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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중앙

트램폴린 (Trampauline) 『Marginal』
1,823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5.10
Volume 3
레이블 파스텔뮤직
공식사이트 [Click]

전작의 「Little Animal」을 지금도 종종 듣는다. 나에겐 2011년 최고의 일렉트로닉 싱글이었다. 앨범 전체로 봤을 때도 전작은 좋았다. 후반부를 좋아했고, 「D.B.R.」과 「Be My Mom’s Lover」의 짜임새와 상큼함과 편안함을 특히 좋아했다. 하지만 대단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이 정도까지만 해주는 거겠지? 이젠 랄리 푸나(Lali Puna)에서 벗어났고, 자기 고유의 성정 안에 80년대의 묵은내를 녹여낼 수 있게 되었으니,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정리해두고 있었는데 4년이 흘러 『Marginal』이 나왔다. 그럼 이젠 뭐라고 말해야 할까? 명명백백, 다른 여지는 없다. 트램폴린은 지금 대단하다.


가장 대단한 트랙 「Boxer’s Wife」부터 얘기해보자. 정글 리듬이 인트로와 아웃트로를 잡아주는 7분짜리 트랙은 구간을 나눠보자면 꽤나 복잡하다. 재미난 드럼 리듬과 거친 기타로 이뤄진 한 뭉치, 내레이션과 째깍거리는 기타로 이뤄진 한 뭉치, 댄스 록으로 서서히 상승하는 한 뭉치, 하우스로 내려앉은 리듬 위에서 기타가 절정의 시간을 갖는 한 뭉치. 하지만 들으며 시간을 흘려보내는 그 순간에는 이 모든 양상들이 묘한 흐름을 갖는다. 기승전결이 없는 극적 흐름이다. 이 신묘한 끌림에 대적할 트랙을 2015년 안에서 찾기는 힘들 것이다. 이건 트램폴린의 정점이다.


정말로 신묘한 분위기다. 신스가 확보한 공간과 베이스가 디디는 땅 위에서 소리들이 점멸하고 기타가 귀를 간질이는 「Such A Clown」, 신스팝 박물관에서 막 꺼내온 듯 모든 것이 적절하고 듣기 좋은 「Polygamy」는 앨범의 또 다른 베스트 트랙인데, 정작 여기서 밝혀야 할 것은 두 곡이 지니고 있는 흐릿함과 밋밋함이다. 「Such A Clown」의 후반부에 들리는 흐리멍덩한 어떤 소리, 들을수록 단순한 「Polygamy」의 “Polygamy” 반복이야말로 트램폴린을 제대로 알게 해주는 것들이다. 툭툭 던져놓는 소리, 평범하게 들리는 기타 플레이, 보컬의 존재감이 묻히는 순간 등등이 『Marginal』에 시종일관, 「Mad For You」를 제외한 모든 트랙에 산재해 있다. 이건 80년대의 일렉트로닉 팀들을 주마등으로 훑을 때 떠오르는 냉기, 팽팽함, 무심함, 능글맞음과 어느 것 하나 100% 들어맞지 않는다. 물론, 당연히, 그때의 재료들 또한 산재한다. 「Black Star」의 똥똥거리는 베이스, 「Sunmoo」의 낮은 보컬과 간주의 하우스 리듬, 「Polygamy」의 맨 처음, 「Little Bird」의 뿅뿅거리는 브릿지 등등.


뭐라고 말해야 할까? 일단은 배합이라고 해두자. 기막힌 작용일 수도 있다. 전작의 밋밋한 트랙들이 들리지 않는 밋밋함이었다면, 본작의 밋밋함은 들리는 밋밋함이다. 밋밋한 어떤 성분들을 지나치는 와중에 한껏 활성화된 기타와 베이스의 연주를 문득 만나고, 80년대의 공기를 마시게 되며, 때때로 노래의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듣는 사람을 계속 잡아두고 끌어당기는 아주 매력적인 음악이다. 더불어 물 오른 차효선은 박민준까지 영입하여 결과를 더욱 좋게 만들었다. 후반부의 연이은 두 인스트루멘탈 트랙은 두 사람의 치열했던 작업에 대한 떳떳함과 자신감의 표현이다. 사실 박민준의 공로는 「Machines Are Human」 한 곡만으로도 남음이 있다.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의 「The Man-Machine」에 대한 완벽한 오마주인 이 트랙의 리듬 어레인지와 프로그래밍은 박민준 1인의 몫이었다.


보아하니 『Marginal』란 타이틀이 이런저런 말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모양인데, 나도 몇 마디 거들어 볼 참이다. 첫째, 앨범 내의 여러 서사들은 ‘주변부’가 아닌 ‘평범하지 않은’ 정도로 받아들이면 된다. 차효선이 작정하고 새로운 소재를 찾아 나선 건 아니다. 본작에 「Boxer’s Wife」가 있다면 전작의 「History Of Love」엔 “like in a boxing ring, no way out”란 가사가 있었고, 본작에 「Polygamy」란 인류학 용어가 쓰였다면 전작엔 아예 「Anthropology」란 제목의 노래가 있었다. 둘째, 타이틀의 뜻과는 정반대로 본작의 음악은 글로벌의 센터를 향하고 있다. 로컬도 아니고 페리페리도 아니다. 셋째, 「Sunmoo」의 윤리적 환기가 이들의 스타일 속에서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잠깐 생각해보았지만 그런 고민은 역시 부질없다. 장률의 《두만강》(2009)과 아피찻퐁 위라세타쿤(Apichatpong Weerasethakul)의 《친애하는 당신》(2001) 둘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옳은 지 고르라면 난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둘은 아름다움의 결이 다르다. 그것뿐이다. 일단은 그것뿐이다. 트램폴린도 그렇다. 『Marginal』이어도 『Marginal』이 아니어도 음악은 충분히 아름답다.


Credit

Produced by 트램폴린
Co-Produced by 박민준
Recorded at 360 Studio, Seoul
Engineer & Mix Engineer 박민준
Mastered by Bk! of Astro Bits at AB Room
Album Design & Art Direction by Kimgarden

Executive Producr 이응민
Supervisor 정상훈
Production A&R 고영승, 임인국, 김원호, 전태영
Promotion Planning 고영승, 전태영, 전한나, 김병찬
Public Relation 황정민
Artist Management 임인국
Concert Management 김병찬
Finance & Administration 변서윤
Pastel Design Team 정누리, 현경화
Profile Photographs 정누리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Intro : S.U.R.V.I.V.E
    차효선
    차효선
    트램폴린, 박민준
  • 2
    Black Star
    차효선
    차효선
    트램폴린, 박민준
  • 3
    Such A Clown
    차효선
    차효선
    트램폴린, 박민준
  • 4
    Sunmoo
    차효선
    차효선
    트램폴린, 박민준
  • 5
    Boxer\'s Wife
    차효선
    차효선
    트램폴린, 박민준
  • 6
    Polygamy
    차효선
    차효선
    트램폴린, 박민준
  • 7
    Little Bird
    차효선
    차효선
    트램폴린, 박민준
  • 8
    Better Than A Child, Less Than A Man (inst.)
    -
    트램폴린, 박민준
    트램폴린, 박민준
  • 9
    Mondini (inst.)
    -
    트램폴린, 박민준
    트램폴린, 박민준
  • 10
    Mad For You
    차효선
    차효선
    트램폴린, 박민준
  • 11
    Machines Are Human
    차효선
    차효선
    트램폴린, 박민준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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