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123-3] 이민휘 「빌린 입」

이민휘 『빌린 입』
2,174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6.11
Volume 1
레이블 미러볼뮤직
공식사이트 [Click]

[김병우] 이민휘는 올해의 ‘재평가’ 아티스트로 반드시 꼽혀야 한다. 그녀의 전작이 가져온 참혹함에 비해 모든 면에서 월등이 나아진 나머지, 그녀에게 어떻게 이런 ‘비약’이 가능했는지 대놓고 물어보고 싶을 정도다. 그나마 목소리의 톤이 무키무키만만수일 때의 그녀를 상기시켜줄 뿐 모든 것이 바뀌었다. 빌린 입으로 대표되는 은유가 곳곳에 잔잔하게 스며들고, 이러한 은유가 번지는 잔향이 생각보다 깊다. 무엇보다 꾸미려하지 않고 자신의 모든 한숨과 새된 소리마저도 그대로 내는 이민휘의 보컬은 이 곡이 지니고 있는 쌉싸레한 매력을 부드럽게 감싼다. 먹먹함이 이유없는 답답함에서 오는 감정이라면, 그녀는 그 답답함에 대해 자기 나름대로의 답을 해낸다. 그리고 그런 답은 전부 지친듯한 목소리, 약간 쉰 목소리로 내뱉는다. 그녀는 먹먹함에 대해 애써 장식하려하지 않는다. 외려 먹먹함이 자신 안으로 들어와 마음껏 답답해하기를 바란다. 이런 교류와 은유와 역전이 너무나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된다. 싱글만 가지고는 이민휘의 결과물이 지닌 진정한 진경을 오해할 우려가 있다. 그만큼 경이로운 싱글일 뿐만 아니라 경이로운 앨범이기도 하다. 진짜 꼭 앨범 단위로 들어보시길. ★★★★☆

 

[박상준] 얼마든지 「2008년 석관동」(2012) 같은 곡을 쓸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었을까. 「빌린 입」은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2014)의 정서에 한몫을 담당한 때보다도 상당히 깊고 내밀한 포크다. 이아립, 시와, 한희정과의 차별점은 이 곡에서의 알토 색소폰과 같이 최소한의 구성으로 생경하면서도 짜릿한 순간을 선사해주는 강한 소리들의 동선일 것이다. 이랑의 근작 『신의 놀이』(2016)와 비교하는 게 옳겠다. 나는 이 음반의 가장 큰 강점은 고전미라고 생각한다. 앨범은 하나의 걸출한 문학처럼 서로 이어지며 한 사람이 내면의 위선과 위악을 인정하고 더 나은 미래를 도출해내지는 못할지언정 시도하는 모습을 섬세하며 또한 거칠게 노래한다. 문학적 성취가 무엇인지는 더 따져야겠지만 이 정연하면서도 난잡한 은유들은 앞선 명제에 완벽히 일치한다. 어떻게 앞을 보게 할 것인가? 뭐가 힙하고 뭐가 예술이란 건가? 혼자만의 세계에 빠지는 몽상가야말로 진짜 예술이라는 말이 개소리가 된 건 새삼스러울 정도가 아닌지? 세상을 끊임없이 새로운 언어로 마주하게 만들지, 내면을 수십수백 번 되씹어 마침내는 보게 하고 말 건지. 역시 지금으로서는 믿기지 않는 현실에 신을 떠올리며 “친구들아 동시에 다 죽어버리자”라는 이랑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든 게 평화롭고 안온했다면 나는 분명 매일 이민휘를 들었을 것이다. 맞다. 이 음악은 좋은 음악이고 결과물이다. 하지만 다섯 번째 듣는 지금, 점차 몰입할 수 없는 건 시기 상의 문제일까. 정답은 시간이 쥐고 있겠지. ★★★★

 

[정병욱] 무키무키만만수의 반쪽을 고스란히 떠올리게 하는 이민휘의 보컬이나 당시 만수의 기타가 날것의 사운드로 생동하던 뮤지션 특유의 본체는 거의 그대로이다. 일상에 시선을 들이미는 관점 또한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앨범 『2012』(2012) 자켓 속 하늘색 목욕탕 타일 빛과 대조되는, 이번 앨범 자켓 속 정육점 조명의 붉은빛은 그가 평상시 주시하고 애정을 갖는 대상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다만 본체를 활용하는 표현의 방식이 변화했다. 광기를 대변해줄 무키의 신들린 장구놀림이 생략돼서인지 솔로 이민휘의 표현은 놀랄 만치 침잠되어 있다. 노래의 언어 대신 내면의 정념을 무정형의 광기로 발산하고 즐겼던 두 사람의 화려한 퍼포먼스는, 한 사람의 수렴적 고뇌로 치환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 완전한 치환이나 분할도 아니고, 다운그레이드 혹은 타협도 아닌 거의 등가교환에 다름없는 에너지를 내포한다. 알토 플루트와 기타의 스트로크가 쓸쓸하게 합을 맞추는 전주부터 예사롭지 않다. 그룹의 전작이나 전위적 네오포크의 일면으로부터 기대했던 산만하고 토속적 욕망에 가득 찬 정형과 다른 차분함과 아름다운 서사에 당혹스럽다가도, 이내 45여 초가 지나서야 전주의 분위기를 흩뜨리며 등장하는 그녀의 보컬이 노래가 간직한 불안의 크기와 그만의 포크 사운드 색을 암시해줘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일상에서 겪은 고통의 응어리를 함축한 비일상의 시적 가사는, 지난날의 만수가 내던졌던 삶의 무게를 지고 와 그만의 굴로 파고드는 것 같지만, 내용을 곱씹으면 그렇지도 않다. 게다가 후렴구에서 바람소리에 가까운 한탄조의 보컬과 가사까지 더해 그것 역시 밀도 높은 에너지 발산의 다른 양태임을 알게 한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빌린 입
    이민휘
    이민휘
    이민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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