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62-1] 개리 「바람이나 좀 쐐 (feat. 미우)」

개리 (Gary) 『2002』
2,382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5.09
Volum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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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우] 개리는 분명 자신이 구사하는 플로우의 나이브함에 대해 아쉬워했을 것이 분명하다. 이 곡은 개리 스스로가 시도한 체질 개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유의 플로우를 줄이는 대신 곡에 대한 집중력을 상승시키는 데 집중한다. 익숙함과 관성보다 치열함과 자기 변신을 선택한 그의 선택을 존중해줄 필요는 있지만 딱 거기까지다. 개리 스스로가 지니고 있는 매력 또한 옅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미우의 피처링이 개리의 랩을 압도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루비룸이 제공해준 비트마저도 개리의 개성을 옅어지게 만든다. 이 곡을 들을 때마다, 개리의 플로우가 관성과 나태의 명목으로 내치기에는 가능성이 아직 무궁무진한 플로우라는 점을 새삼 깨닫는다. ‘Back to the Basic’이란 말은 괜한 말이 아니다. ★★★

 

[김성환] 리쌍의 활동이 길의 자숙 등의 환경으로 한동안 정지된 시점에서, 래퍼 개리는 자신의 독자적 매력을 보일 기회를 얻었다. 그는 「조금 있다 샤워해」(2014), 「사람 냄새」(2014) 등의 히트곡들을 통해 때로는 19금을 각오하더라도 성인 남성의 감정들을 마초적인 과시를 배제한 솔직하게 풀어낸 라임을 만들어왔고, 특별할 것은 하나도 없지만 리듬감만큼은 확실히 지키는 플로우로 듣는 이의 귀를 그의 랩에 집중하게 만드는 장점을 보여왔다. 얼핏 정인과 비슷하게 들리는 것 같지만 미세한 음색의 차이를 보여주는 미우의 후렴 파트가 리쌍 시절부터 확고하게 갖춰온 대중성 확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실연 이후의 감정을 담담하게 풀어내는 그의 랩에는 뻔한 걸 알면서도 귀를 기울이게 하는 묘한 힘이 있다. ★★★

 

[김정원] 리쌍의 데뷔년도인 2002년이 앨범의 타이틀인 만큼 개리는 정규 앨범 『2002』에 많은 감정과 서사, 또 그동안 자신이 유지해왔던 음악적 특징을 잔뜩 담았다. 그와 동시에 오랜 기간 유지해왔던 랩의 전체적인 리듬 체계를 변화함으로써 정체되어 있지 않으려는 노력도 선보인다. 하지만 아티스트 본인이 작품에 얼마나 큰 의미를 부여하고, 정체되어 있지 않고 변화를 꾀한 것과는 별개로 작품은 그저 무던하기만 하다. 「바람이나 좀 쐐」는 그에 가장 대표적인 트랙이다. 곡에는 세상을 통달한 듯한 30대 후반의 남자가 살아오면서 느낀 감정, 생각이 나름 차곡차곡 잘 담겨 있다. 다만, 그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개리가 선택한 워딩의 나열은 극히 평범하기만 해 큰 감흥을 주지 못한다. 정인, 알리에 이어 허스키한 보이스로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이는 보컬 미우의 참여 역시 리쌍이 그간 유지해온 음악의 전체적인 궤를 잘 유지하기만 한다. 그래서 오히려 개리와 리쌍의 음악이 지닌 클리셰를 정확하게 답습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보통의 것을 보통의 낱말로 풀어내는 것만큼 어려운 게 없다는 생각이 스치는 곡이다. ★★★

 

[박상준] 재밌어요. 리쌍이 시중의 발라드-랩과 달랐던 건 그들이 현실을 자연스레 끌어왔기 때문이에요. 길의 멜로디메이킹을 두고 ‘미미한 뽕의 적절한 도입’이라던 양반들이 생각납니다. 개리의 가사는 더 할 말이 없을 정도죠. 같은 앨범에 수록된 「엉덩이」의 정 떨어지는 처녀 드립을 보세요. 그게 매끈한 곡을 말미에 구리게 하더라도 불혹에 가까운 형(혹은 아저씨)가 뱉는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끼칠 뿐 어색하진 않은 식이죠. 물론 한국적이니 로컬라이징이니 하는 지긋지긋한 맥락들이 처녀 하나로 정리된다면 그건 참 암울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겠지만요. 이와 더불어 내부적으로 리쌍이 찾던 여성 보컬은 대개 음색이 키를 쥐고 있었습니다. 십여년 전의 정인처럼 말이죠. 모든 면에서 「바람이나 좀 쐐」는 상당히 영리한 트랙입니다. 타이틀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면서도 미디엄 템포의 뻔한 사운드 대신 사정없이 박자를 쪼개는 드럼과 건반의 빽빽함이 어느 정도 아쉬움을 상쇄하고 있거든요. 그에 꽤 큰 지분을 차지하는 하이햇이 브릿지의 두 목소리가 겹치는 클리쉐를 받치고 있으니 참 절묘해요. 이런 게 아주 많아요. 그런데도 가까스로 경계선을 지키고 있는 폼을 발견하지 못할 만큼 이질감이 없는 게 대단한 거죠. 다만, 「뚝방의 꿈」이 「회상」의 속편처럼 기능하며 장기적으로 개리라는 뮤지션의 삶을 돋보이게 하고 전작들과 비교하는 재미도 주는 반면에 이 곡은 이전의 서사와 표현을 압도하지 못해요. 당장을 증명하는 것에 그치죠. 박수를 칠만한 일이긴 한데 아쉽기도 해요. ★★★☆

 

[차유정] 사랑의 과정에서 아픔이나 권태는 피할 수 없다고 그는 생각하는 것 같다. 개리가 주목하고 있는 감정은 그 모든 것이 끝나고 찾아온 권태와 어쩔수 없이 드는 자괴감의 한 부분이다. 최대한 담담하게 '난 아무렇지 않아. 나는 나야'라고 이야기 하는 듯 같지만, 그래서 더 힘이 빠져 보인다 그 상태가 어쩌면 이 노래를 지탱하는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권태에 몸을 너무 맡기다 보니 전달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놓친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좀 더 남는 트랙이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5
    바람이나 좀 쐐 (feat. 미우)
    개리
    그루비룸, 개리
    그루비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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