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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하 : #3. 경력과 활동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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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궁극적으로는 음악만으로 제가 잘할 수 있다면 그게 제일 좋은 것이겠죠.”
 

: 원래는 플루트를 배우셨던 것으로 아는데, 국악을 전공하게 되었을 때 피리를 선택하셨잖아요. 그런데 제가 단순하게 생각하기로는, 대금이나 소금이 오히려 옆으로 불기도 하고 비슷하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피리를 고르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 (웃음) 제가 체구가 좀 작잖아요. 중학교 들어가서 전공을 정하는데, 전공 선생님 중에 굉장히 작고 야무지게 생긴 여자 선생님이 피리 선생님이셨어요. 대금은 플루트랑 비슷한 구조이긴 한데, 구멍을 막으려면 손을 손가락을 찢듯이 넓게 벌려야 할정도로 크더라고요. 그런데 피리는 악기가 작으면서도, 알찬 소리를 낼 수 있더라고요. 그런 부분에서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피리를 선택하게 됐어요.

: 그럼 그 전에 플루트를 하고, 음악을 하셨던 계기는 무엇인가요? 집에서 부모님께서 영향을 주셨다거나 그런건 아무것도 없었나요?

: 네, 그런 건 전혀 없어요. 음악을 부모님 두분 다 좋아하셨어요. 집에 LP도 많고, 옛날 음악잡지나 월간음악잡지, 클래식 음악잡지도 구독해서 보시고 그러셨어요.

: 주로 클래식 음악이었나요.

: 네, 주로 그런 쪽이었어요. 굉장히 자연스럽게 듣고 영향을 받았어요. 그리고 제 성격이 내성적이다 보니, 성당 다닐 때 저희 엄마가 저에게 예배 돕는 전례부 같은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말도하고 해야 하니까. 그런데 저는 노래를 하는 걸 좋아해서, 제 마음대로 성가대를 한 거죠. 그런 걸 보면 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받은 영향이 그렇게 이어진 것 같기도 해요.

: 그렇게 피리를 시작하셨잖아요? 피리 연주자분들을 보면 대개 생황은 많이들 기본으로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양금을 같이 하시는 경우는 별로 없는데, 양금을 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 ‘숨’을 할 때, 워낙 단출한 두 명의 셋(set)이잖아요. 공연이든 앨범이든 두 명으로 70분을 채울 수도 있지만 좀 더 다양한 소리가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당시에는 양금을 조금씩 양념처럼 넣었어요. 물론 그때에도 한 곡을 양금으로 다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나중에 제 솔로를 하면서는, 제가 피아노 음악을 많이 들어서 그런지 최근의 피아노 컨템포러리 음악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게 되거든요. 그런데 양금의 내부와 피아노의 내부가 비슷한 구조니까.

: 그렇죠. 결국 현을 때리는 구조니까.

: 그러다 보니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이 생기는 거예요. 그 외에도 피리는 준비하는 과정이, 리드를 물에 불려야 하고 기다려야 하고 그렇잖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양금이 피아노처럼 그냥 열면 바로 칠 수 있는 점이 좋은 거예요. 그래서 가끔 귀찮으면 재미로라도 열면 바로 할 수 있는 양금을 자꾸 하게 됐어요. 피리를 안 하고.

: 원래 피아노도 좀 치셨어요?

: 아니오. 피아노는 하다가 재미가 없어서 바이엘까지만 하고 안 했어요. (웃음) 그런데 그러다가 제가 플루트를 배우고 싶다고 했었나 봐요.

: 그런 기억은 없으시고요?

: 아니오. 제가 했어요. 길을 지나다가 상가 계단에 플루트 어쩌고 하는 음악학원 광고를 보고 플루트 배우고 싶다고 했어요. 그런데 제가 또 열심히 안할 것 같으니까 엄마가 처음에는 악기 안 사주시고 (웃음) 빌려서 배우다가, 그래도 플루트는 좀 오래 배우게 되었어요. 그런데 전공을 할 만큼 배우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선생님은 예술학교에 플루트로 시험을 봐라 제안을 하셨는데요. 생각해보면 저는 플루트도, 제가 혼자 윗관의 마우스피스를 잡고 부는 걸 이미 해서 갔어요. 처음에 배우기 전부터 소리를 낼 수 있는 상태로.

플루트의 구조 (출처 :  《음악세계》 전자책 10월호 [http://www.eumse.com/main/main.php])

 

: 어찌 보면 관악기를 잘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네요.

