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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앞의 별이 떠나갈 때 #16] Maurice White : Shining Star, that’s the Way of Earth Wind & F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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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Earth Wind & Fire (이하 EW&F)의 내한공연을 보고 나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나에게, 누군가는 디스코 재생 기계 같아서 지루했다느니, 또 누구는 Maurice White가 없으니 앙꼬 빠진 찐빵 같다느니 하는 잘난 말씀들을 건넸다. 솔직히 나는 1%도 동의할 수 없었다. 나에게 EW&F는 Maurice White가 무대에 없어도 최고였다. 왜냐고? 1994년 이후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 하더라도 EW&F의 토대를 만들고, 그 사운드를 벼리고, 무대를 떠난 후에도 밴드의 프로듀서이자 조력자로 Maurice White는 EW&F와 한시도 떨어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니 Maurice White는 EW&F 그 자체이기도 하다. 일예로 『Last Days and Time』(1972)부터 함께 해 온 Philip Bailey의 솔로 앨범 프로젝트로 시작, EW&F의 19번째 정규앨범으로 마무리 된 『Illumination』(2005)의 프로듀서를 보라. Will.i.am, Raphael Saadiq, Brian McKnight를 비롯 앨범에 피처링한 당대의 쟁쟁한 아티스트 겸 프로듀서의 이름을 제치고 Maurice White의 이름이 가장 먼저 적혀있다. 이 앨범에 쏟아진 (오랜만의) 평단의 찬사 속에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이름 역시 Maurice White였다. 심지어 이 앨범에서 그는 작곡에 참여하지도 않았다.



영접하라 EW&F


Maurice White는 EW&F의 리드보컬리스트일 뿐 아니라, 「September」(1978), 「Shining Star」(1975), 「That's the Way of the World」(1975), 「Serpentine Fire」(1977), 「Fantasy」(1978), 「Let's Groove」(1981) 등 수많은 히트곡을 만든 작곡가이며, 「Boogie Wonderland」(1979), 「Getaway」(1976), 「After the Love Has Gone」(1979)과 같은 외부 작곡가의 작품을 EW&F의 사운드로 매만져 낸 프로듀서다. Maurice White의 감각으로 EW&F의 사운드가 프로듀싱 되었다는 건 허투루 하는 말이 아니다. David Foster가 작곡한 발라드 「After the Love Has Gone」에 얽힌 얘기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이 곡은 원래 EW&F의 것이 아니었다. Chicago의 키보디스트 Bill Champlin의 첫 솔로 앨범을 위해 Jay Graydon와 셋이 함께 만든 곡이었다. Bill Champlin과 같은 녹음실에서 『I Am』(1979)의 녹음을 진행 중이던 Maurice White는 이 곡을 듣고 Foster에게 EW&F도 녹음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지금 듣기엔 EW&F의 전형적인 그루브가 살아있는 발라드로 들리지만, Foster가 만든 원곡은 특유의 보컬과 피아노 멜로디 중심이었다. EW&F의 멤버들은 이 노래를 녹음하며 Maurice로부터 수없이 “No”소리를 들어야 했다. 당시 EW&F의 멤버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Philip Bailey(보컬, 퍼커션), Verdine White(베이스), Ralph Johnson(보컬, 드럼, 퍼커션) 외에도 황금기를 이끈  Larry Dunn(키보드), Al McKay(기타), Fred White(드럼) 등이었다. 이 쟁쟁한 멤버들은 무대와 스튜디오를 가리지 않고 EW&F 특유의 폴리리듬(polyrhythm) 사운드를 절정으로 쏟아내는 중이었다. Maurice White는 Foster 특유의 피아노와 보컬라인을 살리면서도 폴리리듬의 두께가 얇아지지 않는 절묘한 지점을 원했고, 밴드는 역사상 가장 어려운 녹음을 해내야 했다. 결과는? 당신이 알고 있는 바로 그 곡이 탄생한 것이다. EW&F 버전의 「After the Love Has Gone」을 들은 Champlin은 선선히 자신의 앨범에서 이 곡을 빼기로 했을 정도다.


