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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30주년 특집 #17] Another Side Of 이상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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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이상은의 비정규 작품들은 이상은의 정규작을 더듬어보는 것만큼이나 흥미롭다. 이상은의 다른 면, 모색과 주저함, 적극적인 탐구가 깃들어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와 같은 작업들을 이상은의 정규작보다 우선적으로 놓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 또한 이상은이 다녀간 궤적들이기에 이를 따라가는 일 또한 유의미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 꼭지에서는 이상은이 남긴 비정규작업들, 이상은의 목소리가 다녀간 흔적들을 나름대로 훑어볼 것이다.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느꼈으면 느낀 대로. (원래 1998년 작업인 김동섭의 『夢』도 포함되어야 마땅하지만, 곡이 수록된 앨범이 워낙 오래전에 절판되어 음원을 구할 길이 없었기에 제대로 듣지 못했다. 이 글에서는 부득이하게 생략했다는 점을 미리 알린다.)

(편집자註. 앨범 이미지 및 정보는 매니아디비(http://maniadb.com), 벅스, 구글, yahoo.co.jp, amazon.co.jp를 통해 입수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언제나 알찬 정보로 가득찬 매니아디비를 운영하시는 류형규님께 특별한 감사의 글을 올립니다.)
 

「담다디」 from 『'88 제9회 MBC 강변가요제』
1988.08 | 지구레코드


이 앨범은 의도치 않게 「담다디」라는 곡이 당시에 얼마나 많이 ‘튀는’ 곡이었는지의 증명으로 남았다. 발라드와 록, 혹은 가요제 참가자 특유의 아마추어리즘에 기대는 곡들 속에서 「담다디」는 특유의 활기와 적절히 유연한 센스를 드러내고 있다. 「슬픈 그림같은 사랑」에서의 이상우도, 「비오는 오후」를 통해 비교적 시원시원한 절창을 보여준 박성신도, 이상은이 보여준 활기와 곡이 주는 독특한 포지션에는 신선함이 미치지 못했다. 이러한 점은 보고 싶은 인물로 Michael Jackson을 서슴지 않게 외치던 이상은의 패기(?)에 의하여 일종의 화룡점정을 찍기에 이르렀다. 「담다디」의 출현이 그 당시에 얼마나 센세이션이었는지를 간접적이나마 알고 싶다면, (「담다디」를 포함해서)이 앨범 전체를 들으면 된다.


 

이상은 『크리스마스 또 돌아왔네』
1989.12 | 지구레코드


앨범에 그려진 그림들은 모두 이상은이 직접 그린 그림들이다. 2집과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나온 앨범에서 이상은은 들국화의 곡 「또 다시 크리스마스」를 리메이크한 「크리스마스 또 돌아왔네 (또 다시 크리스마스)」를 비롯해 크리스마스 캐롤 곡들을 불러서 넣었다. 「담다디」의 활기참과 1집의 속삭임을 오고가는 이상은의 보컬은 제법 경쾌한 인상을 주는 듯 하지만, 그러한 인상이 무리하게 목을 쓰는 흔적을 다 가려주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서 듣는 내내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김흥국 & 이상은 『까치소리 동동동』
1990 | 지구레코드


이 앨범은 이상은과 김흥국이 한 곡을 제외하고(「아빠」라는 곡은 이상은과 김흥국이 같이 불렀다.) 서로 번갈아 부른 동요 리메이크 곡들로 채워진 앨범이다. 김명곤, 김광석, 함춘호, 이태윤, 배수연을 비롯한 당대의 세션들이 참여를 해서 그런지 최소한 함량 미달로는 치닫지 않은 수준에 머물렀다. 곡은 대체로 이상은과 김흥국이 처음 부분을, 아이들이 뒷부분을 부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앨범의 백미 아닌 백미라면 전형적인 록 세션(!!)으로 진행된 이상은의 「따오기」인데, 제법 날카롭게 파고드는 기타 솔로와 더불어 힘차게 노래 부르는 이상은의 보컬을 듣노라면, ‘내 어머니 가신 나라’는 ‘해 돋는 나라’가 아니라 ‘저 세상 나라’가 아닐까 의심될 정도다. 그 당시의 상황에 미루어 짐작했을 때, 아마도 이 앨범은 동요의 현대적 리메이크를 목적으로 만든 게 아니었을까. 여담이지만, 이상은과 김흥국은 이 앨범 덕분에 당시 문화부 장관이었던 이어령으로부터 표창을 수여받았다.


 

「당신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from 『MBC 축하의 노래』
1991.01 | 뮤직디자인


「당신의 생일을 축하합니다」는 아이돌 시절의 이상은이 마지막으로 남긴 공식 음원 이다. 생일을 축하한다는 컨셉으로 여러 가수들이 참여한 앨범에서 이상은은 어린이 코러스들과 더불어 꽤 괜찮은 텐션의 곡을 남겼다. 대중들이 알던 이상은은 여기서 막을 내린다.


