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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4. 밴드 블랙홀의 30년,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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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가 다 가지고 있다. 그게 밴드다.”

 

 

: 이번 작품이 9집이고, 30주년이 되었다. 음반을 헌정받기도 했고. 한국에서 헤비메탈 밴드를 하는 입장에서 30주년이란 어떤 것일까 궁금하다.

 

: 하아~ 나는 진짜 그 생각 밖에 안 든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어떻게 하다보니 30년이 지났다.

 

: 그게 정답이다. 하다보니 여기까지 온 거다. 30주년이라는 게 특별한 의미가 없다. 10주년 때도 그런 질문을 받았었고, 20주년 때도 받았었다. 대답은 비슷하다. 그 때도 지금도 하다보니 이렇게 온 거다. 이번에 한 가지 다른 게 있다면, 후배들이 헌정앨범을 선물해줬다는 거다. 또 우리는 늘 그랬던 것처럼 공연을 준비한다. 그런데 이번 공연은 30주년 기념 공연이다. 공연 제목을 들으며 또 다시 ‘아~ 그렇구나. 30주년이구나’ 그 순간 30년의 의미를 느끼긴 하지만 그게 또 다다.

 

: 형들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나도 1995년부터 정식멤버로 활동했으니까 시간이 정말 많이 지났다. 그 때 30주년? 2019년? 그런 날이 올까 싶었던 게 사실이다. 생각도 안했었고. 2019년에도 주변에 ‘블랙홀 단독공연 합니다’라고 얘기할 수 있다는 건, 기적 같은 일이라 느껴진다. 1995년엔 2019년 되면 딴 거 하지 않을까, 음... ‘큰 빌딩을 짓고 건물주로 살지 않을까?’ 그랬었다. (웃음) 2019년에도 공연을 하고, 계속 기타를 치고, 무대에 오를 수 있을 거라고? 이런 날이 올 건 생각도 못했다.

 

: 고등학교 때 친구들하고 술 먹으면서, ‘야! 사회 나가면 양주 먹는 거야. 소주는 우리 고등학교까지만 먹는 거야’ 뭐 그러고 있잖나. (웃음) 그런데 현실은 30년, 40년 지났어도 소주 먹는 거. 그런 거하고 다르지 않다. (웃음)

 

: 그렇다.

 

: 그리고, 우리는 밴드다. 무슨 얘기냐면, 세션맨이 아니라는 거다. 예를 들어 베이스 세션을 한다고 치자. 내가 녹음실에 갔다. 음악가가 나에게 악보를 준다. 악보에 Bm7이 적혀있다고 하자. 부스 밖에서 ‘베이스 연주해주세요’ 한다. 당연히 나는 근음이 B니까 그걸 생각해서 연주를 한다. 그런데 밖에서 나에게 ‘마이너 7 냄새가 안나요’ 이렇게 나오면, 연주할 수 없게 되는 거다. 세션맨의 음악이 힘든 게 그런 거다. 그런데 우리는 밴드다. 누가 누구에게 지시하는 게 아니라 우리끼리 맞추고 칼박으로 나오게 녹음하고 연습하고 공연하는 거다.

 

: 블랙홀 멤버들은 세션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 다른 아티스트의 음악에 참여하더라도 세션이 아니라 피처링의 개념으로 도움을 주는 것만 하고 있다.

 

: 확실히 밴드의 연주자로서 세션을 하는 친구가 느낄 수 없는 밴드만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 것을 할 수 있는, 일종의 내 집이 하나 있는 거다.

 

: 나도 비슷한 생각이다. 세션도 라이브 세션과 스튜디오 세션이 있지 않나. 그나마 라이브 세션은 밴드 형태로 모여서 연습을 하게 된다. 연습을 하면서 연주자들이 맞춰져 나가며 느끼는 기쁨이 있다. 그러나 그 합주의 쾌감은 결국 자기 음악이 아니라 가수 누구의 노래를 위한 것이다. 녹음 세션 같은 경우는 연습도 없다. 가면 악보 한 장 있다. 곡에 맞춰 연습이라도 해보고 싶다고 하면 음원을 보내주기도 하지만 그건 완성된 합주의 소리가 아니다. 심지어 자기가 연주한 소리가 최종적으로 어떻게 노래에 쓰일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밴드를 할 때는 그런 세션맨의 생각, 누구에게 맞추는 음악은 생각하지 않는다. 맞춘다면 그건 우리 스스로에게 맞추는 거다. 창작의 즐거움이랄까?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우리가 연습하고 우리가 하는 거다.

 

: 세션은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소화할 수 있는 순발력과 실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밴드는 한 곡 한 곡을 우리가 머리를 모아 만든다. 밴드도 순발력과 실력이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우리 음악에 대해 우리가 책임을 지는 거고, 그래서 끝없이 함께 연습을 해야 한다는 거다.

