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Love Poem』(2019) 이후 반년 만에 공개한 새 싱글. 아이유가 싱글로 내세웠던 트랙들에서는 발표 당시의 유행을 따라 댄서블한 리듬과 사운드 이펙트가 가볍게 가미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곡처럼 밴드 팝-록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진 곡은 꽤 오랜만이다. 마치 2000년대 서구 모던록 밴드들의 감성적 분위기를 지향하면서 현 시대의 감각을 추가했다고 할까. 그래서 악곡 자체의 흐름은 화려하기 보다는 무난하게 다가오며, 힘을 주지 않고 자연스럽게 감정을 담는 아이유의 보컬도 전작의 흐름을 이어간다. 오히려 이 곡을 들으며 더욱 심혈을 담았다고 느껴지는 것은 바로 슈가와 함께 완성한 ‘노랫말’이다. 20대 중반을 거쳐오면서 인간 이지은이 청자들에게 던지는 노랫말은 계속 자신에게 솔직한 결과물이었고, 대중과 평단이 그녀를 싱어송라이터로 각인하는데도 노랫말의 힘이 컸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자신들과 함께 청춘을 거치고 있을 한국의 ‘28들’에게 세상에서 만나는 (어떤 형태의) 이별이라도 거기서 억지로 벗어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역설한다. 과거의 기억에 갇혀 있다 한들 어떤가? 소중했던 것들을 기억하고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방이 꽉 막힌 20대들에게 같은 세대 뮤지션이 전하는 진심 어린 위로의 송가다. 사실 이런 노래는 대형 야외 음악 페스티벌에서 엔딩곡으로 부르면서 다같이 따라 부르면서 흥에 취해야 하는 곡인데... 코로나19 속 현실이 야속할 뿐이다. ★★★☆

[열심히] Corinne Bailey Rae 류의 플랫한 어쿠스틱 팝에 대한 개인 선호와 트렌디한 음악 스타일의 자기식 해석을 백화점식으로 모아놓던 『Palette』(2017) 까지의 시기와는 꽤 선명하게 구분됩니다. 메이저 코드 중심으로 화성을 안전하게 따라가는 보컬 멜로디, 후렴구 중심의 전개로 인해 듣기에 편하고 빠르게 익숙해지는 업템포 기타팝입니다. 비트메이킹이 조금 더 두드러지는 정도에서 프로듀서 슈가의 존재감이 있달까. 익숙함과 편안함에 대한 여유로운 수용으로 인해, ‘아티스트질’을 진중하게 의식하지 않더라도 가볍게 듣기 좋습니다. 자기 미덕이 분명한 노래에요. 물론, 이 곡이 28세의 아이유를 상징하는 어떠한 곡으로서 선명한 메시지나 상징을 담는지 묻는다면 애매합니다. 굳이 정리한다면, (언제나처럼) 의도한 바는 알겠으되 굳이 의식하지 않을 때 더 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뭐랄까. 메시지 한 켠의 어두움이나 뾰족함은, 뮤지션 이지은의 지나온 길과 생각을 꿰고 있는 팬이 아니라면 한 곡 안에서 공감하긴 아무래도 어려운 부분이 있죠. ★★★☆

[유성은] 멀게는 Puff Daddy의 「I'll Be Missing You」(1997), 가깝게는 Wiz Khalifa의 「See You Again」(2015) 와 궤를 같이 하는 레퀴엠이다. 먼저 떠난 친구들에게 전하는 얘기 치고 앞서 나열한 장중한 곡들에 비해선 훨씬 유려한 일렉트로닉의 작법을 따르고 있다. 여성 화자의 내면화된 슬픔과 밖으로 나타나지 않은 절망감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심정을 비유적으로 서술한 가사는, 일상에 가까운 단어들만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을 먹먹하고 일상적인 하룻밤의 악몽으로 치환시킨다. 대중적인 라인을 따라 아름다운 멜로디와 감수성 어린 보컬색을 필사적으로 내려 애쓰지 않는다. 아이유가 해왔던 음악적인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무난하게 선택한 코드 진행과 덤덤하게 써내려간 서술은, 그들이 없어도 여전히 계속 살아나가야 하는 우리를 향해 일상의 중요성 작별의 슬픔을 따스하게 강조해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