: 네. (웃음)

: 관악기를 주로 많이 하셨고, 최근에는 양금에 재미를 들리셨고, 노래를 가끔 하시잖아요. 각기 작업을 하실 때 그리는 이미지나 느낌이 다른 게 있을까요?

: 아무래도 관악기는 직접 제 호흡으로 하는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 좀 더 제가 노래하는 것처럼 악기 연주를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뭔가 선을 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양금은 풍경을 채운다는 느낌을 줄 수 있어서 요즘 재밌는 것 같아요.

: 저는 그런 생각도 했었는데, 공연 셋 리스트를 짤 때 피리는 불 때 아무래도 힘이 드니까 '일부러 다른 셋을 약간 섞어서 배치하실 수도 있나?' 그런 생각도 했었어요.

: 네, 맞아요. 그런 것도 있어요. 처음부터 그 이유로 이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했었는데, 하다 보니까, (웃음) '맞아. 이걸 내가 70분을 피리 불었으면 힘들었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번갈아 가면서 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70분 동안 한 악기에 집중해서 연주하는 게 덜 힘들 수도 있어요. 비록 입은 좀 풀릴 수도 있지만. (웃음) 저는 처음에 악기를 여러 가지 할 때, 악기가 각자 뿜는 에너지가 조금씩 다 다르니까 약간 정신이 없더라고요. 세팅을 할 때도 여러 가지 해야하고.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 2집 작업을 혼자 하셨으니, 공연할 때도 준비가 달라지실 텐데요. 편하신가요? 아니면 더 정신이 없으신가요?

: 쇼케이스를 준비하는 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한 번 하고 나니까 그냥 혼자 하는 게 편한 것 같아요. (웃음) 그런데 여기서 발전을 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죠.

: 발전을 시킨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 다른 연주자와 단출한 구성으로 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고요. 아니면 제가 다른 기계 같은 걸 써서 확장시켜야겠다는 생각도 있고요.

: 본격적으로 활동을 한 건 ‘숨’이 최초이신거죠?

: 네.

: ‘숨’으로 9년 활동하셨는데, 9년 동안 정규앨범이 딱 2번 나왔잖아요. 어떻게 보면 공백이 길다고 할 수 있는데 이유가 있었나요?

: 사실 그 때 학교를 졸업하고 한 작업이잖아요. 그 때는 음악 씬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전혀 모를 때였고, 계속 알아가면서 찾아가면서 한 거였어요. 그런데 2009~10년 시기에만 해도, 국악 커뮤니티에서는 음반을 내거나 하는 등의 작업이 큰 이슈가 아니었어요. 공연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 음반을 내는 것 자체가 중요하거나 꼭 해야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사실 지금 이 음반은 발표안한 곡들을 음반으로 만들어서 새롭게 선보이고, 공연도 새롭게 하고 그랬잖아요. 그런데 그때에는 그게 아니라, 계속 공연하고 연주했던 것을 그저 레코딩해서 기록으로 남겨서 음반으로 내는 식이었지, 새로운 곡을 쌓았다가 녹음을 하고 선보인다는 개념이 없었어요. 그래서 한 4년 간격으로 2장이 나온 거죠.

: 그러다가 이제 솔로 활동을 하시게 됐죠. 전통예술원 출신 연주자분들을 보면, 현재 대중음악 씬이나 인디음악씬에서 활동하시는 분들도 꾸준히 순수 국악연주나 공연의 끈을 이어가시는 분들 많이 계시잖아요. 그런데 지하씨은 그런 쪽으로는 활동을 많이 안 하시는 것 같아요.

: 전통음악 쪽으로요?

: 네. 일부러 안 하시는 건가요?

: 전통음악은 사실 제가 하고 싶어야 하는 거잖아요. (웃음) 그런데 저는 아직 때가 아닌 것 같아요.

: 때가 아니라 하심은 음악적 깊이 뭐 이런 문제인가요?

