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자신의 자리를 끊임없이 곱씹는다. 장력을 강조한 베이스와 전자드럼이 끊임없이 엇갈리고, 보컬은 어느 하나 튀지 않는 멜로디를 강조하면서 선명함과 애매함을 교차시킨다. 차분함에 끈적임까지 겸비했는데, 듣다보면 곡 제목의 소문자처럼 끊임없이 감정이 침잠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멜로디의 선명함은 침잠 직전의 감정을 자꾸만 옮기고 또 옮긴다. 이러한 유도와 침잠이 계속 반복을 이루고, 한없이 곱씹으며 지나가는 지점들을 영원히 지나갈 듯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루프가 낯설지 않고, 낯뜨겁지 않으며, 맹목적으로 과거를 모방하지 않는다. 레트로가 아니더라도 이 곡은 좋은 곡이다. 단지 좋은 곡을 더욱 빛내줄 (레트로라는) 장식이 멋지게 달려있는 것이다. ★★★☆

[열심히] 시티팝을 기본으로 둔탁한 해상도와 두터운 질감으로 떨어져 내리는 비트, 반복적이면서 당겨 들어오는 건반음, 80년대 마이너 팝을 닮은 멜로디 메이킹 등 몽환적인 공간감을 더하는 재료들을 꼼꼼히 쌓아올린 곡입니다. 여러 재료가 저마다의 무게를 잡고 부유하는 일종의 무드 음악이지만, 그 중에서도 각 음마다 꼬리를 물고 오르내리는 기타와, 숨소리와 음색을 적절히 섞어 부드럽게 완급을 오가는 알앤비 스타일의 보컬이 나름의 개성을 어필합니다. 딱히 후렴구를 많이 강조하는 구성이 아님에도, 각 사운드의 유기적인 결합으로 초반의 무드를 끝까지 집중력 있게 끌고 가는 프로듀싱이 특히나 인상적이에요. 시크한 이미지의 구현에서 멈추지 않고, 청자에게 들려줄 음악으로서 각 재료의 조합에 대한 고민이 꽤 진정성 있게 와닿는 곡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