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279-3] 버둥 「칼」

버둥 『잡아라!』
1,181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9.12
Volume EP
장르 포크
레이블 꿈의허리
유통사 먼데이브런치
공식사이트 [Click]

[김성환] 개인적으로 데뷔작 『조용한 폭력속에서』(2018)가 막 나왔을 무렵 다른 음악평론가의 소개로 버둥을 처음 접했다. 여성의 시선에서 보는 세상의 문제들과 억압적 환경에 대한 이야기들이 미니멀한 레코딩 속에 노래로 정갈하게 녹아있었던 데뷔반에서 이미 그녀의 음악적 기본기가 충실함을 느꼈다. 그리고 파제와의 조인트 앨범 『부탁』(2019), 그리고 올해 EBS 헬로 루키 경연을 통해 최종 6인의 결선 무대에 선 모습을 보며 뮤지션으로서 확실히 단단해진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이제 두 번째 EP 『잡아라!』를 통해 그녀는 감정과 메시지를 음악에 진솔하게 담는 단계를 넘어서 보다 풍부한 멜로디와 인상적인 악곡, 편곡으로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 노래의 경우 곡의 중심을 이루는 피아노 연주의 멜로디 라인이 하나의 루프 구실을 하면서 청자의 귀를 환기시킴과 함께 적절하게 치고 빠지는 스트링 연주가 더해지는 게 곡을 풍성하게 만든다. 그 위에서 이상은과 최고은의 가창에서의 장점만 뽑아낸 것 같은 임팩트를 살릴 줄 아는 버둥의 보컬이 곡의 중심을 잡는다. 후반부의 전위적, 실험적으로 비틀어지는 소리의 반전이 갖는 힘도 가사가 전하는 메시지 (그것이 묘하게 최근의 사건들과도 맥이 닿아있는 느낌이다)가 앞서 있었기에 그 가치를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음악적 내공이 만개했음을 증명하는 곡이다. ★★★★

 

[박병운] 피아노에 실려 나오는 도입부와 현악으로 이어지는 전개는 차분하고 평이한 인상을 주었다. 여기에 올해의 기대주가 들려주는 구성진 음색과 가사를 배합하니 손바닥에 깊숙이 눌러진 손톱자국 같은 감상이 새겨졌다. 슬슬 심상치 않더니 일렉트릭 기타의 의도적인 파열음과 이펙트들이 파란을 일으킨다. 뮤직비디오 속 이 대목 역시 회심의 일격이다. 여러모로 기량과 기교가 동시에 느껴진다. 한 해가 흘러가는 과정 안에서 등장했고 마무리에 내년을 기약하게 하는 짙은 인상을 남긴다. ★★★☆

 

[유성은] 초반부 동양적인 코드와 멜로디가 독특한 버둥의 목소리에 잘 묻어난다. 무척이나 직접적으로 자신의 전반부의 본체를 부정하는 듯한 급격한 반전이 조울증의 편차만큼이나 크게 청자를 찌른다. 짧은 플레이 타임 안에 아티스트가 표현해 내고자 했던 감정은 '가식이 만든 유려함 뒤에 감춰져있는 지저분한 본성'이란 것을 분명하고 확실하게 구현했다. 곡의 전반을 장악하는 킬링코드의 중독성이 엄청나고, 직설적이고 날카로운 언어의 구사가 막 잡은 물고기의 그것처럼 팔딱팔딱 생명력을 가지고 덤벼드는 곡이다. ★★★★

 

[정병욱] 대부분의 사람에게 이름은 그저 부여된 것에 불과하지만, 스스로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하는 아티스트의 경우는 다르다. 그들에게 이름은 때때로 구별을 위한 편의적 정체성을 넘어 작품을 꿰뚫고, 궁극적 지향을 타인에게 쉽사리 대신 설명하는 효율적인 단서가 되기도 한다. ‘버둥’의 이름을 보라. 그에 담긴 작지만 강렬한 운동성, 처절하고 역동적인 이미지, 생동감 넘치는 표현만으로 기대되는 바는 분명하다. 현실을 향한 날카로운 시선과 하고 싶은 말 꾹꾹 눌러 담은 감각적이고 함축적인 가사, 날것의 포크 사운드와 예측 불가능한 전개까지 만나면 그 종합은 더할 나위 없는 시대의 첨병이 된다. 이 곡 「칼」의 경우 다른 무엇보다 날카로움이 한층 더하기까지 하다. ‘구밀복검(口蜜腹劍)’을 표현한 듯한 이분적인 구조, 소리만으로 생생한 화면을 연상시키는 브릿지의 소름 끼치는 반전은 이 노래가 갖춘 좋은 직관적 면모 및 내용과 표현의 일관성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가벼운 기타 스트로크와 건반의 총총거림은 메시지의 태도를, 빈틈을 메우는 스트링의 존재감은 이면의 불안을 대변하기도 한다. 촘촘한 연출에 비해 단조로운 미학과 그것이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들리는 것 역시 충분히 예상하고 이해할 수 있는 의도적 범주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버둥
    버둥
    버둥, 박준형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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