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순서와 방향의 중요성 : 이권형 「파티멤버」

이권형 『터무니없는 스텝』
896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0.09
Volume 2
장르 포크
레이블 인천의포크
유통사 먼데이브런치
공식사이트 [Click]
과거 전통 미학의 관점에서는 회화의 제재와 장르에 따라 작품을 바라보는 위계가 존재했다. 이를테면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닌 것은 역사화였고, 그 아래에는 차례로 인물화와 풍경화가 자리했다. 고전주의자들의 눈에 특정한 스토리나 역사와 무관해 보이는 정물화는 가장 열등한 것이었다. 정물화의 발전은 자신의 소유물을 중요하게 여기는 상업자본주의의 등장에 이르러 가능했다. 유독 현실이나 시대정신에 밀접히 맞닿아 있을 포크 음악의 숭고한 속성과 연관지어 생각했을 때, 「수봉공원」(2018)이나 「교회가 있는 풍경」(2018)처럼 풍경화에 가까웠던 시선이 본 앨범의 정물화로 옮겨 온 이권형의 변화에 자연히 미술사가 오버랩 된 까닭이다.

물론 그의 음악이 상업적으로 변질했다거나 위계적 퇴행을 겪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비유한 고전주의 미술의 관점은 200년 전 이야기일 따름이며, 반대로 이권형의 음악은 현대 네오포크보다 여전히 포크에 가깝다. 다만 그가 훨씬 풍성하고 다채로운 사운드를 통해 기술적이고 의도적인 변화를 가미하고 있는 것, 외부 세계의 반영에 치우쳤던 그의 세계가 좀 더 자의적인 색채를 띠게 된 것 역시 맞다. 차분한 수필이나 서간체 같았던 언어는 한층 함축적이고 추상적인 시(詩)에 가까워졌으며, 그리움과 슬픔, 냉소가 뒤엉켜 조용히 침잠하던 그의 목소리에는 설렘과 유머가 곁들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치 붕 뜬 바이브레이션과 함께. 이권형이 오롯이 작·편곡을 맡은 이 노래 「파티멤버」 속 서글서글한 우쿨렐레 연주에는 몽환적인 배경음이 더해지고, “현란한 조명” 아래 “파티멤버”를 호명하는 가볍고 쓸쓸한 보컬 뒤로는 소울 넘치는 코러스가 처량하게 울부짖는다.

중요한 것은 순서와 방향이다. 작가의 세계가 추상에서 구상으로 나아갔을 때, 혹은 미시에서 거시로 나아갔을 때 사람들은 현재의 구상을 근거로 자꾸 과거의 추상을 추리함으로써 두 세계를 연계해 인식하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섬세한 구상적 풍경이 모호한 추상적 정물로 변했다면, 우리는 현재와 미래에 분리된 심상에 집중하기 한결 수월해진다. 「파티멤버」의 정서적 아이러니를, 그와 어우러진 이 앨범의 터무니없는 아트워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다.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3
    파티멤버
    이권형
    이권형
    이권형, 서준호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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