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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이가 깨고 있는 틀 : #5. 다시,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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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2년 만에 새 EP 『~II』 (2017) 로 돌아온 밴드 이씨이를 만났다. 멤버들의 입대로 인해 약간의 공백기를 가진 상태였다가, 제대 이후에 다시 뭉친 것이다. 최근 있었던 단독공연에 대한 이야기서부터 이들의 음악의 저변에 깔린 세세한 감정들에 이르는 이야기까지를 느슨하지만, 촘촘하게 나눠보았다.


○ 일시/장소 : 2017년 12월 3일, 홍대 공간 비틀즈
○ 인터뷰이 : 동용(보컬), 금오(기타), 주원(베이스), 동욱(드럼)
○ 인터뷰어 : 차유정, 김병우
○ 녹취/사진 : 김병우


근황과 그림

무대

포지션에 대하여

당신의 취향들




차 : 관객 입장에서 말씀을 드리자면, 심각한 느낌을 전해주는 가운데 빠져들 수 있는 기분을 전달해주시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보통 공연이라는 게 너무 관객 참여를 유도하다보니까 음악적인 부분을 너무 소홀히 하거든요. 그런데 이 팀은 약간 거리를 두면서 관객을 거의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가 있거든요.

용 : 아, 저는 최소한의 친절과 매너는 선보이려고 해요. 그래야 좀 관객들이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차 : 그런 부분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친절한 아티스트들은 많거든요.

용 : 그렇긴 하죠.

차 : 유료 관객을 향해, ‘너희는 돈 내고 내 공연을 보러오는 사람들이니까 어떤 의도와는 상관없이 친절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진 아티스트들이 굉장히 많다는 거죠. 저는 그런 친절을 내보였을 때, ‘친절과 음악이 상관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항상 하거든요.

주 : 저희는 이것과 관련해서 어떤 애티튜드(Attitude)적인 말을 잘한다거나 이런 식의 친절 보다는 다른 의미로 친절을 베풀고 싶은 건데.

용 : 제 생각에는 일단 사람들이 왔을 때, 어느 정도 거부감이 들지 않을 정도의 장치가 몇 가지 필요한데, 제가 자주 써 먹는(이건 약간의 영업 비밀인데)방법이 미소를 짓는다던지 갑자기 환하게 웃어요. 그러면 당연히 긴장이 완화되죠. 그렇게 몇 가지 장치만 보여주면 사람들이 좀 더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 게 있어요.

차 : 약간 전략적인 행동들을 하시는 거군요.

용 : 네, 몇 가지가 필요해요. 웃는다던지 이런 것들.

욱 : 아, 공연할 때.

차 : 주원 씨는 어때요? 의도적인 애티튜드(Attitude)라는 게 있을까요?

용 : 연기를 안 하지 않나?

주 : 없어요.

용 : (목을 움직이며)이거 목 쓰는 거 연기 아니야?

주 : 아니야. 저는 연주에 빠져들면 빠져둘수록 아예 움직이지 않게 되요.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움직여야 한다는 의식을 하는 게 더 강한 거일뿐이죠. 만약에 움직이지 않는다면 정말 아예 연주에 빠져있는 느낌인 거고요. 내가 생각하는 관객을 향한 친절은(말을 많이 한다거나 의도된 것도 좋지만)‘누가 박수 좀 쳐 주세요’하는 게 아닌 거죠.



연주에 빠져든 박주원님 (...)


용 : 그건 친절이 아니라 강요지.

차 : 강요죠.

주 : 결국은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밴드를 보러왔다는 것은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우리 음악이 어떤 건지 알고 왔다는 거니까요. 더 좋은 음악을 만들어서 완벽한 연주를 보여주는 게, 우리가 실제로 합을 맞추는 과정을 더 보여주는 거잖아요. 거기서 느낄 수 있는 각각을 보면서, ‘이게 합쳐졌을 때 이런 이미지가 되는구나.’라는 걸 느끼고, ‘아! 되게 감동적이다.’라던지, ‘실제로 들으니까 음악이 더 좋네.’라는 느낌을 주는 것이 저는 최소한의 친절이라고 생각해요. 연주자한테는 그게 다가 아닐까 싶고요.

차 : 의미 있는 이야기네요. 보통 무대에 완벽하게 올인을 하는 연주자의 애티튜드를 보여주는 것만이 친절이라는 것은, 사실 외국에서 얼마든지 통하는 이야기죠.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티스트들에게 그것 이외에 다른 퍼블릭한 친절을 요구하는 무대들이 많잖아요. 거기서 오는 불편함이 있을 것 같아요.

욱 : 저는 그냥 마치 관객들이 티비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드리기 위해서 일부러 그렇게 공연한 적이 있었는데, 한번은 ‘객석을 왜 한 번도 안보냐’는 피드백이 들어와서, ‘아, 객석을 봐야 되나’ 생각을 하다가 ‘아. 오히려 무시함으로써 거기서 오는 편안함이 있을 수 있겠다’ 싶어서, 멤버들 쳐다보고 연주에 집중했죠.

주 : 뭔가 만질 수 없는 그림 같은 느낌.

