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276-5] 히피는집시였다 「그대로 (feat. 후디)」

히피는집시였다 『불』
1,180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9.11
Volume 4
장르 알앤비
레이블 굿투미츄
유통사 와이지플러스
공식사이트 [Click]

[열심히] 공간과 여백, 울림을 주 재료로 만든 사운드 안에서 은은하게 알앤비 장르의 흔적을 남기며 진행되는 팀 특유의 색채는 여전합니다. 다만, 이번에는 멜로디와 연주의 진폭이 두터워지고, 선율이 주는 흡인력도 보다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편입니다. 곡이 절정으로 향할수록 힘을 주기보다 악기의 울림 사이로 흩어지는 듯한 가성을 읊조리는데, 느릿한 곡의 흐름에서 세밀한 텐션을 유지하는 세련된 접근이 돋보입니다. 첫 보컬이 지난 이후 들어오는 후디의 가창 또한 인상적입니다. 일차적인 음색으로만 그녀를 활용하던 다른 피쳐링 사례들과 꽤 선연한 대비를 이룹니다. ★★★★

 

[유성은] 「그대로」는 셉의 소름돋는 팔세토 창법과 후디의 디테일한 음색이 잘 어우러지는 알앤비 듀엣곡이다. 이 곡은 《사인히어》(2019)에서 받은 긍정적, 부정적 주목도를 모두 대중성으로 환원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최근 알앤비를 표방하는 곡들의 소모되기 쉬운 가벼운 태도와는 달리, 느릿하면서 둔중한 '빛이 바랜' 바이브가 돋보인다. 이 곡이 독특한 것은 남녀 듀엣의 곡에서 키가 맞지 않아 발생하는 애매한 코드의 주고 받기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인데, 그것은 셉의 높은 음역대가 후디의 평소 음역대와 크게 차이나지 않아서 가능한 것이다. 마이너 G# 코드인 여성의 음역대로 만들어진 듀엣곡, 특히 이렇게 BPM이 느린 곡임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 셉의 역량은 소름 돋을 정도이다. 사운드의 아련함이 보컬들의 절실함과 대비되어 곡의 설득력을 높여주며, 2집의 「침대」(2018)가 생각나게 만드는 멜로디와 구성은 기존의 팬들이 곡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

 

[정병욱] 지난해 2, 3집을 발표하며 허슬을 발휘했던 히피는집시였다가 1년 만에 4집으로 돌아왔다. 앨범의 주제는 '불'. 불 피우는 과정을 순서대로 설명할 뿐 음악에 관한 직접적인 단서는 남기지 않은 추상적이고 난해한 앨범 소개는 어쩌면 가장 이들다운 혹은 이들의 음악다운 방식이다. '불'을 표현하는 가장 단순한 방법은 그것의 뜨겁고 일시적인 속성에만 주목하는 것이다. 그러나 히피는 집시였다가 음악으로 완성한 앨범 『불』은 불이 지닌 다양하고 복잡한 이면을 파고들 뿐 아니라 나름의 서사까지 부여한다. 불을 피우는 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 사랑과 열정, 젊음 등 불의 긍정성과 정반대에 위치한 추상적 이미지들이 여러 방식으로 나타난다. 앨범 전반부의 타이틀이자 내용적으로 빛이 잃은 채 오로지 내게만 남은 사랑의 잔불을 쓸쓸히 고백하는 이 노래 「그대로 (feat. 후디)」가 대표적이다. 그렇다고 분위기가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제이플로우의 실험적인 비트와 장르씬 안의 다른 음악들에서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신선한 여백미, 셉 특유의 불안하고 스러질 듯한 팔세토 창법이 곡의 첫인상을 제시한다. 하지만, 곧이어 등장하는 후디의 편안하고 따스한 보컬이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고 반전의 후경을 완성하며 절묘한 균형을 맞춘다. 느릿하고 여유로운 무드를 기반으로 예측 불가능한 긴장감과 따스한 서정이 공존하는 노래의 매력은 히피는집시였다 고유의 것이기도 하지만, 후디의 유독 안정적이고 달달한 백업은 그들로서도 흔치 않은 것이기도 하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3
    그대로
    셉, 후디
    제이플로우, 셉, 후디
    제이플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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