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윤미래는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 비비의 음악을 듣고 자신의 레이블로 끌어들였다. 이후, 비비는 유명인들이 추천한 신인들이 모여 경합을 벌인 음악쇼 《더 팬》에서 주목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먼저, 이 곡은 많은 공을 들여 한 편의 단편 영화처럼 만든 뮤직비디오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곡을 들으며 가장 귀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사운드의 트렌디함에 전혀 짓눌리지 않는 비비의 보컬 감각이다. 전작들에서도 그녀의 리듬과 음표를 타는 능력은 탄탄했는데, 보다 짧고 변화가 많은 구성을 지닌 이 곡에서는 능수능란함이 더욱 빛을 발한다. 오토튠에 의해 변주된 부분이 있다고 해도, 한 곡에서 자신의 보컬 음색을 자연스럽게 활용해내는 능력 역시 탁월하다. 2020년대 한국의 알앤비가 세계 음악 시장의 트렌디함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탄탄한 퀄리티를 일궈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수작임과 동시에 비비라는 보컬리스트의 장점을 완벽하게 부각시켜주는 곡이다. ★★★★

[유성은] 어마어마한 자유도가 돋보이는 트랙이다. 애초에 제목부터가 그러하다. 비비의 무한한 가능성을 때로는 층층이 쌓인 코러스 라인으로, 때로는 음절을 잘게 썰어 붙여넣은 일렉트로닉한 작법으로, 때로는 네오 소울에 가까운 변칙적인 코드 진행으로 다양하게 드러낸다. 수많은 가능성을 내재한 탓에 사뭇 대중적 접근이 어려울 수 있는 이 곡에 대해, 도박을 유혹으로 치환하여 만든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나름 친절한 설명서 역할을 한다. 싱어송라이터가 인기를 갈구하며 대중적인 선에 억지로 들어가기 위하여 전형적인 패턴을 사용하는 것을 종종 접할 수 있다. 하지만, 비비는 오히려 단순해지기보다 자신만의 스타일과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한발 더 복잡하기 그지 없는 자아를 탐구한다. 플레이 버튼을 눌러 3분 5초간의 완전히 새로운 세계이자 비비만의 치열한 삶의 현장으로 뛰어들어 보자. ★★★☆

[차유정] 우울하고 무거운 감정을 표현하는 음악은 축축 늘어지는 음들을 많이 배열한다. 이 곡은, 그런 느낌마저도 빨리 건너뛰고 정해진 결론으로 달려가려는 의지가 강한 곡이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고혹적인 감성이나 외부의 자극에 대한 시니컬에 대해 보다 무신경한 반응을 끌어내려고 하는 시도가 신선하게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