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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서는 글 : 이상은 - 한 개인주의자의 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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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이상은에게 있어서 음악의 문제는 곧 생존의 문제였다. 이상은의 도약은 언제나 이상은이 받은 '위협'과 끊임없이 맞닿아있다. 자신이 결여된 상태에서 만든 음악을 본인의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던 이상은은 '자신의 음악은 직접 꾸리는 것'이라는 점을 진즉부터 예감했다. 이는 자기 자신을 결여시키려는 수많은 환경들에서 비롯되었다. 그 환경들은 ‘어른들’, ‘대중성을 요구하는 업계 사람들’, ‘오리엔탈리즘만을 지적하는 평론가들’, ‘매니저’, ‘의도에 맞지 않는 프로덕션’일 수도 있었다. 온건함과 급진성과 무관하게 이상은은 결국 자신이 희미해지는 음악을 참기 어려워했다. 그녀는 사람들 속에서 자신을 잃느니 차라리 고독해지는 편을 선택했다.
 
그녀는 스스로 택한 고독 속에 몸을 담그고 자신의 세계를 하나씩 꾸려나가기 시작했다. 1, 2집에 등장하는 ‘당신’과 3, 4집에 등장하는 ‘너’는 이상은의 도약만큼이나 다른 맥락을 드러낸다. 전작이 남들의 입을 빌린 거라면, 후자는 자신의 고독 속에서 자발적으로 나온 단어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스스로가 가장 간절할 수 있는 맥락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개인이 끊임없이 위협받는 시기에는 정체성의 문제가 가장 예민한 감각을 갖추기 마련이다. 바깥의 나라들은 그런 정체성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유지시킬 수 있는 좋은 환경이었으리라.
 
그렇게 그녀의 음악은 늘 변하고 꿈틀대는 세계 속의 ‘자신’을 그리는 세계에 당도한다. 이 세계 속에서는 누구도 고정되어있지 않다. ‘절대적인 것이 되어 달라’는 주문도, 색채도 경계없이 흘러가는 물결에 불과하다. 그녀는 자신을 망가트리는 것들에 대해 고통받는 자신을, 영원 속에서 반복되기를 바라는 자신을 그 위에 띄운다. 그러나 이상은은 그러한 염원이 비현실적인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이해하고 있었다.
 
다시 재현될 수 없는, 그러나 이상은에게 너무나 적절한 순간들이 지나갔다. 그녀는 다시 절망하며 자신의 모든 감정에 광기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기여디여라」에서 펼쳐지는 드넓은 강물은 이처럼 급박하게 변하는 세계 속에서 이상은 자신이 찾아낸 나름대로의 공간이었다. 이 강물 위에서는 어떤 세계도 처연히 아름다울 수 있었다.
 
그러한 아름다움 속에서 이상은은 리채라는 또다른 자아를 드러냈다. 비록 국제적 통용을 위해 고안해냈다고는 하지만, '리채'라는 이름은 이상은의 음악에서 꽤나 중요한 음악적 실험이었다. 타인이 규정한 이상은의 음악과 이상은 자신이 생각하는 본인의 음악은 무엇이 다른 것인가? 나의 음악에서 나는 얼마나 나를 지울 수 있을까?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사람은 다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상은은 거기서 자그마한 메시지를 들었을 것이다. 이상은은 자신의 음악이 대중적인 통용에만 목매달지 않을 때, 자신의 그릇을 넓히며 (대중성을 포함한) 모든 것을 담아내려 노력할 때 가장 훌륭한 작품을 남긴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적인 발견과는 별개로 상업적인 실패는 이상은을 자꾸만 대중적인 통용으로만 몰아갔다. 이상은은 그렇게 또 다시 자신의 집을 나온다. 자신의 메시지를 소중히 가슴 안에 품으며.
 
2003년 11집을 발매했을 당시에 3집에서 7집에 이르는 앨범들도 동시에 재발매되었다는 점. 『공무도하가』의 리마스터링이 13집을 작업했던 오키나와에서 진행되었다는 점, 미발표 앨범이자 이상은 최초의 디지털 앨범인 『Out Of Space』가 13집에 맞추어 발매되었다는 점은 사뭇 의미심장하다. 그러한 행보를 통해 이상은은 자신의 과거를 어느 정도 매듭지으며 새로운 길로 나아갔다. 프로테우스처럼 드라마틱한 변화를 거듭하던 이상은은 (평론가들의 말마따나) 어깨의 힘을 빼고 조금씩 일상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대중들은 다시 만난 이상은을 반가워했다.
 
12집에서 우리는 개인의 문제가 정체성의 문제와 다르지 않다고 역설하는 이상은을 마주하게 된다. 일상적인 디테일이 묘한 긴장감을 이루는 세계에서, 이상은은 감각적인 필치와 섬세한 목소리로 자신의 마을을 꾸린다. 그러한 마을에서는 어떤 행위도 자유롭다. 혁명도 민요의 세계도 절대적인 세계도 가능하다. 이상은은 그렇게 자유로운 세계를 한가로이 소요하며 자신을 살피는데 주력한다. 13집은 바로 이러한 세계를 내면에서 꾸려나가며 살아가는 사람이 만들어낸 새로운 세계다. 영원한 과거는 그저 영원 속에 내버려두고 오늘의 시간, 또 다른 공간 속에서 우리를 꿈꾸었기에 「제 3의 공간」이 탄생할 수 있다는 믿음을 그대로 실천한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이마저도 영원하지 않으리라는 점을 예감한다. 가장 아름다운 것들은 이미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다시 공간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녀는 공간적인 제약이 없는 우주로 시선을 돌린다. 그러나 이상은은 이러한 우주마저도 싸움의 공간으로 바꿔놓는다. 우주를 향해 뻗어나가는 이상은의 비전이 역설적으로 이 땅에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비극을 조망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조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녀의 말이 그녀의 음악과 점점 멀어져갔기 때문이다.
 
그녀는 결국 자기 자신으로 돌아갔다. 자기 자신이 모든 것을 해내면 말과 음악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던 것일까. 이상은은 다시 혼자 작업을 이어갔다. 이번에는 세션들도, 그 많던 엔지니어들도 없다. 스스로 앨범 전체를 꾸리고 스스로 앨범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이상은은 신중하게 자신의 과거를 풀어놓는 데에 집중한다. 그렇게 자신만의 텃밭을 가꾸는데 주력한다. 「어기여 디여라」의 세계와 『lulu』의 세계는 그렇게 접점을 이룬다. 이는 타협이나 체념이 아니다. 늘 현실을 탈주하려 애썼지만, 결국 현실과 대결하는 자세를 유지하며 살 수밖에 없다는 절망감이 지금 그녀의 노래에 은은한 그림자처럼 머물러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음악에서 항상 거론되는 '자의식 과잉' 또한 이런 맥락에 대한 갱신과 검토가 더불어 진행되어야 마땅한 것이다. 그 점을 간과할 때 비판은 그저 비난에 불과하다.)
 
사람이 저마다의 모습에 대해 생각하며, “비밀의 정원”에 골몰하고 몰두하는 시대야말로 행복한 시대라는 점을 이상은은 자신의 행보를 통해 넌지시 말해준다. 이러한 메시지는 그녀 자신이 고독 속에 묻힌 거대한 대륙을 발견한 순간부터 탄생했다. 자신 안에 보다 거대한 것이 숨겨져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상은은 진작부터 깨달았던 것이다.
 
생각할 때마다 미쁘고 미덥다. 이상은의 음악을 들으며 나 또한 많이 위안받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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