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이탈한 자가 문득

이센스 (E Sens) 『이방인』
1,705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9.07
Volume 2
장르 힙합
레이블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유통사 지니뮤직
공식사이트 [Click]
이센스는 여전히 모든 속물들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날린다. 거기에 예외는 없다. 일하지 않기 위해서 일한다고 처음부터 못 박는 자기 자신도 포함했다. (「Cold World」) 이따금 올라오는 강박도 그대로 전하려고 노력한다. (「05.30.18」) 그러나 예전과는 다르다. 러닝타임도 비교적 짧은 곡들이 우직하게 박힌 몇몇 싱글들과 유연하게 어울린다. 끊어질 듯 하다가도 이어지고, 이어질 듯 하다가도 쉽게 흩어진다. 모든 트랙이 일정한 밀도를 가지고 움직인다. 전작의 그는 거의 혼자서 앨범을 이끌었지만, 이제 그는 혼자가 아니다. 샘플들이, 프로듀서들이, 참여한 피처링진이 그의 앨범을 다양하게 혹은 혼란스럽게 수놓고 있다.

이 앨범의 사운드는 이센스의 목소리를 중심에 놓고 레이어를 수없이 깔고 있다. 신시사이저로 뭉개는 소리, 살짝 이펙터가 걸린 샘플, 자잘하게 부숴지는 비트들이 이센스의 목소리를 복잡다단한 긴장감 속에 집어넣는다. 그러나 이제 이센스는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는다. 보다 솔직한 감정과 느낌을 말한다.앨범은 이러한 전략이 다분히 의도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앨범은 이센스가 살면서 가득 남긴 모순들(생각의 모순이든, 행동의 모순이든)로 가득하다. 그리고 모순이란 게 늘 그렇듯, 부딪치고, 얽히고, 싸우고, 주먹다짐한다. (자기 자신을 포함한) 인간 자체가 거대한 모순 덩어리라는 점을 그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자신을 따라오려면 멀었다고 단언하기 전에 자신의 소비습관이나, 연예인 병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말한다.(「Radar」) ‘다 잘 될 것 같다’고 하면서도 ‘너에게는 그게 허세처럼 보일 것’이라는 점 또한 말한다.(「Dance」) 그는 이를 재단하거나 포장하지 않았다. 두서없고 터무니없이 이어지는 플로우가 마침내 쉼표를 쉬는 대목에서 느끼는 강박(「알아야겠어」)과 자신만의 춤을 추면서 절묘하게 사는 여유(「Dance」)가 이 앨범에 고스란히 공존한다. 이방인이라도 좋으니 혼자서 제 갈 길을 가겠다고 말한다. 앨범은 그렇게 바로 지금 현재 이센스가 느끼는 바를 있는 그대로 담는데 집중한다. 그래서 이 앨범은 ‘그XX아들’이 누구인지, ‘Bobo Motel'이 어딘지에 대해 묻는 것이 불필요하다. 「05.30.18」의 내용이 진심으로 나온 지 따져 묻는 것 또한 불필요하다. 무슨 말을 하는 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말하고 있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앨범은 부드럽게 강건하고, 말이 많지만 허투로 쓰지 않고, 정신없지만 헤매지 않고, 힘껏 비틀거리다 되돌아오고, 능청스럽지만 노골적인 면을 자제하고, 여유롭게 늘어지지만 나태하지 않고, 타인도 자기 자신도 가차 없이 회초리를 들기를 주저하지 않고, 부지런하게 열심히 뒹굴거린다. 자신 안에 심지가 생긴 사람만이 감행할 수 있는 이탈과 균형 감각이 곳곳에 진하게 스며있다. 그렇기에, 이 앨범은 수만 시간의 압력과 열 끝에 성질이 변한 변성암 같은 앨범이다. 길들여지지 않고, 굴복하지도 않지만, 노골적이지 않고, 외골수로 일관하지 않는다. 앨범은 이센스가 바로 그 절묘한 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점을 집중해서 강조한다. 이센스는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는 점 또한 강조하며 모순들의 싸움을 직시한다. 보다 높은 차원의 고군분투가 이 앨범에 온전히 깃들어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놓고 들을 때, 그의 자유로운 랩이 더욱 씁쓸하게 들리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우리는 우리 자신을 저급한 싸움 속에 가둘 생각이란 말인가.  

(필자 주 : 리뷰 제목은 김중식 시인의 시에서 차용했다.)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Cold World
    이센스
    HenryDaher
    프랭크
  • 2
    알아야겠어
    이센스
    Drewbyrd
    Drewbyrd
  • 3
    Bucky (feat. 마스타우, 김아일)
    이센스, 마스타우, 김아일
    Pops, 프랭크
    프랭크
  • 4
    Clock (feat. 김심야(엑스엑스엑스))
    이센스, 김심야
    Drewbyrd
    Drewbyrd
  • 5
    그XX아들같이
    이센스
    Decap
    프랭크, Cautious Clay
  • 6
    All Good Thing
    이센스
    Decap
    프랭크, Cautious Clay
  • 7
    Dance
    이센스
    250
    프랭크, Cautious Clay
  • 8
    Bobos Motel
    이센스
    Nascent, 프랭크
    프랭크, Cautious Clay, HXNS
  • 9
    Buttons
    이센스
    Nascent
    Nascent
  • 10
    05.30.18
    이센스
    Roc & Mayne
    프랭크, Cautious Clay
  • 11
    Radar (feat. 김심야(엑스엑스엑스))
    이센스, 김심야
    프랭크
    프랭크
  • 12
    MTLA (feat. 마스타우)
    이센스, 마스타우
    Decap
    250, 프랭크
  • 13
    Bad Idea
    이센스
    LordQuest
    Cautious Clay
  • 14
    Don
    이센스
    Senojnayr
    프랭크
  • 15
    서울
    이센스
    HXNS
    Cautious Clay, HX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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