용 : 연주자라서 그럴 거예요. 저 같은 경우는 마이크만 들고 노래하자니 되게 심심하거든요. 저는 가끔 관객들이랑 인터랙션(Interaction)을 때로는 긴장되게 때로는 이완되게 하는 게 재밌어서, 갑자기 어떤 사람을 뚫어져라 쳐다본다던지, 요런 장치를 가끔 해요. (제가 그렇게 무섭게 생긴 건 아닌데) 제가 뚫어져라 쳐다보면 사람들이 다 웃더라고요.

(일동폭소)

용 : 그런 것도 있고 박수치게 하고 싶으면「붐비세」끝나고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따라서 쳐요. (손을 아래로 모으고 무당처럼 박수를 친다)

(일동 다시 폭소)

용 :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좋은 무대라는 건, 사람들에게 인터랙션(Interaction)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게 한다는 것이에요. 사람들이 대개 저를 보고 있으면(일방적으로 제가 어떤 행동이나 자세를 취하면 완전히 한 방향으로 전달이 되기 때문에)제가 하는 행동의 많은 것들을 그 사람들에게 시킬 수 있어요 제가 자연스럽게 행동하면 사람들도 따라하게 되고, 제가 웃으면 사람들도 따라 웃고 그렇더라고요. 제가 무대에서 심심할 때마다 여러 가지를 몇 개씩 해보면 사람들이 저를 흉내 내요.

차, 김 : 오오 ~

주 : 박수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항상 볼 때마다 놀라는데, 들으셔서 아시겠지만, 저희는 관객한테 뭘 해달라고 강요하는 부탁이라도 하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그런데 항상 「붐비세」(2014)가 끝나고 나면 이제 마지막 퍼포먼스 같은 걸로 박수를 쳐요. 박수치는 느낌이 “여러분, 박수쳐 주세요.”라는 느낌이 아니라.

용 : 원숭이 심벌인형 같은.

주 : 약간 멍청이인가 싶을 정도로 박수를 막 이렇게 (손바닥을 쫙 펴고 빠른 박수를 치며) 치고 있었는데 그걸 다 따라하고 있는 거예요.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차 : 박수무당 같네요.

주 : 되게 신기했어요.

욱 : 그 박수가 곡의 일부였잖아, 「붐비세」 마지막에서. 그래서 마이크 앞에다 대고 박수를 쳐서 그 소리를 들려줬는데, 사람들은 이제 그걸 따라하더라고.

주 : 박수를 치라고 하는 게 아닌데.

용 : 박수를 좀 치라는 얘기기도 하지. 박수를 치라는 것보다 사람들에게 뭔가 즐길만한 내가 직접적으로 하는 거지. 사람들은 쌍방향으로 뭔가 되길 원하는 게 있거든. 그 사람들이 나에게 뭔가 영향을 주는 느낌을 받는 거야. 자기가 박수를 침으로서 내가 박수를 치면 저 사람에게 영향이 가는 걸 느끼게 되는 거죠. 그럼 조금 더 무대에 적극적인 관객으로서 참여를 한다는 듯 한 생각이 드는 거죠.

주 : 그렇게 박수를 칠 때 관객들이 박수를 치잖아. 그거 안쳤으면 했었던 때가 있었어.

용 : 왜?

주 : 박수를 친다는 게 곡의 일부라는 걸 나는 알고 있잖아. 그래서 다들 조용히 하고 그 박수를 좀 들었으면 생각했을 때가 있었어.

용 : 아니야. 그건 곡의 일부가 아니라 무대에서의 인터랙션(Interaction)의 일부야. 사람들도 재밌게 즐기라고 하는 거고, 그런 요소들은 음악적으로 넣는 게 아니라 대부분 다 공연을 먼저 생각하고 만드는 거예요.

금 : 저같은 경우는 원래 인터랙션(Interaction)에 관한 것은 전부 프런트 맨의 소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프런트 맨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 파워, 훌륭한 프런트 맨은 훌륭한 프런트 맨으로만 남아야 한다. 나머지 세션이 그것을 더 잘 받쳐줄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오히려 더 프런트 맨에게 사람들이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나머지 사람들이 공연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왜냐하면 사람이 공연을 보는데, 볼 게 너무 많아지면, 정신이 없어서, 우리가 보여주는 것에 집중하는 게 힘들 것 같아서요.

차 : 아, 맞아요. 여러 가지를 멀티로 하려고 할수록 집중이 안 되죠.

금 : 동용이한테 어떻게 하면 더 집중할 수 있을까 하고.

차 : 공연 자체가 너무 멀티로 퍼지면 집중도 안 될 뿐더러 어떤 걸 하고 싶었는지 의도를 잘 전달하는 것도 힘들지 않을까요?

용 : 그래서 저는 그게 되게 극대화 되고 재밌는 게 씽씽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씽씽이 그렇잖아요. 정확한 포지션으로, 무대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죠. 그분들은 워낙 또 프로니까요. 퍼포먼스는 하시는 분들은 정확히 퍼포먼스를 하고 뒤에서 연주하는 플레이어들은 또 그들대로 역할을 나눠서 하니까, 사람들이 봤을 때 상당히 재미있다고 느끼는 거죠.



프로 퍼포먼서와 프로 플레이어의 조우, 씽씽


금 : 그렇게 되고 싶어요. (웃음) 너무 멋있더라고요. 잔다리 때, 처음으로 완전한 라이브를 봤는데 감동적이었어요.

차 : 씽씽이 굉장한 무대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금 : 라이브 보는 내내 소름이 돋더라고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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