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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30주년 특집 #01] 들어가는 글 : 지난 30년의 도정(搗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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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이상은의 음악을 다시 돌아본다.
 
단순히 그녀의 음악 인생이 30년을 맞이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이상은의 작품들이 여전히 한국 대중음악에서 문제적 텍스트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이 땅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지 30년이 되었다는 사실을 자찬하는 일은 그녀가 이룩한 공의 절반만 돌아보는 것에 불과하다.
 
이상은의 작품들은 여전히 문제적이다. 한 자아가 정체성을 자각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한 이상은의 '여정'은 이상은을 자신만의 눈으로 새로운 세계를 엿보는 투시자의 길로 이끌었다. 그 과정을 수놓은 작품들이 아직도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채 이 땅 위에 뿌리내리고 있다. 적어도 3집 이후로 그녀의 디스코그래피에서 빛을 발한 일정한 퀄리티의 '연속성'은 한국 대중음악을 통틀어서 유래가 없었다. 여러 장의 정규 앨범이 저마다의 관계를 그것도 완성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사례는 현재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이상은이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이상은의 앨범들은 아티스트의 작품에 나타나는 연속성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한국대중음악사에서 유일무이한 케이스다.
 
뿐인가. 이상은의 궤적은 곧 한국의 여성 아티스트가 어떻게 자신의 세계를 일궈냈는지에 대한 도정(搗精)의 과정으로 읽을 수 있다. (물론 이 점은 그녀의 작품들이 일정한 해석을 요구하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 나는 그녀가 일궈놓은 땅으로 인해 우리는 대중음악이 좀 더 넓은 함의를 지닌 토양으로 발전할 수 있는 예술적인 근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이어지는 앨범들의 리뷰는 이러한 확신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문제적인 작품은 늘 해석을 발판 삼아 나날이 새로운 위치를 점한다. 우리는 그런 작품을 좋은 작품이라고 칭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상은의 작품들이 그렇다고 확신한다.

(편집자註. 이상은 30주년 기념 특집은 주 2회 업데이트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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