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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이가 깨고 있는 틀 : #6. 앞으로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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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새 EP 『~II』 (2017) 로 돌아온 밴드 이씨이를 만났다. 멤버들의 입대로 인해 약간의 공백기를 가진 상태였다가, 제대 이후에 다시 뭉친 것이다. 최근 있었던 단독공연에 대한 이야기서부터 이들의 음악의 저변에 깔린 세세한 감정들에 이르는 이야기까지를 느슨하지만, 촘촘하게 나눠보았다.


○ 일시/장소 : 2017년 12월 3일, 홍대 공간 비틀즈
○ 인터뷰이 : 동용(보컬), 금오(기타), 주원(베이스), 동욱(드럼)
○ 인터뷰어 : 차유정, 김병우
○ 녹취/사진 : 김병우


근황과 그림

무대

포지션에 대하여

당신의 취향들

다시, 무대




차 : 두 가지 정도 질문을 더 할게요. 제가 「흙탑을 무릎 위에」(1984)를 제일 좋아합니다. 그런 스타일을 좋아해요.

용 : 저도 제일 좋아합니다.

욱 : 저도요.

차 : 뮤직비디오를 보니까 그 장소가 너무 궁금하더라고요. 장소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용 : 그 뮤직 비디오를 제가 만들었는데요. 촬영도 어렸을 때 집에서 쓰던 8mm 비디오카메라로 찍었어요. 약간 90년대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한 것도 있었고요. 그 옥탑방은 제가 대흥동에서 지내던 옥탑방이예요. 지금은 다 재개발 돼서 헐렸지만, 그때 제가 마지막까지 있었던 사람이었거든요.

주 : 거기서 「규민이랑」을 만들었죠. (웃음)

차 : 정말 내추럴한 사이키델릭 음악의 원류가 나오는 것 같아서 놀라웠어요. 리드미컬하고 사이키델릭한데 그 원류를 찾아나가는 음악이 기초코드를 통해 나오는 것 같아서, ‘사이키델릭이라는 장르를 이해하는 세대는 아닌데’라고 생각하며, 놀라움을 느꼈는데, 옥탑에서 보이는 움직임도 약간 팬터마임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흙탑’이라는 단어도 전위적인 느낌이었는데, 뭘 의미하는 건가요?

용 : 「흙탑을 무릎 위에」는 사실 제가 좋아하는 정서영 작가님의 미술작업에서 영감을 받아서 그 작업을 그대로 따온 거예요. 한 장의 스틸 컷이었는데, 어떤 남자가 자기 무릎위에 흙탑을 쌓는 사진이었거든요.

차 : 자기 무릎 위에?

용 : 네, 자기 무릎 위에 흙탑을 쌓는 사진. 그게 좋아서 만들었어요.



「흙탑」 (2013, 『정서영 개인전 : 큰 것, 작은 것, 넓적한 것의 속도』 중)


차 : 변화를 모색하시려고 많이 노력하시는 것 같은데 기존 팬들은 너무 또 갑자기 변하지 않기를 바랄 것 같아요. 각자가 앞으로 하려는 작업 계획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질문하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용 : 요새 저희가 깊은 고민과 토의를 한번 거쳤어요. 원래 제가 지향했던 거고 요즘 현시대에 맞는 거는 믹스테이프처럼 이런 스케치업을 굉장히 부지런하게 계속 내놓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과거처럼 정규를 내는 게 아니라 싱글, EP, 싱글, EP 이런 식으로 쭉 많이 누적시키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음악에 집중할 수 없는 우리 삶의 여건들이.......

차 : 먹고사니즘이죠.

용 : 네, 그러다보니까 다른 것들을 공부해보고 싶기도 했고 그래서 이젠 호흡을 길게 갖는 대신 완성도 있는 앨범을 하나 만들어보고 싶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차 : 다른 분들은요?

금 : 그 ‘완성도’가 뭐냐? 라고 많이 궁금해 하실 것 같은데, 저희도 아직 그거에 대해서 확답을 얻고 작업을 시작한 건 아니에요. 그 모습을 먼저 그리는 토의를 계속하고 있거든요. 말은 이렇게 거창하게 해도 어마어마하게 바뀔 것 같은 느낌은 안 들고요. 팬 분들이 좋아하는 이씨이의 모습이 있어서, (많이 바뀌면 너무 아쉽지 않을까, 많이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걱정되기는 해요. 1집 때나 지금 EP만 보셔도 아쉬워하는 분들이 꽤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음악 자체가 많이 변했다기보다는 저희가 구사하는 톤들이나 뉘앙스가 많이 변하면서 그 부분이 드러난 것 같아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좋은 추억이었지만, 저희는 다시 거기로 돌아가려야 돌아갈 수가 없기 때문에....... 아쉬운 건 아쉬운 거고......

