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욱] 음악은 생의 정수나 연속적 전체가 아닌 불연속적 단면만을 담보한다. 물론 음악만이 아닌 대부분의 작품이나 콘텐츠가 그러하다. 하지만 반대로 그와 같은 일부가 전체를 대변하거나 세계를 꿰뚫는 장면을 쉽게 목격하기도 한다. 그것이 깨달음이나 감동, 아니면 카타르시스를 준다. 번뜩이는 창의성과 기지가 주는 여운에 우리가 빠져드는 이유다. 최성호특이점은 그 독특한 이름이 아쉽지 않을 만치 '특별히' 불연속적인 순간들을 관찰하고 이를 독특한 미적 장치들로 재현한다. 의식의 흐름대로 펼쳐놓은 이 노래의 난해한 시 혹은 일기장 속 낙서 같은 가사가 그렇고, 주기율표를 구호 외치듯 읊는 보컬이나 이를 구상으로 묘사하며 주고 받는 기타와 드럼의 즉흥연주가 그렇다. 그러나 듣기에 따라 실험적인 음악극처럼 여겨질 수 있는 「주기율표」의 형식은 다행히 이를 유쾌한 농담처럼 펼쳐놓는 가벼운 태도와 그것이 일상에서 누구나 경험하는 사고라는 보편성 덕에 어지러운 미로나 낯간지러운 개똥철학으로 완성되지 않았다. 가사와의 합 때문에 호흡을 짧게 끊거나 순간마다 보컬부에 중첩됨에도 불구하고, 정서적으로 꽤 일목요연한 서사를 이어가는 연주가 돋보이기도 한다. 비록 전작들의 치열한 천착과는 분위기가 다르지만 마그네슘 결핍으로 인해 눈이 떨리게 된 작은 사건으로부터 갑자기 세계에 대한 인식으로 나아가는 본 내러티브의 사소하고 화려한 즉흥성 역시 가장 재즈적들 중 하나임을 나는 부인할 수 없다. ★★★☆

[조일동] 유쾌하다. 최성호의 목소리는 적극적인 화자로 이야기를 끌고 갈 뿐 아니라 기타, 베이스, 심벌과 대구를 만들며 순간순간 웃음을 자아낸다. 가만히 들어보면 리듬을 맞추되 랩도 아니고 노래도 아닌 최성호의 이야기(spoken word)는 단순히 연주 사이에 웅얼대며 놓여있는 것이 아니다. 슬그머니 샘플링으로 잘리고 덧씌워지고 늘어나며 악기처럼 곡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마치 전통적인 비밥 쿼텟에서 피아노, 베이스, 드럼이 곡의 골격을 스윙의 기운으로 폼 나게 잡아놓으면 손으로 박자나 맞추고 있던 색소포니스트가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리는 것처럼 말이다. 심지어 벼락같은 솔로 연주를 쏟아내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위스키 한 잔을 음미하다가 또 다시 훅 치고 들어오는 역할을 여기서는 최성호의 목소리가 담당하고 있다. 앨범 속 어떤 곡에서는 목소리, 타악, 베이스가 곡의 얼개를 만들면 기타 솔로가 가장 섹시한 순간을 만들기도 한다. 리듬 진행만 들으면 다소 괴팍한 음악이라 느낄 청자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고전적인 재즈의 매력과 구성미를 전혀 다른 악기로 소리로 견고하게 만든 마법과 같은 특이점이 펼쳐진다. ★★★★☆

[차유정] 통용가능한 문법 안에서의 리듬감, 그리고 언어의 전달력, 랩의 상징성 전부를 주먹으로 하나씩 깨나가듯이 차분히 돌진한다. 내가 이 동네에서 최고라고 으스대지 않는 도발적인 시선과 움직임으로 악기와 리듬을 주도한다. 항상 레코딩된 음악 안에서 아티스트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과정 속에 갇힌 실험동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면, 최성호는 실험실 안에서 장난이나 해볼까 하는 모양새로 기존의 언어를 전부 끌어들여 공중에 띄워 놓는다. 그리고, 그 공중에 뜬 언어가 원래 무슨 의미였는지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를 소리로 차분히 관조하고 직관적인 시선으로 써내려간다. 그러니, 아방가르드나 실험성 같은 단어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한없이 시원하게 다가오는 추상의 세계이기도 하면서, 의문점에 대한 끝말잇기를 심드렁하면서도 귀엽게 펼쳐놓은 수작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