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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하 : #1. 근황 & 『Philos』 제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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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저마다 한 해의 기억을 대표하는 앨범이 있을 것이다. 내 2018년의 기억은 박지하의 『Philos』다. 『Communion』(2016) 이후 정확히 2년 3일 만에 발표된 박지하의 2집 『Philos』는, 분명 1집과 같은 듯 전혀 다른 소리와 감성으로 이전의 신선함 못지않은 감동을 선사했다. 『Philos』가 《음악취향Y》 결산에 포함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려 박지하를 짧게나마 직접 만나고 왔다.


○ 인터뷰이 : 박지하
○ 인터뷰어 : 정병욱 (음악취향Y)
○ 일시/장소 : 2019년 2월 11일, 합정 콘하스
○ 사진 : 한재이 
○ 녹취 : 정병욱 (음악취향Y)


 

“(전시예술 협업에) 계속 관심이 있어요.”

 

정병욱 (이하 '정') :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박지하 (이하 '박') : 2집 앨범 쇼케이스 (1월 24일 홍대 벨로주) 잘 마쳤고요. 동시에 「When I Think of Her」 뮤직비디오(1월 28일 공개)도 찍었고. 아직 하나 발표 안 한 뮤직비디오(「Arrival」)도 있어요.(인터뷰 이틀 뒤인 2월 13일 공개) 얼마 전에는 11월부터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했던 전시가 끝났네요.

: 어떤 공연이었죠?

: 대한제국 시대 때 미술작품이 전시되는 《대한제국의 미술》이라는 전시였는데요. 제가 맡은 부분은 덕수궁 부벽화를 촬영하는 영상에 음악을 입히는 작업이었어요.

(편집자註. 부벽화(付壁畵) : 비단에 그린 그림을 종이에 배접하여 벽에 붙이는 형식)

: 『Philos』나 이전 작업물의 음악을 활용했나요?

: 아니에요. 영상에 맞는 전혀 새로운 음악이었어요.

: 반응은 어땠나요?

: 처음에는 전시 관계자들이 “너무 긴장을 조성하는 것 같다.”고 했었는데, 막상 전시를 오픈하고 나니까 사람들 반응이 엄청 좋았어요. 음악 누가 했는지, 따로 들을 수 있는지 문의도 들어와서.

: 따로 들을 수 있어요?

: 그래서 저도 지금 파일을 다시 받았어요. 당시에는 그걸 5.1채널로 했었거든요? 이 음악을 조금 다듬어서 디지털로라도 릴리즈를 할까 고민 중이에요.

: 워낙 공간감 있는 음악 연출에 능하시니까 안 들어봤지만 벌써 기대가 돼요. 꼭 릴리즈 돼서 들어봤으면 좋겠네요.

: 안 그래도 제가 다시 리뷰를 해봤는데… 좋더라고요. (웃음) 아니, 그게 아니라.

: (웃음) 혹시 음악을 상상할 수 있을 만한 설명이 있을까요?

: 처음에는 양금으로 만든 앰비언스 사운드가 나와요. 그리고 영상에서는 부벽화를 따라서 조명이 움직이는데, 그걸 따라서 소리도 따라가는. 점점 궁 안으로 들어가면서 음악도 소리가 계속 쌓이고요. 화면에 따라 사운드가 바뀌는데, 산수화가 나올 때는 생황 소리가 들어가고요.

: 이전에도 전시 관련 협업을 많이 했어서 작업은 익숙하셨겠어요.

: 네, 전시 협업에 관심이 계속 있었어요.

: 음원과 유튜브 모두 기대하며 기다리겠습니다.
 

 

“제작 과정에 워낙 깊이 관여하고 아쉬움없이 소통했다 보니까,
제작 후에도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 같아요.”

 

: 『Communion』이 대중적으로 인기 있었던 건 아니지만 국내외 가리지 않고 반응은 굉장히 좋았잖아요. 아는 사람은 다 좋아하는. 그러고 나서 2년 만에 2집이 나왔는데 1집과의 반응을 비교하면 어떤가요? 차이가 있는지.

: 『Communion』은 ‘숨’을 하다가 박지하로 처음 데뷔한 앨범이었잖아요. 그러다 보니 사실 사람들이 ‘박지하’라는 이름을 모를 거라는 생각에 “어떤 반응이 있나” 살필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그저 조금이라도 더 알려졌으면 좋겠다.

: 지금은 반응을 좀 즐기는?

: (웃음) 아니, 즐기는 건 아닌데요. 1집 때는 정말 걱정이 많았어요. 워낙 사람들은 숨이라는 팀 자체를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저는 8, 9년 계속해왔고 그걸 솔로 프로젝트로 돌리는 과정이었으니까. “이게 과연 잘 될까?”에 대한 생각이 많았고. 그 이후 『Communion』이 해외에서 잘 되고, 해외 동향을 유의주시하는 한국의 마니아층이 보고서 좋아해 주셔서요.

: 그렇죠. 왕왕 그렇게 역수입이 되고, 1집도 그랬죠.

: 물론 두 앨범 다 저는 여전히 홍보 루트를 몰라서 국내에 잘 알리지는 못했지만, 어떻게 다 알고 들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보다는 조금 막연한 걱정은 줄어든 것 같아요. 그때 좋아했던 분들이 이어서 잘 들어주시는 것 같고.

: 그러면 혹시 『Philos』에 대한 평 중 기억에 남는 게 있으신가요?

: 디테일한 건 생각이 안 나는데요. (웃음) 저는 사실 이 앨범(『Philos』)이 『Communion』보다 더 좋아요. 그래서 그런지 그와 관련된 얘기가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 아, 저도예요.

