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동] '예상을 한참 벗어난 음악'이라거나 '이런 전개는 처음'이라는 식의 호들갑을 떨어야만 좋은 음악이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지난 십 여년 사이 포스트록이라는 장르의 한 특징이 된 긴 호흡 기타 연주가 차근히 쌓는 감정의 파도에 흔쾌히 휩쓸리게 만드는 진심으로 아름다운 음악이다. 흐름을 잡는 베이스와 처연한 아르페지오 기타로 사박사박 마음이 덮혀진다. 아밍을 이용한 기타 솔로가 들고나며 이 감정은 더욱 벅차진다. 한 호흡 쉬면서 더 격해진 드론 사운드가 파도처럼 부서지는 11분여의 파국에 깨닫게 되는 게 있다. 장르 음악의 한 전형이 된 공식과 공식을 자기 음악으로 만들어 내는 일은 전혀 다른 작업이라는 사실. ★★★☆

[차유정] 흘러넘칠 듯 말 듯 하게 퍼지는 소리들과, 이것이 폭발할 때까지 청자들에게 인내와 감정의 소모를 요구하는 재주가 꽤 이채롭다. 화산처럼 느껴지는 연주의 보폭이 장점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감정과잉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연주를 폭발력과 구심점을 만들기 위한 일종의 화력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이 싱글의 힘을 설명하는데 충분한 요소가 되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