차 : 좋은 추억이었다.

(전원 폭소)


이씨이의 전작들, 정규 1집 『나를 번쩍』(2014), SP 『무방비 상태의 연인』 (2015)


금 : 그 중에서 또 좋아했던 부분들이 없었던 게 아니어서, ‘이게 별로다’라는 느낌보다는 저희가 변했기 때문에 저희도 돌아갈 수 없고 그런 시간들인 것 같아요.

용 : 팬 분들 중의 몇 분은 이제 동료가 되었어요. 원래 저희 음악 좋아했던 팬 분들 중에 미술하거나 저희 동년배 친구들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같이 작업할 수도 있고 같이 논하는 동료들이 몇 명 생겼어요.

금 :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문화를 더 많이 받아들이고, 원피스처럼 옆의 팬에게 ‘너 네 동료가 되라’는 식으로.

용 : 팬들이 다 동료가 되고 같이 일하면서.......

욱 :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뭘 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좀더 농익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요. 제가 이씨이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모르겠지만 뭔가 좀 더 완성도 있게 정리된 느낌을, 저희 나름대로 지고 오지 않을까 싶어요.

차 : 단순히 발산하는 음악에서 나름 정리된 선이 뭔지 보여주고 싶다는.

욱 : 저는 개인적으로 되게 임펙트가 센데, 다 함축하고 압축하는, 한마디로 긴장감 있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생각은 되게 많아요.

용 : 되게 인터렉티브(interactive)한 설명이다. 갑자기 딱 정해서 엄청 미니멀하게 만들 것 같다.

주 : 저번에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할까’라는 이야기를 쭉 했었어요. 거기서 다들 동의했던 게, (우리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분위기나 애티튜드,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색깔 같은 부분들이 있는데) 여태까지 해왔던 것들이 계속 스케치 업이었던 것 같다는 느낌이었죠. 저희가 자각하는 부분은 이런 거예요. 어떤 제품을 보고 제품에 뭐가 들어있는지를 먼저 생각하지 않고, 제품 안에 있는 부품이 하나하나 너무 재미있어가지고 먼저 뜯어보고 있었다는 걸 발견한 거예요.(핸드폰을 집으며) 가령 이 핸드폰이라는 물건은 이렇게 된 거라는 걸 안 다음에, ‘아, 난 핸드폰 말고 좀 재미있는 걸 만들어보고 싶은데.’, ‘이렇게 됐어야 하는데’했던 거죠. 저희는 각자의 레퍼런스들이 장르적으로 굉장히 다르다보니까, 그런 것들을 오래오래 생각해서, (곡 작업 하는데도 오래 걸리는 편이기 때문에 오래오래 생각하는 것들을 통해서)그나마 이렇게 맞춰진 게 있었어요. 좋게 봐주시는 분들은 좋게 봐주실 수 있겠지만 저희 내부적인 입장으로서는 살짝 어설픈 부분이 있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저희 나름대로 연말결산 하는 느낌으로 결산을 했을 때 살짝 아쉬운 게 있는 거죠. 저는 항상 좋아하는 말이 있어요. ‘틀을 깨기 위해서는 틀을 배워야 한다.’ 그런 말처럼 이번에는 오래 걸리더라도, 다양한 틀들을 많이 배워서, 저희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더 부각시키기 위해서라도,(밑바닥과 지하에 터파기가 잘 안 된 느낌이니까)건물 밑에 숨겨져 있는 보이지 않는 땅과 같은 내실들을 좀 더 많이 쌓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렇게 하면 우리가 가진 장점들이 더 많이 좋게 부각되는 음악들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공부를 많이 해보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죠.

차 : 각자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다른 생각들을 조합해서 괜찮은 결과물들을, 꼭 괜찮지 않더라도, 서로 보면서 좋아할 수 있는 결과만 나와도 괜찮을 것 같아요. 계속 재미있게 음악생활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공연장보다 음반중심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이지만, 음반에서까지 특유의 타격감과 정곡을 느낄 수 있는 밴드가 이씨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받고 싶어서 공연장에도 계속 갔었고, 이렇게 인터뷰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분들도 이 느낌을 고스란히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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