: 아, 진짜요? (웃음) 감사합니다. 『Communion』도 의미 있는 앨범이긴 하지만 『Philos』의 경우 오롯이 저 혼자 만든 앨범이어서 더 애정이 남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내심 더 좋아해주셨으면 했고요.

: 그래서 실제로 그런 평이 있었을 때 더 기억에 남으셨나 봐요.

: 네, 맞아요. 그리고 또 시가 나오는 트랙(「Easy」)을 걱정했었거든요? 앨범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비해 너무 심각해지는 것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그 가사가 좋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의외였어요.

: 주로 마음에 들고, 좋은 평들만 기억하시나 봐요.

: (웃음)

: 별로 없으셨을 것 같지만, 아쉽거나 실망스러운 반응도 있었나요?

: 그런데 정말 안 좋은 평은 별로 못 봤어요. 원래는 그런 리뷰를 써주거나 평점을 매기는 곳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웃음) 『Communion』을 낸 후에 《Rate Your Music》 같은 레이팅 사이트들이 있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가끔 들어가서 보기도 하는데, 별점이 생각보다 낮거나 하는 건 보죠. (웃음) 그렇다고 해서 구체적인 평이 안 좋게 쓰여 있는 걸 본 적은 없었어요.

: 『Philos』에 더욱더 애착이 있는 이유는 정말 단지 혼자 작업했기 때문인가요?

: 『Communion』 때도 고민을 많이 했고 녹음 열심히 했지만. 그 앨범은 100% 제가 원하는 환경에서 나올 수는 없었어요. 녹음 환경이나 과정, 후반 믹싱까지 초반부 방향성 관련해 제 의견 전달이 있었지만 기대한 만큼의 디테일까지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앨범이 나오고 난 뒤 들을 때 제가 아쉬운 점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Philos』는 더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관여하고, 수정한 작품이에요. 예를 들어 녹음 때 마이크도 여러 기기 중에 직접 소리를 들어서 골랐고, 믹싱도 원하는 방향대로 진행했어요. 전과 비교해 제작 과정에 워낙 깊이 관여하고, 아쉬움 없이 소통했다 보니까, 제작 후에도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 같아요.

: 2집이 그와 같은 작업 방식을 택하게 된 건 아무래도 1집에서의 경험이 영향을 미쳤을까요?

: 맞아요. 그것도 그렇고요. 『Communion』 발표 이후에 해외 쇼케이스에서 공연을 하고 투어를 다니면서, 같이 연주하는 팀과 세션이 있다는 사실이 좋았어요. 하지만, 저로서는 제가 책임자고 팀의 모든 걸 짊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다 보니까 때로 지치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다음에는 나 혼자 해봐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그리고 사실 1집 이전에 숨 활동과 녹음 시기에도 하고 싶은 걸 충분히 못했어요. 한편으로는 저도 나이가 들고 경험이 생기면서, 목소리를 좀더 낼 수 있게 된 것 같고요.

: 『Philos』는 그러면 앨범 제작이 전반적으로 어려움 없이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봐도 될까요?

: 네, 편하게 했어요.

: 『Philos』 실물 음반이 이렇게 나왔고, 8월에 글리터비트에서 LP가 나온다고 들었어요.

: 네, 그런데 오늘 갑자기 메일 왔어요. 6월 말에 내자고요. 28일 즈음.

: LP는 CD와 조금 다른 점이 있을까요?

: 결정된 건 아니고요. 트랙 하나 정도를 추가할까 생각 중이에요. 똑같이 낼 수도 있고요.

: 아직 공개 안 된 뮤직비디오는, 더블 타이틀 중 나머지 하나인 「Philos」인가요?

: 아뇨, 「Arrival」이에요. (2월 12일 공개)
 


「Arrival」 뮤직비디오

 

: 뮤직비디오 얘기 나온 김에, 「When I Think of Her」 뮤직비디오 관련해서 해주실 이야기가 있나요? 제작 비화라든지.

: 제가 1집에서 「달에게서 전해 들은 소리」라는 곡을 이번 뮤직비디오 팀이랑 작업을 했거든요. 영상감독님이 제가 대학 시절부터 알던 57스튜디오의 '이미지'라는 분이에요. 서로의 어렸을 적부터, 각자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알았던 미술감독이거든요. 제가 이미지 감독님과의 작업을 다른 사람들보다 좋아하는 이유는, 보통 전시나 미술 작업을 주로 촬영하는 분이니까 그분과 함께 하면 제 작업도 좀 더 미술적으로 표현되는 것 같아요. 생황이나 양금을 오브제로 비추어 촬영을 한다든지. 그런 점이 저는 좋았어요.

: 온전히 감독님 의중으로요?

: 같이 이야기를 하면서 그런 큰 틀을 짰어요. 저는 그 분의 그런 아이디어나 결과물이 좋아서, 이번에도 함께 작업하게 되었어요.

: 영상에서 비치는 빛 같은 건 어떻게 의도하신 건가요? 앨범 커버의 표현과 연관이 있나요?

: 그것도 사실은 감독님이 촬영할 때 흑백에 빠져있으셔서 완전히 검은색으로 가려고 하셨는데요. (웃음) 제가 “언니 초록색 꼭 써야 한다.”라고 했어요. 근데 마침 레이저가 초록색이었어요. 그래서 그걸 굳이 흑백으로 바꾸지 않고, 초록색을 살리게 된 거죠.

: 죄송하지만 영상에서 제가 못 알아본 게 있는데, 후반부에 바닥에 놓인 것들은 뭔가요?

: 아, 풀이에요. (웃음) 원래는 부추와 달래였는데.

: 자연의 느낌인 건가요?

: 네, 땅의 이미지예요.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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