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신나는 비트지만 멜로디가 단조 위주로 흘러간다는 점이 이 곡에 독특한 위치를 부여한다. 편곡만 바꾸면 전형적인 발라드가 될 수 있을 멜로디를 이와 같은 댄스곡에 썼다는 것도 신기한데, 세상에 주저앉히더라도 일어서겠다는 곡의 메시지가 맞물리는 순간, 자신이 특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의 뉘앙스를 순식간에 선점하는 결과물로 탈바꿈했다. 일견 평범할 수 있는 충돌이지만, 그 점으로 인해 다소 현실적인 순간들을 얻었다는 것 자체도 부정할 수는 없다. ★★★☆

[열심히] 공식적으로는 마이애미/하우스 장르의 틀을 이야기하고 있는 트와이스의 컴백곡 입니다. 하우스 리듬 위에 가요스러운 마이너 코드 멜로디를 올린 구성에서, 박진영과 해외 작곡가진 중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닌 애매한 정체성이 느껴집니다. 트와이스 멤버들의 입을 빌어 나오는 ‘힘든 시간’ 같은 주제는 제법 생경한데, 그룹의 근황과 맥락이 닿을 팬들은 꽤 감정 이입이 될 법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이전에는 딴딴한 팬덤과 가볍게 듣고 지나칠 라이트 유저를 동등하게 고민한 '팝'을 고민했다면, 지금은 결속된 팬덤을 보다 단단하게 만들 ‘성장의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이지요. 그간 딱히 어필할 기회가 많지 않아서이긴 한데, 이 팀이 비주얼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컨셉의 폭이 넓고 역할 분담해서 곡을 무난히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기본기는 갖춘 A급 팀이라는 것을 꽤 확실하게 보여주는 곡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팀이 가지던 특유의 키치한 활기를 대체할 정도의 대안인지는 모르겠습니다. 「Fancy」(2019) 때도 그랬는데, 몇 번 정도는 더 성공 공식을 반복하며 천천히 해도 되었을 변화의 속도를, 멤버들보다 제작진 쪽에서 유독 의도적으로 가속하는 인상이에요. 중독적이면서 키치한 슈가팝 멜로디에 빠르고 단순간결한 비트, 아홉명의 멤버에 짧고 굵게 캐릭터를 부여하는 전략적 안배. 그간 확실하게 팀이 달성했던 필승 공식이잖아요. 딱히 다른 팀이 위협적으로 해당 포지션에 들어올 것 같지도 않았고. 굳이 맨 앞의 슈가팝 스러움을 배제하는 것이 ‘성숙’ 혹은 ‘성장’을 어필하는 유일한 공식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15초 시대에서 마이너 코드, 컨셉과 이에 맞는 사운드/작곡을 고민하며 자연스레 곡 내 존재감이 (이전 대비) 옅어진 후크 파트 등은 꽤 비싼 성숙의 기회비용인 거 같은데, 단순히 이 그룹도 5년차가 되어가니 ‘성숙은 해야하지 않겠나’ 라는 생각이 앞섰던 건 아닐까 싶네요. ★★☆

[유성은] 트와이스는 「Feel Special」을 발표하기까지 데뷔 5년이 지나는 동안 가장 일들이 많았다. 트렌디하면서도 팬시한 음악의 결정체로 레드오션인 걸그룹 시장의 최전방을 달려왔던 그녀들에게 박진영이 건넨 노래는 '위로'다. 블랙아이드필승이 주로 구사해온 멜로딕하고 미니멀한 소스를 잘 활용한 EDM 팝을 기본 얼개로 잡았지만, 마이너 코드의 진행과 침잠하는 멜로디는 멜랑꼴리하고 사색적이라 낯설기까지 하다. 주로 지효가 후렴구에 질러서 유지해온 훅의 힘은 이 곡의 패턴상 성립하지 않는다. "그런 날이 있어/ 갑자기 혼자인 것만 같은 날/ 어딜 가도 내 자리가 아닌 것만 같고/ 고갠 떨궈지는 날"로 묘사하는 첫 줄의 가사 만으로도 일상의 불안을 잘 담아낸 힘이 느껴진다. 임팩트보다는 멤버들의 부침에 지친 그녀들, 그리고 팬들 뿐만 아니라 삶에 긁히고 패여서 조그마한 마음의 상처들을 아물지도 못하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찌든 이들에게 은근한 힘을 준다. 트와이스는 어쨌든 특별하다고, 그러니 다시 밝게 웃자고 외치는 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