯 개 있는 사람이 치는 것처럼 만들어 놓고 가상악기로 만들어 놔서.

 

: 그러니까요.

 



블랙메탈밴드 DMOT, 가사에서 비주얼까지
  

: DMOT의 특이한 점 중에 하나가 보통 보컬리스트가 가사를 쓰는데 이 팀은 보컬리스트 는 곡을 쓰는 데 초점이 있고, 가사는 외주를 맡기는 분위기라는 거죠. 물론 블랙메탈의 애티튜드를 선보이는 방식에 사운드가 큰 부분을 차지하긴 합니다만. 그렇더라도 작사 역시 이 음악에서 중요해 보이는데, 어째서 DMOT는 그런 방식으로 작업을 하지 않았던 걸까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 저의 단점이죠. 제가 글쟁이가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표현 방법도 잘 모르겠구요. 더 잘하는 사람에게 그런 부분을 맡기는 거죠. 저는 계속 작곡하고 악기 만지는 사람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제가 잘하는 걸 계속 하는 거죠.

 

: 곡의 내용이라든가 이런 것들에 대해 경선씨는 스케치만 하고, 이번 앨범 같은 경우는 경호씨가 그 내용을 가사로 구현하는 방식이었나요?

 

: 1, 2집까지는 말씀하신 방식으로 그렇게 작업을 했어요. 3집부터는 곡이 만들어지면 그걸 듣고 경호가 느끼는 내용을 가사로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곡을 작업하고 있습니다.

 

: 이번 앨범에선 그래서 「The Lord ov Shadows Ch. 3」의 제목이 예전 수록했을 때와 바뀌었죠? 특별한 의도가 있었나요? 작사를 하시는 입장에서?

 

: 내용이 좀 바뀌면서 그렇게 됐어요. 번역하면 ‘욕망 수태고지’ 정도 되는 건데, 좀 더 은유적인 제목으로 좀 바꿔봤습니다.

 

: 그러네요. 제가 가사까지 열심히 보진 않는데, 과거 음반들 제목을 보면서 우선 어려운 단어가 많다는 생각과 함께 굉장히 거친 친구들이구나 싶었어요. 제목으로 쓰기엔 다소 과격해 보이는 단어들을 쓰기도 하고. 대략 3집 무렵부터 제목에 시적인 느낌의 단어를 많이 사용해서 대략 Dimmu Bogir와 Cradle of Filth 둘 사이의 노선에서 Dimmu Bogir의 길을 가기로 했나보다... 뭐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사실 초기 블랙메탈은 사운드 뿐 아니라 가사도 아주 노골적이고 거칠고 그렇잖아요? DMOT에게는 블랙메탈로부터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이 있다고 봐야할까요?

 

: 가사에서요?

 

: 가사도 그렇고 사운드에서도요.

 

: 사운드에 있어서는 블랙메탈과 연관이 꽤 많이 있다고 생각해요. 가사 부분에는 사실 연관이 많이 없죠. 왜냐하면 저도 그렇게 가사를 이해하고 열심히 적으며 생각해 본 게 아니거든요. 가사의 내용이나 사상적인 부분 때문에 블랙메탈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사운드와 거침없는 모습에 매료되었기 때문에 이 음악을 하게 된 거기 때문에요. 이렇게 말하면 이제 “트루충”들이 몰려오겠죠? (전원 웃음) 근데 사실이라서 그렇습니다. 가사나 이런 부분은 사상적인 차원에서 블랙메탈을 들으시는 분들에게는 많이 부족하게 보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제 사운드라는 측면에서 보면 1세대(보통 Venom에서 Celtic Frost와 Bathory에 이르는 1980년대 등장한 밴드들) 혹은 2세대(Mayhem, Burzum, Darkthrone, Emperor 등 1990년대 북유럽에서 발흥한 밴드들) 블랙메탈 얘기를 많이 하는데, 2세대 블랙메탈 밴드들한테 많은 영향을 받은 건 사실이에요. 실제로 아직도 저에게 영향을 주고 있기도 합니다. Emperor의 앨범들은 여전히 즐겨듣습니다.

 

: Emperor는 사실 실질적인 북구의 1세대 밴드인 동시에 심포닉 블랙메탈의 개척자이기도 하니까 더욱 그렇겠네요. 경호씨는 어떠세요? 경호씨도 가사보다 사운드로만 영향을 받으신 편인가요? 작사가이도 하니까.

