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Album-Out #2-2] 쾌(快)의 미학을 아는 신인과 마주하다

디티에스큐 (DTSQ) 『Dig Out From A Box In The Basement』
1,649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5.04
Volume Digital EP
레이블 퍼플파인Ent.
공식사이트 [Click]

풀링 오프와 해머링 온으로 구성된 경쾌한 전기 기타의 리프를 듣는 순간 귀가 확 뜨인다. 우주선에서 주고받는 대화를 효과음으로 사용한 것이나 경쾌한 왼손의 테크닉으로 풀어내는 소리의 패턴에서 1980년대 하이테크 기타연주가 난무하던 시절 슈레프널(Shrapnel) 레코드 작품의 인트로를 마주하는 기분마저 든다. 날렵한 기타 연주에 대구하며 끊어 치는 심벌과 베이스 드럼과 베이스 기타의 묵직함까지 더해지면 익숙하면서도 기분 좋은 하드록 사운드가 매끈하게 펼쳐진다. 이즈음부터 뭔가 이물감이 생기기 시작한다. 흔들기 좋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를 바 없으나, 흔드는 부위가 다소 다르다고 생각했던 장르의 소리가 넉살좋게 끼어 들어오는 것이다.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질주감 가득한 하드록 속에서 함께 뛰노는 데, 척척 맞아 들어가는데 몰입감이 만만치 않다. 2014년 가을 「D-Punk」 단 한곡을 발표한 신예의 음악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는 탄탄함이다.

 

춤추기 좋은 록음악, 그것도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한 사운드는 근 몇 년 사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단언컨대 DTSQ만큼 두 장르 팬 모두가 감칠맛을 느낄 수 있게 버무려 낸 밴드는 흔치 않다. 기왕 국제우주정거장(International Spaceship Station)에서의 5일을 그린 신나는 첫 곡(「Five Days in ISS」)을 얘기했으니 좀 더 따져보자. 예의 풀링 오프와 해머링 온의 조합으로 만든 테마가 이 노래를 견인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곡 중간, 기타로 만든 테마가 등장해야 할 지점에 등장해서 그 역할을 대신하는 것은 기타가 아니라 일렉트로닉으로 빚어낸 소리다. 메인 테마의 주인공이 바뀌었음을 청자에게 확인시켜주기라도 하는 양, 드럼과 베이스도 잠시 멈춰선다. 멤버들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리라. 자신들이 일궈낸 전기기타-드럼-베이스의 록 사운드에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일렉트로닉 연주의 폭발력을.

 

공연에서도 첫 곡으로 연주한다는 「Five Days in ISS」는 후반에 10부터 카운트다운을 날리며 끝을 맺는다. 이어지는 「Bitch」는 좌우채널을 오가는 기타 리프로 시작된다. 밴드가 트렌디한 사운드를 만들고 배치하는데 일가견이 있음을 자랑하는 트랙이다. 이 곡을 필두로 '댄스 펑크(Dance Punk)'를 추구한다는 밴드의 성격이 전 곡에 걸쳐 확실히 각인된다. 전자드럼 혹은 드럼 소리에 여러 이펙터를 걸었으리라 판단되는 밴드 사운드의 기층부와 일렉트로니카가 댄스에 특화된 사운드를 이끌고 있음을 부인할 순 없다. 그러나 좀 더 파고들어보면 참기 힘든 몸부림의 욕구는 단순히 댄서블한 리듬의 문제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어떤 흐름으로 메인 멜로디를 짜고, 어떤 시점에 어떤 소리를 어떤 방식으로 구성했는가에 대한 고민이 지금의 매력적인 댄서블 록을 일군 것이다. DTSQ는 여러 측면에서 기본을 착실하게 챙겼다 하겠다. 훅을 살린 곡을 쓰되, 훅에 의존하지 않는다. 다양한 유인요인을 갖춘 사운드를 만들되, 사운드 자체에 함몰되지 않는다.

 

타이틀 곡인 「Ding-Dong-Ditch」는 전형적인 펑크 사운드를 닮은 모습인가 싶지만, 가만히 들어보면 계속해서 예상을 묘하게 빗겨나간다. DTSQ의 힘은 바로 여기 있다. 소리와 구성에 대한 욕심과 함께 절제의 미를 구현할 수 있는 탄탄한 연주력을 갖추고 있다. 슬로우 템포로 시작, 미묘하게 빨라지며 소리를 쌓아가는 「Monster」. 3분 30여초 동안 반복되는 단순한 패턴의 멜로디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소리를 가지고 놀 줄 아는 멤버들의 감각 덕분이다. 변박의 순간을 만드는 단순한 장치를 보라. 뻔하다고 넘기지 마라. 이건 확실히 재치다.

 

이들의 사운드 어디에 DTSQ만의 요소가 있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대답이 궁색해진다. 인정한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DTSQ만의 그 무엇은 없다. 그러나 어쿠스틱으로 다시 연주한 「D-Punk」의 흡입력을 느껴본다면 - 2014년 9월 일렉트로닉 버전과 비교해보라 - 이들에 대한 나의 지지가 그저 순간적이고 일회적인 감각의 결과물이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DTSQ의 자기 소리 만들기에 대한 단초가 찾아질 것이라 믿는다. 단 4곡의 신곡과 1곡의 어쿠스틱 버전이 담긴 EP임에도 그걸 가능하게 할 밴드라는 믿음이 생겨난다.

 

과거 다양한 장르 선배들이 개척했던 소리의 쾌(快)를 제대로 알고, 이를 트랜디 사운드로 만져낼 줄 아는 아주 섹시한 신인을 만났다. 이들이 더 높이 뛰어오르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

 

Credit

김수현 : Vocal, Guitar
이준섭 : Synth, Guitar
하선형 : Bass
박순평 : Drums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Five Days In ISS (inst.)
    -
    김수현
    디티에스큐
  • 2
    Bitch
    김수현
    김수현
    디티에스큐
  • 3
    Ding-Dong-Ditch
    김수현
    김수현
    디티에스큐
  • 4
    Monster
    김수현
    김수현
    디티에스큐
  • 5
    D-Punk : Acoustic Ver.
    김수현
    김수현
    디티에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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