: 저도 학교 다닐 때 굉장히 열심히 했거든요? 중·고등학생 때 거의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연습실 가서 연습하고. 전공 성적도 1, 2, 3등 안에 들 정도로 좋았고요. 그런데 전통음악을 할 때는 항상 제가 풀 수가 없는 무언가 있었어요, 예를 들어 정악보다는 산조가 특히 더 그랬는데, 아무래도 제게는 민속적인 정서를 살리는 게 좀 어려웠던 것 같아요. 전통음악을 하다 보면, 지방에서 온 다른 친구들은 아예 그런 베이스가 깔린 친구들이 많았어요. 그 친구들은 장단을 타거나 그런 것들도 잘하고. 그런 정서가 자라올 때부터 깔린 친구들이었죠. 그런데 저는 어렸을 때 클래식을 많이 듣고 자라서 그런지, 영화음악이나 들었을 때 이미지가 그려지는 음악들이 훨씬 쉬웠어요. 그러다 보니 점차 저 자신에게 익숙한 제 것만 해오다 보니, 전통음악 쪽으로 다시 가기 어려웠던 게 있는 것 같아요. 나중에 제가 나이가 들어서 하고 싶은 생각은 있어요.

: 결국 좋아하시는 음악, 생각하시는 대로 만들어지는 음악을 하고 계신 거잖아요. 개인적으로 생각하면 굉장히 성공한 삶이신 것 같아요.

: 감사합니다. (웃음)

: 들어보니 왠지 연주자로서보다, 작곡자로서의 즐거움이 더 크신 것 같아요.

: 저요? 네, 점점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 나중에는 뭔가. 굳이 연주하지 않아도 하고싶은 음악하실 수 있고, 그렇게 되실 것 같아요. 하고싶은 대로 해오셨던 것이 이제 어느정도 성과가 나오고 있는 시점인데, 그 와중에도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죠, 사실. (웃음) 한국에서 아직 문화의 다양성이 없는 점이 어려워요. 점점 나아지고 있지만요. 그래서 반대로 또 그런 생각도 해요. 내 공연을 내가 더 재밌게 만들어야 한다.

: '공연을 재밌게 만들기 위해, 이런 것까지 생각해봤다.' 이런 거 있으세요?

: 아, 그런데 저는 그런 재미로는 안될 것 같고, 뭔가 다른 요소를 넣는다거나, 눈에 띄는 무언가를 더 해야하나 싶은 생각도 하는데요. 그런데 사실 개인적으로는 공연을 보러 갔을 때, 여러 가지 효과나 장치가 있다거나 하는 공연들은 처음에 신기하지만, 결국은 음악만, 음악이 결정적으로 좋았을 때 제일 기억에 남더라고요. 물론 꾸준히 조명이나 영상 같은 다른 효과를 넣은 큰 스케일의 공연을 만들어보고 싶기도 하고요. 궁극적으로는 음악만으로 제가 잘할 수 있다면 그게 제일 좋은 것 이겠죠.

: 특별히 좋아하는 다른 음악이나 음악가가 있으신가요? 예를 들어 어렸을 때 클래식이 자양분이 되고, 컨템포러리 피아노 연주를 좋아하셨던 것처럼요. 현재 특별한 게 있을까요?

: 최근 몇 년은 Nils Frahm이나 Olafur Arnalds를 굉장히 좋아했고, 아직도 너무 좋아요. 이분들은 정규가 아니더라도 음반 작업을 꾸준히 하잖아요. 관심을 이어서 가질 수 있는 것을 내주니까 계속 찾아서 듣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음악을 들으면 저는 되게 편해요. 집중해서 들을 수 있고요.
 


박지하의 작업을 연상시키는 Nils Frahm의 최근작 「Fundamental Values」 뮤직비디오


: 마지막으로 가까운 시일의 활동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 6월에 해외에서 음반이 다시 나와요. 그 뒤로는 해외에서 공연이 이야기되고 있는 것이 있어서 하게 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 다른 인터뷰에서 고정으로 듣던 질문은 안 하시네요?

: 어떤 질문이죠?

: 생계는 어떻게 하나 그런 (웃음)

: 지하씨만이 아니라 으레 요즘의 아티스트들에게 하는 공통 질문인 것 같아요. 해드릴까요? (웃음)

: 아니오. (웃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게끔 잘 살고 있습니다. (웃음)

: 올해 좋은 음반 감사드리고, 짧지만 솔직한 인터뷰도 정말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지나친 팬심 때문에 인터뷰어로서의 본분을 잊고, 박지하의 음악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전하거나 일상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덕분에 그 밖에 공개할 수 없는 솔직한 음악 이야기들도, 최근 그가 열중하고 있는 음악 외 취미가 운동이나 간단한 요리 같은 일상이라는 사실도 들을 수 있었다. 반복과 집중을 통해 사랑을 완성하는 그다운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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