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동면이라는 제목에 ‘접근’하는 사운드 디자인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기존의 실리카겔이 추구한 사운드 구조에서 좀 더 단단하고 역동적인 구조를 탐색하는 점이 돋보인다. 적절한 선에서 완급조절을 갈음하면서도 복잡한 탐구를 곁들이지만, 난해하게 골몰하지도 않는 선에서 제 할 말을 하는 것에서 실리카겔이 나아갈 방향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듯하다. 칠(Chill)의 뉘앙스를 살리면서도 다양한 방면으로 접근을 허용한다는 점도 이 곡의 넓은 어프로치를 새삼 실감하게 만든다. ★★★☆

[유성은] 종잡을수 없으면서도, 키치하고 유쾌한 실리카겔이 또 다른 변종 장르로 진화했다. 코로나 시대의 우리에게 끊임없이 되뇌이게 만드는 '집에 머물라'를 비롯한 몇가지 강령들을 실리카겔 특유의 공포감이 깃든 음악으로 변모시켰다. 때마다 주술과 같은 읊조림으로, 아니면 Dream Theater가 떠오르는 공간감으로 가득찬다. 또한, 신경질적인 사운드에 우주를 부유하듯 전자음이 가득한 전개와 층층이 쌓인 광폭한 사운드의 결이 있다. 지금의 현실에 발딛고 있는 실리카겔의 현재가 담겨있는 '실리카겔식 메탈'의 탄생이다. ★★★★

[차유정] 지속적인 감정의 타래가 아닌, 잠깐 스치고 빠져나가는 감정의 일부를 빠르게 묘사한다. 최대한 날카롭게 울릴 수 있는 음정들을 직선적으로 배치하고, 이와 반대로 완벽히 침잠하는 목소리를 얹어내었다. 이는 '어디에서도 찾을수 없는 감정'에 대한 잠깐의 착시를 느끼게 만들어준다. 스쳐지나더라도 가만히 곱씹게 될만한 흡입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