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322-1] 기린 「Sachi (feat. 플라스틱키드)」

기린 (Kirin) 『The Town』
722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0.10
Volume 4
장르
레이블 에잇볼타운
유통사 지니뮤직, 스톤뮤직 Ent.
공식사이트 [Click]

[김성환] 『그대여 이제』(2011) 이후 10년간 ‘뉴잭스윙’에 한결같이 헌신(!)해왔던 기린의 세 번째 정규앨범 타이틀곡. 앨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여전히 그의 음악적 지향점에서 한 치도 어긋남이 없다. 게다가 「Sachi」는 (그의 몇몇 대표곡에서도 느껴지듯이) 비트와 샘플링에서 ‘듀스의 향기’가 강하게 묻어난다. (일부 샘플은 듀스의 곡에서 미세하게 따온듯한 느낌도 든다.) 이러한 ‘과거 유산의 활용’이 바로 기린의 음악이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이자, 리스너 입장에선 그의 음악을 듣는 궁극적 이유니 일단 넘어가자. 특히 여기서는 이현도식 라임 메이킹을 의도적으로 모방(?)하는 기린의 모습이 재미를 더한다. 오히려 흥미로운 것은 현재 젊은 남성들의 연애와 사랑에 대한 관점을 담은 가사가 매우 실감난다는 점이다. 실제로 88만원 세대에겐 모든 선택의 문제가 ‘시간투자와 정신 소모’로 귀결되는게 그들의 현실인 것도 사실이지 않나. 그래서 연애도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는 노래 속 화자의 서사가 이 흥겨움 속에서 하나의 ‘통찰’로 와닿는다는 게 결국 이 곡의 킬링 포인트다. 과거의 사운드와 현재의 메시지의 완벽한 조화를 가져온 좋은 트랙이다. ★★★☆

 

[열심히] 어느덧 정규 세 번째 앨범에 달했습니다. 뉴잭스윙의 가요적 변주를 재연하는 익숙한 작법으로, 듀스와 김창환 사이 어딘가에서 뽕댄스의 흡인력을 만들어냅니다. 레트로 자체에 정체성을 일체화하던 때와 비교하면, 이 재료를 한결 여유롭게 활용하는 인상입니다. 다만, 신선하거나 새로운 건 더 이상 아니어서, 익숙하고 안정적인 반복이 주는 뻔함은 불가피합니다. 자신이 만든 캐릭터에서 공전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기린을 밀도있게 그리고 뻔하게 한 번 더 보여주는 곡. ★★★

 

[정병욱] 이제는 붐이나 현상이라는 말이 어색할 만치 하나의 주류 태도가 된 '1990년대에 대한 향수' 혹은 '레트로'라는 카드를 무려 10년 전에 꺼내든 그다. 기린의 예지력, 아니 혁신성은 단지 당시의 감각을 (청각적으로나 시각적으로나) 그럴듯하게 재현하는 수준을 넘어 온전히 자신만의 것으로 체화하는 완벽한 결과물과 퍼포먼스에 방점이 있기도 했다. 은퇴를 선언한 시점의 이 곡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치(奢侈)를 굳이 ‘Sachi’로 표기한 제목에서부터 여전히 진지함과 유머가 적당한 균형을 이룬 그의 태도가 읽힌다. 그것이 필요한 순간 가사의 메시지를 완성하며 적절히 터져 나오는 짧고 굵은 훅, 초장부터 구수함 및 소울이 공존하는 윤다혜의 코러스와 올드스쿨 랩에서 멜로딕한 코러스 라인으로 전환하는 뻔하고도 친숙한 서사에서는 여전한 감각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 훅을 앞두고 팔세토 창법으로 변주를 주거나 수미쌍관으로 활용한 스크래치 사운드 및 후주를 장식하는 말도 안 되는 반복 어구에서는 특정 시대상에 한정된 엇비슷한 재료들로 익숙하면서도 기어이 다른 장면을 만들어내는 영리함이 다시금 느껴진다. 무엇보다 가장 절묘한 건 충분히 더 할 수 있음을 증명하며 물러나는 그의 때인 듯하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2
    Sachi
    기린
    기린, 유누
    유누, 제이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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