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욱]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비트. 유려하게 선을 넘나드는 플로우. "10만원에서 100으로 바뀐 나"라는 문장으로 압축할 수 있는 자존감의 발현. 2020년의 래퍼 1순위로 꼽을 수 있는 샤크라마의 두번째 정규작 『진주특별시』의 타이틀곡이다. 청각의 타격감을 극대화하는 랩스타일을 견지하기 때문에, 굳이 가사에 집중하지 않아도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샤크라마의 반전은 가사에서 나온다. 관계 중심적인 씬에 대한 분노를 건조하게 풀어내는 그의 가사는 출신지를 앨범명으로 샤라웃한 결기와 맞물려 묘한 쾌감을 선사한다. 앨범의 훌륭한 조력자로 활약한 프로듀서 북극곰은 전작 『666』(2020)에 비해 전체적인 무드를 보다 통일감있으면서도 압축적인 붐뱁 스타일로 도드라지는 샤크라마의 감정 디자인에 일조한다. 이와 같은 분노와 자존에 대한 이야기는 『진주특별시』 전체를 관통하며 음반을 듣는 재미를 더한다. (전작의 큐엠, 피타입, 애쉬비에 이어 던말릭과 쿤디판다와 피쳐링진이 과하지 않게 등장하는 것도 높이 살 필요가 있다.) 그러다 보니, 30분을 갓 넘기는 재생시간이 순식간에 삭제되는 듯한 경험을 느끼게 하며, 짧은 커리어 임에도 피처링으로 참여했던 던말릭이나 큐엠과 비견할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증명해낸다. 《Show Me The Money 8》(2019)를 통해 샤크라마를 접했던 이들이라면 영비와의 디스전 이슈만 떠올릴텐데, 근래 보기 드문 좋은 타격감을 주는 작품들이라는 것을 보장할테니 『666』과 『진주특별시』를 진지하게 정주행해보시길 추천한다. ★★★★

[열심히] 짧은 시간 동안 엄청 많은 곡을 선보이는 래퍼 샤크라마의 신곡입니다. 이 곡을 포함해 이번 앨범에서 상당한 분량의 곡을 단일 프로듀서 체계에서 선보이며 일관된 윤곽이 선명해졌습니다. 문장을 끝내지 않고 끊어내며 묘한 여운을 남기는 특유의 작사법 때문에 공격적이면서도 모호한 인상을 줍니다. 여기에 공격적인 톤과 속도감의 랩 스타일이 맞물리며 불완전하지만 요소요소에서 후킹되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힙합신과 교류하는 디스/리스펙에서는 이 스타일에 호불호가 갈렸는데, 보다 ‘나’를 중심으로 풀어가는 이 곡에서는 이 모호함도 적절한 ‘장치’처럼 작용합니다. 여전히 고군분투하는 중인데, 괜찮은 조력진을 만난다면 이 개성이 보다 빛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