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신스팝을 기조로 삼고 있지만, 신시사이저 음이 닿지 못한 뭉뚝한 감정을 보컬이 한껏 벌려낸다. 그 갭 안으로 비트와 각종 소스들이 들어가 섬세한 디테일을 채워넣는다. 사뭇 촌스러워질 수 있는 연주가 이런 섬세함을 곳곳에 박아넣었기 때문에 다른 무언가로 변할 수 있었다. 기본에 충실했으되, 거기에 변화를 살짝 집어넣는 일은 정말 고도의 센스를 요하는 일이다. 이것이 통했기 때문에 곡은 자칫 재현의 영역으로 머물 수 있었던 사운드를 지금 이 시기의 뉘앙스로 되살려놓았다. 좋은 곡인지는 더 곱씹어봐야 알 수 있겠지만, 상당히 어려운 지점을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는 생각이 먼저 앞선다. ★★★

[김성환] 2010년대 초반부터 홍대 씬에서 음악활동을 시작한 뮤지션 우주멍게(본명 심소정)의 존재를 개인적으로 처음 알게된 건 2017년 6월 서울 레코드페어였다. 현장에서 판매했던 데뷔 싱글 「Morph+ne」(2017)의 카세트 버전 때문에 결국 음원사이트에서 찾아 듣게 되면서 이 아티스트에 대한 관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당시의 사운드가 미니멀하고 몽환적이었다고 한다면, 지난 EP 『Room:Day』(2018)에 이어서 (CD로는 두 EP가 합본으로 발매된) 『Room:Night』으로 진화한 그녀의 음악은 보다 비트가 강해지고 고전적 일렉트로닉 팝 분위기가 강화되었다. 특히 이 곡에서 들려주는 사운드는 발표한 작품들 가운데 가장 밝고 댄서블하다. 물론 현재 유행하는 주류 일렉트로닉 사운드와는 확연히 거리를 두었지만, 태동기 일렉트로닉/신스 팝의 심플한 매력이 담겨 있어서 더욱 편하고 쉽게 몰입하게 된다. 자신의 근본을 유지하면서 더 리듬의 농밀함을 강화한 매력적인 싱글이다. ★★★★

[차유정] 멍게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색다르고 힘있는 보컬이다. 신스의 바다를 헤엄치는 한 마리 상어처럼 노래한다고 생각해도 좋을 정도다. 귀에 감기는 멜로디 이기도 하지만 곡 자체가 주는 이국적인 느낌을 낯설게 방치하지 않고 잘 섞이도록 리드하는 보컬이 큰 장점인 싱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