 

: 저는 가사를 찾아보긴 하는데... 그보다 DMOT의 1, 2집과 3집 사이 가사나 제목의 차이에 대해 먼저 말씀 드릴께요. 일단은 어떤 테마를 잡는 것에 있어 점점 더 신중해진 것 같아요. 저는 항상 뭔가 테마를 잡으면 전체를 관통할 수 있는 테마를 잡아야 한다고 여기는 편이라서, 3집의 경우도 곡마다 내용이 다 다르긴 하지만 하나의 주제로 묶어낼 수 있는 제목을 꼽다보니 앨범 타이틀을 『The Lunatic Chapters of Heavenly Creatures』 라고 지은 거였어요. 큰 컨셉을 잡고 풀어가는 거를 중요시하게 여겨서. 아마 그렇기 때문에 뭔가 좀 더 정리가 되어 나갔지 않았나 싶어요. 그러다보니 3, 4집은 표현하는데 있어 아무래도 직설적이기보다 은유적으로 돌려서 얘기하는 방법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그게 약간 저의 성향과도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밴드마다 다르지만 자기 생각을 직설적으로 말하는 밴드가 있는 반면, 블랙메탈 밴드 중에도 또 돌려서 말하는 밴드들도 많거든요. 요즘에는 사실 표현하는 어법들 자체가 너무 다양해지기도 했구요. DMOT같은 경우는 음악적인 표현도 좀 수사적이라고 해야 되나, 꾸밈이 많은 편이 잖아요? 그래서 가사 표현도 거기에 맞게끔.

 

: 자, 그렇게 수사적인 표현이 많이 들어있는 가사가 담긴 앨범이 나왔어요. 그리고 뮤직비디오가 나왔어요. 뮤직 비디오가 아주 오묘하더라구요. 뮤직비디오의 컨셉은 어떻게 잡으셨나요?

 

: 저희 밴드 멤버들 중에 비주얼에 관여하는 멤버는 둘밖에 없어요. 나머지 멤버들은 두 사람이 이런 쪽으로 가보자 하면 따라가는 거구요. 지니와 경호 둘이서 비주얼을 담당하고 있죠. 이 뮤직비디오의 컨셉이라든지 내용에 있어서는 작은 부분 하나하나까지 경호가 가져온 거를 멤버들이 충실히 수행한 겁니다.

 

: 저희가 1집 활동 때 빼고 뮤직비디오가 하나도 없잖아요. 그래서 이번엔 멤버들도 아마 당연히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야 된다고 의식 하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런 얘기를 몇 번 나눈 적도 있고. 앨범을 작업하고 가사를 쓰면서 그렸던 이미지들이 몇 장면 있었어요. 문제는 이제 어떻게 그것을 구현할지 상상을 해야 하잖아요. 제가 그렸던 이미지의 장면들을 영상으로 재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러기에는 정말 헐리웃에서 제작을 해야겠더라구요. 천사들이 막 날아다녀야 되고, 정말 그 모든 이미지가 드라마틱하게 구현되어야 하는데 현재 저희 상황에서 실행이 불가능 하니까. 제가 상상했던 몇 가지 장면들이 있었어요. The lord of shadow가 누구랑 싸운다거나 하는. 사실 저는 다른 밴드들 뮤직 비디오를 엄청나게 보거든요. 보면서 저런 아이디어는 우리 식으로 갖고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곤 했구요. 뮤직비디오를 완성하고 제가 머릿속에 그렸던 내용의 95%는 나왔다고 생각을 해요. 제가 애시당초 진짜 촬영을 구상 할 때부터 현실화 가능한 연출 경로에 대해 고민을 했기 때문에 최대한 비슷하게 연출을 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제가 멤버들한테 사전에 그런 얘기도 많이 했구요. 이러이러한 장면을 연출해보고 싶다, 술 마시다 얘기 한 적도 있었고. 나름 결과가 만족스럽게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멤버들 중에는 연주 이외의 연기를 하신 분은 한 분이잖아요? 그 분의 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연기요... 사실, 아 제가 그냥 할까 뭐 그런 생각도 했었어요. 농담이고. 사실 맘 같아선 모든 멤버들이 다 나와서 그렇게 연기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근데 그러기에는 환경도 그렇고... 그리고 사실 제일 중요한 거는 밴드에서는 보컬이 프론트맨이기 때문에 정말 중요하거든요. 근데 사실 저희가 10년이 넘은 오래된 밴드다 보니까 밴드 내에서 내가 더 잘 보여야겠다는 욕심이 아무도 없어요. 오히려 그런 걸 되게 귀찮아하고. 그냥 진짜 밴드 전체가 잘 되는 게 중요하지 내가 좀 더 부각되 보이고 이런 거에 욕심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아마 경선 형도 굳이 자기가 하고 싶진 않았겠지만 보컬이고 프론트맨이니까 그냥 한 거였어요.

 

: 어쩔 수 없죠.

