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극한의 정밀한 미각을 지닌 이들끼리 서로 치고 받는 미식가의 니치 구간을 닮은 곡입니다. 느릿한 템포, 귀를 기울여야 조금씩 드러나는 디테일, 그만큼이나 조심스럽고 조용한 보컬 같은 것들 말이죠. 물론 마냥 안이한 이지리스닝으로 치부하기는 어려운 곡이기도 합니다. 음량을 올리지 않으면서 은은하게 주변을 감싸는 현악, 반려동물을 ‘읽을 수 없는 책’에 비유하는 감성, 예민할 정도로 연출된 앰비언스는 1절을 지나갈 때 즈음부터 스며들 듯 청자에게 디테일한 감상을 건냅니다. 결론적으로, 더 고개를 돌리고 귀를 기울일수록 더 깊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거나, 또는 장벽이 될 수 있는 곡입니다.★★★☆

[차유정] 지나간 시간을 어딘가 파묻어 놓고 적당한 때마다 꺼내서 읽어보는 기분이다. 과거의 기억을 곱씹는 것이 아니라 그 기억 속에 자라나며 달라진 나를 마주하는 느낌은 뭔가 공허하고 슬프기만 하다. 보내야만 하는 시간의 정리를 아직 덜 끝낸 사람의 미련이 깊게 배어 나오지만, 예전보다는 후회와 슬픔의 감정을 다잡는 편에 속한다. 이제서야 어느 정도 어른이 되어가는구나 하는 감정이 들기도 한다. 그것이 새로운 출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