해낸 이들의 미소


1999년 팬서비스의 일환으로 진행된 《Live by Request》 콘서트에서 가장 큰 박수를 받은 전화사연은 말 할 것도 없이 Maurice White가 전화로 「That's the Way of the World」를 요청하던 순간이었다. 2012년 《David Foster and Friends》 콘서트에서 Foster는 무대를 내려가 객석에 앉아있는 White를 "진정한 내 음악의 멘토"라며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멘트는 쇼가 아니었다. 누적판매 9,000만장을 기록한 역사상 가장 성공한 흑인밴드이자, 흑인 음악의 상업성과 놀랍도록 정교한 연주력을 앨범마다 자랑한 밴드이자, 흑인의 인권문제를 끊임없이 노래한 용기 있는 밴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첫 번째 백악관 음악 행사에 초대한 밴드가 EW&F다)를 조직하고 이끈 이가 바로 Maurice White다.


포옹하는 David Foster와 Maurice White (《Hit Man Returns: David Foster & Friends》중)


1960년대 중반 시카고 블루스의 명가 체스레코드(Muddy Waters, Howlin’ Wolf, Buddy Guy, Willie Dixon, Etta James, Koko Taylor가 성장한 바로 그 레이블 맞다!!!)의 스튜디오 드러머로 프로페셔널 음악인생을 시작한 그는 기라성 같은 선배들의 블루스와 알앤비 음반에서 드럼을 연주하는 한편 재즈 클럽에서 드러머 겸 보컬리스트로 활동하며 음악적 식견을 넓혀갔다. 체스레코드의 세션 동료들과 지역 대학에서 재즈를 전공하던 동료들과 결성한 The Pharaohs의 활동과 녹음 과정에서 그는 정교하게 얽히고설킨 혼 섹션의 기술을 확실하게 터득하게 된다. EW&F의 전매특허인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혼섹션의 기틀은 이 시절의 경험으로부터 나왔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칼림바를 비롯 다양한 아프리칸 퍼커션과 악기를 섭렵한 것도 이 시절의 경험이다. 3대의 드럼세트와 다양한 퍼커션을 무대 위에 배치하고, 모든 멤버들이 퍼커션을 함께 연주하며 풍성하고 중층적이고 대위법적인 리듬 라인으로 객석을 압도하는 EW&F의 리듬파트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EW&F와 함께 한 파워 혼섹션 “The Phoenix Horns”


새로운 사운드에 목마름과 당시 융기하고 있던 사이키델릭 훵크의 절묘한 조화가 1971년 2월 앨범 『Earth, Wind & Fire』와 11월 『The Need of Love』를 통해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 두 앨범은 익히 알고 있는 EW&F의 사운드와 다소 다르지만 팬이라면 반드시 확인해야 할 명연의 연속이다. 네 번째 앨범 『Head to the Sky』(1973)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기 시작한 밴드는 Maurice White가 프로듀서로 전면에 나서게 되는 『Open Our Eyes』(1974)를 통해 100만장을 훌쩍 넘긴 판매고를 내세운 스타로 부상하게 된다. Maurice White는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밴드를 이끌고 있는 형제 Verdine White와 팔세토 창법이 경이로운 Philip Bailey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만든 수록곡 「Mighty Mighty」, 「Devotion」, 「Kalimba Story」 등은 싱글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칼림바를 내세운 제목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자부심을 잊지 않는 태도는 이미 확고했다. 팝과 알앤비 차트를 동시에 석권한 싱글 「Shining Star」를 내세운 동명의 영화음악 앨범이자 여섯 번째 스튜디오 앨범이기도 한  『That's the Way of the World』(1975)는 1983년 4년간의 휴지기에 들어가기 전까지 흔들림 없는 최고의 팝, 디스코, 알앤비, 훵크 밴드로 자림매김 할 수 있게 만들었다.



Master of Kalimba, Maurice White


EW&F 활동만이 Maurice White의 전부는 아니다. 퓨전 재즈의 방향을 제시한 Weather Report의 앨범에 보컬리스트로 참여하기도 했고, 「Boogie Wonderland」를 함께 부른 the Emotions를 비롯해서 Barbra Streisand, Neil Diamond, Barry Manilow 등 수많은 팝, 재즈 스타들에게 곡을 주고 프로듀싱을 맡기도 했다. 드러머 출신답게 여러 타악기와 관악기를 한꺼번에 쏟아내는 가운데 강렬함과 부드러움을 오가는 변박과 편곡의 능수능란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오랜 투병 중에도 EW&F의 음악에 관여했고, 40년이 넘은 밴드를 현재진행형의 알앤비나 네오소울과 견줘도 어색하지 않은 감각을 유지하게 만들었다. 박수 받아 마땅하다. 화려함보다 꾸준하게, 안주하기보다 나아가는 아티스트 Maurice White, 당신이 일궈낸 그 아름답고 환상적인 소리들에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영면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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