 

이상은 『이상은 베스트』
1992 | 지구레코드


이 앨범의 존재의의는 단순하다. (「담다디」를 비롯한) 아이돌 시절의 이상은의 정규 앨범 곡들을 모은 모음집. 그게 다다. 앨범 내의 한 두 곡이나 비정규 작업을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의 곡이 모여 있다. 「담다디」를 다른 이상은의 곡들과 더불어 들을 수 있다는 점이 특기할만한 사항이랄까. 공교롭게도 이 앨범에서도 「담다디」는 맨 처음에 들어가 있다.

 

「별뜻없이」, 「자유새」  from 강산에 『삐따기』
1996.07 | 킹레코드

「녹색병원」 from 어어부프로젝트밴드 『손익분기점』
1997 | 동아기획


한동안 사이드 작업 없이 자신만의 음악에 골몰한 이상은은 이 곡들을 시작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다른 뮤지션들에게 오랜만에 빌려준다. 세 곡 모두 코러스라는 점이 인상 깊은데, 강산에의 곡에서는 강산에의 목소리와 더불어 곡의 섬세한 감정을 추린다. 「녹색 병원」에서는 곡의 중후반부에 들리는 미세한 저음 허밍을 통해 등장하는데 워낙 미세한 목소리다 보니 쉽사리 그녀의 목소리라는 점을 깨닫지 못할 정도다. 어쨌든 이 곡들은 그녀가 강산에를 비롯한 90년대 홍대 뮤지션들과 본격적으로 교류하기 시작했다는 간접적인 흔적들인 셈이다.


 

「당신 생각에」 from 『꽃을 든 남자』 O.S.T.
1997 | 난장


이상은은 여기서 거의 재즈 보컬에 가까운 곡을 선보인다. 정원영 1집과 패닉 2집의 레코딩, 믹싱 엔지니어를 맡은 김훈석의 곡을 김광민의 피아노와 고찬용의 코러스에 덧입혀져 능숙하게 부르는 대목을 듣노라면, 이상은의 여타 (특히 재즈적 성격의) 음악과도 자연스레 연결되어 흥미롭게 들린다.


 

「달빛 향해」 from 원일 『ASURA』
1997 | 삼성뮤직


원일과 이상은은 이미 어어부와 강산에의 곡을 통해 합을 맞춘 바가 있는 사이였다. 이상은은 「몽금포 타령」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곡에서 영어 나레이션과 몽금포 타령의 목소리를 빌려준다. 원일의 앨범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대목으로 남는 이 곡은 어찌보면 당시 이상은의 음악적 성격에 딱 맞는 테이스트를 지녔다고 할 수도 있겠다. 여기서 이어지는 이상은과 원일의 조우는 후일 『Asian Prescription』에서 이어진다.


 

「Hold Me」, 「즉흥 Performance Ⅱ」  from 『도시락특공대』
1997.09 | 킹레코드


이상은이 홍대 뮤지션들을 비롯한 국내 뮤지션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었다는 또 다른 증거 되시겠다. 김창완을 비롯하여, 강산에, 장영규 등이 참여한 이 앨범에서 이상은은 후일 발표하는 『Give It All』의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한 「Hold Me」를 선보였다. 또한 1집에는 참여뮤지션들이 나눠 참가하는 “즉흥 Performance”가 존재하는데, 이상은 또한 「즉흥 Performance Ⅱ」에서 자신의 보컬로 참여한다. 때로는 허밍으로, 때로는 속삭임으로 때로는 알 수 없는 멜로디와 흐느낌과 파편적인 가사로 참여하는 이상은의 보컬은 그 자체로도 전위적인 뉘앙스가 충만하다.


 

이상은 (Lee-Tzsche) 『Actually, Finally』
1997.11 | Toshiba-EMI


8집 『Lee Tzsche』의 리드 싱글. 여기서는 Richard Niles가 편곡한 「Actually, Finally」가 수록되었다. 이 싱글에 수록된 「Sonic Primitic」은 이후 이상은의 어느 앨범에도 수록되지 않았다. 간혹 국내 웹사이트에서는 이 두 곡에 「달빛 항해」를 엮은 싱글 앨범이 보이는 데, 이는 아마도 8집이 들어오기 전에 선발매된 싱글이 아닌가 싶다.


 

「탈진」 from 황보령 『귀가 세개 달린 곤양이』
1998.04 | DMR


황보령은 이상은과 미국에서 만난 사이였고 이상은 5집에 등장하는 「여름밤」의 실질적인 작곡자였다. 방준석(크레딧에는 '이인'이라는 예명으로 등장한다)의 프로듀싱으로 나온 이 앨범에서 이상은은 「탈진」의 코러스로 참여한다. 여기서의 이상은은 「녹색 병원」에서 보여주었던 저음의 코러스를 통해 곡을 깊숙하게 받쳐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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