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공격적인 템포, 탄탄한 랩 스킬에 살짝 단어를 씹어넘기듯 독특한 딕션 패턴을 섞어 다소 전형적인 비트 위에서도 특유의 실력과 개성을 드러내는 곡입니다. 사실 전역 기념으로 이래저래 선보이는 목적 상, 감상도 최대한 가볍게 하면 좋을 법한 곡이고 그렇게 즐기기에 적절한 만듦새를 지닌 곡입니다. 다만 ‘fake drill’을 키워드로 걸고 어그로를 몰거나 군부심의 단어들을 연결하며 이어가는 메시지나 ‘대비’의 정서는 (언젠가부터 안 멋져진만큼) 기믹 싸움이 고도화된 요새의 국힙신 안에서 조금 올드해 보이기도 합니다. ★★★

[정병욱] 작용에는 반작용이 따른다. 규율과 구속, 타성과 폐쇄성이 지배하는 군 생활로부터의 전역이 창작자에게 무한한 해방감이나 자신감을 선사하기도 하는 까닭이다. 애초에 자기 퍼포먼스에 대한 믿음, 자신이 인정하지 않는 래퍼들에 대한 공격성이 작업에 늘 내재해 있던 올티의 전역 출사표에는 자연히 본래 성질이 강화된 채 표출된다. 애초에 제목부터 그의 태도가 읽힌다. 우리나라 육군에서 부대 훈련 중 작전 개념의 예행연습이 바로 ‘ROC Drill’(Rehearsal of Concept Drill)이다. 이른바 군 생활에서 체득한 다양한 생활 소재를 라임과 펀치 라인에 욱여넣은 워드 플레이의 전시장이다. 여기에 상대를 가리지 않는 광역 도발이 노래에 가득 찼다. “패딩 아니라고 K2가” “Army 출신 Rap Monster” “누구처럼 뇌전으로 사기 안 쳐” 군사 용어를 소재로, 신 내외부의 이 사람 저 사람을 모두 건드리는 도발과 심지어 의도적으로 활용한 드릴 비트를 두고, 이를 왈가왈부할 힙합 리스너들의 반응까지 예상해 가시를 한껏 세우는 가사가 그답다. 타이트한 벌스를 흥미롭게 구성하고 구사하는 올티의 장점이 그대로라는 사실이 반갑다면, 거꾸로 이 같은 벌스에 차용한 독기와 비트가 반전이나 변곡점이 되지 못한다는 게 역설적인 아쉬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