 

: 근데 옆에서 큐 사인 보내고 보고 있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거에요. 생각보다는... 왜냐하면 이거는 밴드를 위해서 해야만 하는 거에요. 리더는 자기가 행복하고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밴드가 잘 되는 게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데 막상 모니터링을 해보니 표정이나 이런 게 되게 멋있게 나온 거에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형이 소리를 지른다거나 드라마틱하게 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뭔가 되게 정제된 표정으로 이렇게 액션 씬을 하는 것도 나름 카리스마 있게 보인다고 생각해요.

 

: 표정은 참 좋았던 거 같아요.

 

: 네, 저는 되게 만족스러웠어요.

 

: 몸놀림은 어땠을지 모르지만

 

(전원 폭소)

 

: 아... 근데 그거는 연기자가 아니기 때문에.

 

: 어쩔 수가 없었어요.

 

: 카메라 앞에 서서 연기하는 사람은 따로 있는 거고. 그런데 이 정도 해준 것만 해도 저는 만족해요.

 

: 데모를 보낸 후 경선씨가 밴드 멤버들의 연주에 대해 체크하듯이, 경호씨가 감독의 입장에서 경선씨의 연기에 대해서 한 번 평가하신다면?

 

: 한번에 그렇게 여우처럼 변신할 수 있고 그러면 좋은데, 뭐. 나중에 기회가 되고 그러면, 그럴 기회들이 많아지면 하나씩 더 신경을 써야겠죠. 밴드가 그럴 정도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면 일단은 나부터 잘하고...

 

: 기회가 나아지면 이라는 표현을 하셨어요. 그런 의미에서 2019년에 유럽 발매가 되죠?

 

: 네.

 

: DMOT는 2집부터 계속 해외의 레이블들과 연결해서 음반을 발매해왔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한국의 도프에서 제일 먼저 나오고, 이어서 일본에서, 그리고 해를 바꿔서 유럽 발매를 하게 되는데, 해외 레이블과는 어떤 식으로 계약을 하셨는지 그 과정에 대해 좀 듣고 싶어요.

 

: 방법은 이메일과 EMS에요. 예상하시는 것과 똑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음반들을 한 박스를 들고 와서 쏟아 놓죠. 이 음반들 뒤에 있는 레이블의 이메일 주소를 다 수집을 하고, 옮겨적죠. 이렇게 리스트업을 하고 인터넷으로 살펴보면 폐업한 레이블을 쭉 다 뺄 수 있거든요. 그럼 대략 50-60개 정도로 추려지는데, 하나하나 다 들어가서 어떤 방식으로 음원을 보내야 할지 확인하죠. 레이블 홈페이지마다 써있어요. 우리는 절대로 CD로 받지 않는다, 우리는 MP3로 보내면 다 지워버릴 거다, 뭐 이런 식으로 안내가 다 나와 있어요. 거기에 맞는 형식으로 다 돌리는 거죠.

 

: 이번에도 역시나...

 

: 네, 20대 시절부터 쭉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중에 연락이 온 레이블들이랑 얘기가 돼서 발매를 하게 되는 거죠.

 

: 그러다 보니 매번 다 앨범 한 장 계약으로. 한국에서 블랙메탈을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 제약이 너무 많죠?

 

: 네, 제약이 너무 많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어요.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 그런 면에서 DMOT는 콥스 페인팅을 하잖아요. 예전에는 한국 밴드들도 콥스 페인팅을 하는 팀들이 좀 있었어요. 금방 떠오르는 팀만 해도 칼파나 초기 사일런트아이도 있고, 그런데 지금은 콥스 페인팅을 하는 밴드가 거의 없지 않나 싶네요.

 

: 없죠, 네.

 

: 그런 의미에서 콥스 페인팅은 밴드의 정체성이기 때문에 계속 유지하실 계획이죠?

 

: 그렇죠. 콥스 페인팅은 블랙메탈이라는 음악적 뿌리를 내가 받아들이겠다는 신호와 같은거에요, 정말. 블랙메탈과 이거는 떼어 놓을 수가 없어요. 전통이거든요. 국악을 연주할 때 한복 입고 하는 것처럼.

 

: 그런 면에서 블랙메탈의 애티튜드까지 모두 좋아했던 두 분은 그렇다 치더라도, 다른 멤버들은 처음에 이 하얀 얼굴을 만들고 검은 칠을 할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개인적으로 되게 궁금해요.

 

: 하기 싫었는데, 하게 되더라구요. 당연한 것처럼. 그러니까 길 가다가도 남자가 머리 길면 ‘아, 로커인가?’ 하고 생각하게 되잖아요. 그런 것처럼 이쪽 음악은 당연히 해야 되기 때문에. 공연 할 때 땀나고 지우기가 고역이라 싫은 거지, 저는 이제 이건 해야 되는구나 생각 밖에 안 들어요.

