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274-2] 머쉬베놈 「알려 좀 주쇼」

머쉬베놈 (Mushvenom) 『알려 좀 주쇼』
863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9.11
Volume Digital Single
장르 힙합
유통사 지니뮤직 & 스톤뮤직 Ent.
공식사이트 [Click]

[김성환] 《Show Me The Money 8》(2019)에서 펀치넬로에 비해 훨씬 인상적인 무대를 펼쳤던 머쉬베놈의 두 번째 싱글. 한국 힙합이 어느 순간 해외의 트렌드를 최대한 빨리 한국어 랩에 정착시키는 것에 집착해왔다면, 소위 ‘충청도 액센트 랩’이 전하는 (마치 올드 스쿨 시대같은) 여유로운 라임과 플로우는 오랜만에 만나는 ‘참신함’이다. 화려하고 복잡한 비트나 속사포같이 쏟아내는 랩스킬을 뽐내지 않는데도, 그가 만들어내는 랩은 확실한 리듬감을 타고 귀에 쏙쏙 꽂힌다. 하지만, 곡 전체의 구조가 시대에 뒤처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데뷔곡 「왜 이리 시끄러운 것이냐」(2019)가 전했던 것과 같이 ‘물질적 성취의 스웨거’와 ‘갑질의 태도’을 희극적으로 잘 비꼬고 있기에 더욱 의미있게 와 닿는다.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는 것보다는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것에서 창작의 미덕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신예 랩퍼의 매력이 단지 일회성이 아니라 확실한 지속 가능성을 확인시켜주는 곡이다 ★★★☆

 

[유성은] 《Show Me The Money 8》의 우승자 펀치넬로를 이겼으나, 패자부활전 이후 갑자기 인맥 논란과 함께 어리둥절하게 탈락한 희생양이자 최대 수혜자 머쉬베놈의 이미 잘 알려진 곡 「알려 좀 주쇼」를 음원으로 발표했다. 이미 이 곡은 머쉬베놈이 《힙합엘이》의 라디오 《Raphouse On Air》에 쌈디와 함께 출연한 방송분이 유튜브 기준 200만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공전의 히트를 일으켰다. 8년의 무명생활이 무색하게도 “스무스하게 거의 스무디킹/ 예술인척하다 너는 이제 예순인거야/ 그래도 보험은 들고 뒤져라/ 그게 너의 마지막 효도인거야” 등 2019년을 수놓을 펀치라인이 그득한 넘버다. 미디어 노출 당시의 이미지 때문에 궁예 힙합, 꼰대 힙합 등 머쉬베놈에게 수많은 캐릭터가 부여되었다. 하지만, 이 곡이나 《랜덤 싸이퍼》, 《마이크 스웨거》 출연분을 살펴보면 독특한 플로우와 정확한 딜리버리, 개성넘치는 발성과 같은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하는 아티스트이다. 이정도면 언에듀케이티드, 염따에 이어 새로운 대세의 탄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미손이 작년에 뱉었던 핵심 메시지 '한국 힙합 망해라'를 반박하듯 튀어나온 뉴타입 한국식 '힙합 타령'. ★★★★

 

[정병욱] 《Show Me The Money 8》에 출연해 1:1 크루 대결에서 펀치넬로를 꺾고도 프로듀서 진의 선택을 받지 못해 탈락한 머쉬베놈. 그의 불운은 해당 프로그램에서 결국 펀치넬로가 우승한 사실 및 같은 방송사의 유명 프로그램인 《프로듀스101》 시리즈의 조작 논란과 맞물려, 도리어 우승자를 꺾은 ‘진정한 우승자’라는 타이틀을 안겼다. 사실 그렇다. 지난 《Show Me The Money 777》(2018)에서 일찌감치 짐을 싸고도 그해의 주인공이 된 마미손처럼 《Show Me The Money》 시리즈의 진주인공은 대부분 우승자가 아니었다. 마미손이든 머쉬베놈이든 이들에게 눈길이 가고, 그들의 음악에 귀가 이끌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신선하다’는 것. 머쉬베놈의 경우 《태조 왕건》(2002) ‘궁예’(김영철) 캐릭터 어투를 콘셉추얼하게 소화해낸 「왜 이리 시끄러운 것이냐」 마냥 마치 연극이나 드라마 대사를 읊는 듯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는 독특한 랩 스타일이 일순 귀를 사로잡는다. 사실 힙합에서 대사 투로 랩을 하는 이는 이전에도 많았다. 20년을 거슬러 올라가도 거리의 시인들의 「빙(氷)」(1999), 허니 패밀리의 「랩교 1막」, 「랩교 2막」(1999) 같은 노래들이 일찌감치 대사 어투의 가사와 특정 콘셉트와 캐릭터를 녹여낸 메소드 래핑으로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머쉬베놈은 다른 비교 대상보다 한술 더 뜬다. 그저 작위적으로 만든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아닌 현실의 소재와 상황을 비틀고 풍자한 가사. 삐딱하고 공격적인 태도와 반대로 이를 누그러뜨리는 구수한 어투. 무엇보다 비트 위에 아무렇게나 대사를 얹는 게 아닌 멜로디와 리듬을 타는 듯 타지 않는 듯 절묘하게 대사를 얹어내는 그의 랩은 마치 판소리 속 연극형 아니리(필자註. 일정한 장단이나 가락 없이 노래조나 연극조 대사를 읊으며 대목과 대목 사이를 연결하는 부분)를 연상시킨다. 노래와 구별되는 뮤지컬이나 극예술의 대사나 노래에 가까운 오페라의 레치타티보는 물론 일반적인 랩의 미학과도 분명히 다른 그만의 멋이다. 게다가 「왜 이리 시끄러운 것이냐」에서도 함께 했던 SLO의 미니멀한 비트는 랩의 강세 사이를 엇박자로 교묘하게 파고드는 리듬과 장난스러운 멜로디로 곡의 극적인 분위기를 훨씬 달아오르게 한다. 관점과 기준에 따라 더 멋있는 음악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힘을 준 것에 대비한 강렬함으로는 근래 적수가 없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알려 좀 주쇼
    머쉬베놈
    슬로, 머쉬베놈
    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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