 

: 나는 리더의 입장에서 밴드가 녹음을 할 때는 라이브를 위한 녹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우리는 무대 위에서 실제로 연주하기 위해서 음악을 만든다. 녹음할 때도 실연될 수 있는 곡을 만들어야 하고, 라이브의 느낌을 항상 가져야 한다. 나는 기타 치고 노래하지만, 베이스는 베이스대로, 드럼은 드럼대로 다 튀어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 그렇지만 나는 Billy Sheehan과 정병희를 바꾸겠냐고 하면 절대 바꾸지 않을 거다. 우선 Billy Sheehan은 정병희처럼 노래를 못한다. (웃음) 우리가 정병희가 오랜 시간 쌓아서 만든 블랙홀의 호흡은 개개인의 연주력보다 더 중요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가 다 가지고 있다. 그게 밴드다. 드럼을 아무리 블랙홀 소리에 맞춰서 잘 연주해준다 하더라도 우리의 존재감을 만들어주지 못하면 블랙홀이 아닌 거다. 있는 듯 없는 듯 정확하게 맞춰주는 세션맨이 아니라 우리는 블랙홀 소리를 내는 블랙홀 멤버 이관욱이 드럼을 치는 거다. 자기 있는 거 다 쏟아 부어서 자기 소리를 블랙홀 소리를 함께 만드는 거다.

 

: 25:25:25:25가 아니다. 때론 28이고 때론 23이어도 합치면 100이 되게 함께 하는 게 밴드다.

 

: 우리는 CD에 담긴 소리만 만들고 끝이 아니다.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연주까지가 블랙홀이다. 우리는 소리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무대 위에서 존재한다.

 

: 예전에 김응윤이 드러머였던 시절, 몇 번을 응윤이가 빠져서 후배 세션 드러머와 공연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친구가 분명히 음반에 담긴대로 노트 하나 안 틀리고 연주를 해줬다. 연습 많이 한 게 티가 났다. 그런데, 그 소리는 블랙홀이 아니었다.

 

: 무대 위에서 김응윤이 박자를 놓쳐야 블랙홀인데, 그렇지 않아서 그렇게 느껴졌던 것은 아니었나? (웃음)

 

: 응윤이 형이 드럼을 틀리는 게, 그 때 블랙홀의 맛이긴 했다. (웃음)

 

: 나는 어떤 가수를 위한 세션 밴드를 결성해서 30주년을 맞이하기는 쉽지 않을 거 같다.

 

: 내가 원재의 솔로를 들으며 내 솔로를 시작하고, 원재의 리듬 배킹을 들으며 그 위에 내 솔로를 얹으며, 또 원재가 내 배킹 위에서 솔로를 하면서 느끼는 만족감이 있다. 그 만족감이 레코딩에도 담겨있다. 그건 이원재와 주상균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거다.

 

: 12월 14일에 30주년 기념 공연이 잡혀있다. 물론 그 전에도 공연이 계속 있긴 하다.

 

: 간간히 그래도 매달 몇 번 씩은 공연이 있다. 단독공연은 9월 이후에는 12월 14일 이전까지는 없다.

 

: 단독공연을 몇 개 더 잡아놨었는데, 모두 뺐다. 12월 14일 공연에 다 함축시키기 위해서다.

 

: 12월 14일 공연에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예전 2014년 『Hope』 발매 기념 공연처럼 멋진 무대 기대해도 되는가?

 

 

: 그래서 우선 입장권 가격을 10만원으로 잡았다. (웃음)

 

: 10만원이 넘는다. R석은 12만원인가 그렇다.

 

: 공연 보려면 적금 부어야겠다. (웃음)

 

: 그래서 그날 30곡을 연주하기로 했다. (웃음)

 

: 나는 내일부터 산악훈련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제 체력이 안 된다. (웃음)

 

: 후배 아티스트와의 협연이나 게스트도 있나?

 

: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 지금은 준비 중이다.

 

: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나는 게스트를 초청하기보다 우리 연주로만 채우고 싶다. 공연 시간을 두 시간 조금 넘게 잡았는데, 그 시간 동안 지난 30년의 우리 이야기만 풀어내기도 벅차다. 지난 세월 우리가 만들어 온 음악세계를 우리가 직접 다 연주하는 것이 오랜 시간 함께 해준 우리 팬들에게 가장 좋은 보답이라 생각한다.

 

: 20주년 때는 김창완 선배도 게스트로 연주해주시고, 크라잉 넛도 축하 공연 무대를 해주기도 했다. 그런데 30주년 기념 공연은 그보다 우리가 2시간 내내 우리 얘기로 채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 차근차근 담백하게 1집부터 지금까지 블랙홀의 음악과 추억을 나누는 게 어떨까, 아직 확정된 게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무대를 만드는 게 어떨까. 30년 동안 지켜봐준 팬과 우리만의 얘기를 공연에서 풀어내는 게, 팬들에 대한 진짜 답례일 거다.

 

: 다른 공연은 후배나 게스트가 와주면 반갑고 고맙다. 그런데 30주년을 맞아서 하는 공연이라고 하니까 생각이 좀 달라진다. 그날만큼은 우리 네 사람만의 무대로 채우고 싶다. 우리 팬들도 그런 걸 좋아하지 않을까?

 

: 아직 한참 얘기 중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게스트로 모셔야 하나? (웃음) 지난 5.18 기념식에서 우리가 공연을 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지난 추석에 청와대에서 선물이 왔다. 이거 자랑하고 싶었다. (웃음) 분명한 건 블랙홀다운 방식으로 팬들과 함께 30주년 자축하는 공연을 만들 거다. 기대해도 좋다.
 

 

: 기대하고 있겠다. 다시 한 번 새 앨범 발매를 축하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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