 

: Helloween, Gamma Ray 같은 음악인줄 알고 시작하셨다가 오니깐 얼굴 칠해야 한다고 처음 얘기 들었을 때는 어떠셨어요?

 

: 아니, 이미 이야기를 다 듣고 왔지요.

 

: 처음부터 DMOT는 분장해야 된다 이렇게 다 말씀을?

 

: 아, 저희 공연 사진들이나 이런 걸 보내드렸... (웃음)

 

: 다른 분들도 전혀 거부감이나 어색함이나 이런 게 처음부터 없었던 건가요?

 

: 저는 처음엔 거부감 있었어요. 스무 살 때. 근데 지금은 사실 되게 좋아요.

 

: 어떤 면에서요?

 

: 그러니까 뭔가 저희가 음악을 하면서 관객들에게 들려주긴 하지만, 저희도 무대에서 느끼는 에너지라는 게 있잖아요? 그게 좋아요. 뭔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더욱. 저는 어렸을 때, 처음 콥스 페인팅 할 때, 크면 클수록 이게 싫어질 것이라 상상을 했어요. 처음에는 앞으로 이렇게 하는 게 더욱 힘들어 질 것이다. 이유는 정확히 잘 모르겠지만 나이 먹어갈수록 무대 위에 다른 모습으로 올라가서 연주를 하는 데, 그 순간 바로 기분이 좋아지더라구요. 지금은 재민 형 말대로 할 때는 힘든데, 하고난 다음 거울을 봤을 때는 기분이 좋아요.

 

: 어떻게 들으면 KISS의 Gene Simmons에게 왜 분장하는지 물으니까 이거 해야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과 비슷한 뉘앙스일 수도 있네요.

 

: 이런 질문을 저희가 하도 많이 받아서 오피셜한 답변을 만들어놨어요. 이제 그 오피셜한 답변을 드리면, 블랙메탈의 과거를 받아들이는 것에 더해서 분장을 한다는 것은 무대예술을 완성하는 거다. 사실 무대예술은 태생부터가 폭력적이죠. 에너지가 흐르는 방향이 일방적이기 때문입니다. 분장을 하게 되면서 우리가 무대 위에서 초월적인 존재처럼 에너지의 흐름을 얻게 된다. 일종의 이모탈(immortal) 적인 어떤 힘을 구하는 의식과 같다.

 

: 다른 존재가 되는 의식 이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 네, 오피셜 답변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 제가 기분이 좋아 진다는 이유도 그 얘기랑 비슷한 관점의 대답이었어요. 다른 존재가 되는 느낌을 받을 수가 있으니까

 

: Gene Simmons도 화장 지우면 골프 좋아하시고 (전원 웃음) Alice Cooper는 자기 이름을 건 골프 대회도 하고 있지만, 분장을 하는 순간 그들도 변하는 거죠. 맞습니다. 그건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음악부터 무섭게 들으셨던 승휘씨는 어떠셨어요?

 

: 이 정도 콥스 페인팅을 시작하게 된 건 몇 년 되지 않았어요. 저도 마찬가지로 느껴지는 게 페인팅을 하면 김승휘에서 confyverse가 되는 거죠. 그래서 무대에서도 좀 더 과격하게 그런 모습을 연출 하게 되죠. 덜 부끄럽게 가려져 있으니까. 자신감이 좀 더 생기는 거 같아요.

 

: 키보드에 초도 막 피우시잖아요? 그 연출은 다 본인이 하시는 건가요?

 

: 키보드를 꾸미자는 얘기는 뮤직비디오를 찍기 전부터 나왔어요. 저희가 키보드를 가지고 다니면서 공연할 때 뭔가 하자고. 뮤직비디오를 촬영을 하면서부터는 소품을 좀 더 많이 챙겨가자는 얘기가 두루두루 나와서.

 

: 자기가 막 뭔가 준비해 오더라구요. 그래서 어, 준비 많이했네?

 

: 원래 이런 컨셉이라고 말해주면 저도 꾸미는 걸 워낙 좋아해가지고 이것저것 많이 했어요. 빨간 꽃을 사서 검은 스프레이로 뿌려서 검은 꽃을 만들어내고.

 

: 악기를 꾸민 건 키보드 뿐이잖아요.

 

: 뮤직 비디오에서는 드럼도 조금 꾸몄죠.

 

: 드럼 자체는 아니고 드럼 앞에만.

 

: 다른 악기는 꾸미기에 위험 부담이 좀 있죠. 가격이 있기 때문에. (웃음)

 

: KISS가 아닌 이상. (웃음)

 

: 나도 위험했어! 촛농이 다 떨어졌다고.

 

: 뮤직 비디오 때는 다 진짜 초를 사용했고, 라이브에서는 LED 초를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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