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459-5] 유라 「구운듯한 얼굴이 너의 모티프」

유라 (Youra) 『꽤 많은 수의 촉수 돌기』
654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3.07
Volume 1
장르 알앤비
유통사 지니뮤직, 스톤뮤직 Ent.
공식사이트 [Click]

[김병우] 프리재즈나 탱고의 자유분방한 리듬감과 화성을 ‘흐름’이라는 맥락으로 십분 차용하여 (영원 불별로 상징되는) 너의 얼굴이 지닌 고정된 물질성을 오롯하게 남기는 싱글이다. (이를테면 반도네온과 바이올린의 묘한 엇갈림을 주도한 대목에서 특히 그 재능이 빛을 발하는) 송남현이 주도한 편곡의 촘촘한 디테일도 그렇지만,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감정선을 정교하고 적합가게 짚는 유라의 보컬도 특기할 만한 솜씨다. 일견 자동기술법에 의해 쓰여진 듯한 가사들도 그 맥락에서 납득할만한 (일종의 체화라고도 볼 수도 있는) 감정적 설득력을 지녔기 때문에 이런 느낌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난해한 곡이 반드시 진지한 곡으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이런 아름다운 예외라면 대환영이다. ★★★★

 

[유성은] 시이나 링고(椎名林檎)나 돌리스(Dorlis), 내추럴하이(Natural High)등 재즈 기반의 J-Pop 뮤지션들의 음악이 생각나는 곡이다. 시작부터 위태롭게 전개되는 현악의 속주 비트 위를 추상적인 가사들로 촘촘하게 수놓는다. 정신없이 쌓인 악기들의 트랙 사이에 유라의 희미한 목소리를 묻히지 않게 잘 잡아낸 사운드 메이킹이 무척 훌륭하다. 애초에 제목 「구운듯한 얼굴이 너의 모티프」를 본 순간부터 너무 전위적이라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기승전결을 갖추고 곳곳에서 기어를 바꾸며 전개하는 피아졸라의 관현악이 떠오르는 사운드와 함께 반복해서 듣다보면 어느새 이 세계의 일원이 된듯 일체감을 가질수 있게 된다. 시이나 링고의 히트곡 「마루노우치 새디스틱(丸の内サディスティック)」(1999) 처럼 난해한 가사의 구체성을 파고들기 보다는 이 곡의 분위기 자체를 즐기며 사운드 자체에 젖어드는 것이 좋은 감상법이 아닐까. ★★★★

 

[정병욱] 남유선의 『Strange, But Beautiful You』(2018) 속 도재명이 발휘한 짧고 굵은 존재감처럼, 이선지와 황푸하의 만남(『답장』(2021)) 혹은 넉살과 까데호의 협업(『당신께』(2022))처럼,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그러나 결국 잊지 못할 만치 인상적이었던 초-장르적 공존들이 있다. 지난해 말, 만동과 유라의 만남도 그러했다. 애초에 도전적 사운드, 마냥 난해하지 않은 서사를 통해 동시대 언어로써 컨템퍼러리 재즈의 가능성과 에너지를 모두 선보여 왔던 만동이다. 이들에 더해 예리하고 주술적인 보컬 톤, 그보다 더 이상하고 환상적인 가사를 써 내려가는 유라가 가세하면서 (예상할 수 없었으나 결국 예상 가능한 대로) 지극히 뜻밖이면서도 잘 어울리는 한 쌍이 완성됐다. 해당 조합은, 만동의 베이시스트 송남현이 함께한 유라의 이번 첫 정규앨범으로 이어진다. 첫 곡 「구운듯한 얼굴이 너의 모티프」가 조합의 색채와 지향을 고스란히 대변한다. 일순간의 리프로서, 구체적인 장면과 공간을 묘사하는 프레이즈로서, 그 밀도와 직관적 매력 모두 부족함 없는 관능적인 라인과 연주가 휘몰아친다. (심지어 앨범 소개글의 텍스트조차) 지극히 친절하고 서술적이나 그 의미가 계속해서 미끄러지는 유라의 문장들은 모호하다. 그리고 몽환적인 공기 소리를 머금은 유라의 보컬은, 폭풍 같은 반주의 에너지에 동등하게 맞서며 감각적인 혼돈 속 절묘한 질서를 마련한다. 짧게는 바로 앞선 협업 『이런 분위기는 기회다 : The Vibe is a Chance』(2022)를 연상하게 하는 소울 넘치는 사이키델릭의 다이내믹을 훨씬 집약적으로 표현한 버전이자 프랑스 상징주의 시어가 강렬한 개러지 밴드 사운드와 어우러졌던 Patti Smith의 무대를 환기하는 2023년의 펑크(punk)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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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구운듯한 얼굴이 너의 모티프
    유라
    유라, 송남현
    송남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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