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이번 앨범 또한 개개의 랩 스킬이나 개별 곡의 개성보다는, 앨범 단위로 이루어지는 촘촘한 (자기 중심의) 스토리텔링이 주된 감상 포인트입니다. (그렇다보니, 이 곡 또한 개별적으로만 설명하는 데에는 다소 한계가 있죠) 리얼 밴드 사운드에 풍성한 질감과 공간감을 더한 사운드는, 다분히 ‘양화’ 주변에서 이루어지는 로컬 서사와 대비되는 이국적인 느와르의 풍경을 만듭니다. 힘들던 시절에 대한 담담한 회고나, 지금의 상황에 대한 과하지 않은 어필에서 원숙함을 느끼게 하면서, 적절한 호기심과 흡인력 또한 만들어내는 스토리텔링이 여전한 강점입니다. 플로우는 덜컥거리고, VMC를 위시한 당시 힙합신에 대해 흥미나 관심을 배제하고 듣는다면 이야기가 다소 단조로운 감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그런 사람들까지 감안한 ‘친절함’을 굳이 의식하지는 않은 곡이기에 딱히 단점이라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의 결과로 보이네요. 『양화』(2015)와 결은 다르지만, 보다 노련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좋은 재료와 함께 풀어낸 이번 작품 역시 현재 ‘딥플로우’의 최선으로 보입니다. ★★★★

[유성은] 신보 『Founder』는 리얼 밴드 세션이 가세하여 힙합의 경계를 넘어 블루스·소울·훵크까지 영역을 확장한 작품이다. 이는 앨범 전체의 프로듀서를 맡은 반루더(Van Ruther)의 역량으로 보인다. 유기적으로 연결한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순차적으로 트랙을 구성하여, 지금 음악시장에서 찾기 어려운 '모든 트랙을 들어야만 스토리텔링을 이해할 수 있는 구성'의 앨범이다. 특히, 블루스 보컬리스트 최항석이 참여한 「500」은 오토튠이나 기계로는 미처 찍을 수 없는 생생한 질감의 소리로 한층 풍성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애시드한 비트가 돋보인다. 평단의 극찬이 이어졌던 『양화』 이후 5년, 변화해온 환경 속에서 담담히 세월을 반추하는 딥플로우의 랩핑이 회고 형식으로 나열되는 트랙이다. 그가 가장 잘 구사하는 '진지하고 진심어린 랩핑'이 애틋한 감성의 최항석의 보컬과 함께 잘 어우러지는, 앨범을 대표하는 트랙으로 부족함이 없는 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