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안녕, 魔王 #5] 가장 ‘90년대적인’ 마왕의 일면

넥스트 (N.Ex.T) 『Home』
1,654 /
음악 정보
발표시기 1992.06
Volume 1
레이블 대영기획


『Home』은 전작 「50년후의 내 모습」의 연장선상에서 그 독특한 전자적 텍스쳐의 정체를 슬그머니 드러내며 문을 연다. 각종 기계음을 판타지적 상상력으로, 어떻게 보면 다소 섬뜩한 방식으로 덧칠한 「인형의 기사 pt.1」은, 전혀 엉뚱하게도 마치 90년대 초반 New Kids On The Block의 버블검 발라드 음악을 연상시키는 서정주의로 옮아간다. 이는 이 앨범에서 펼쳐낼 야심의 성취가 부분적일 것임을, 또한 두 장만에 다시 밴드의 포맷을 입기는 했으나 여전히 이 프로젝트는 상당 부분 신해철이라는 개인의 아우라 안에서만 유의미한 운명임을 암시하는 듯 하다.


달달한 세련미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 앨범은 기어를 다시 바꾸어 「도시인」, 「Turn off the TV」, 「외로움의 거리」라는, 이를테면 리듬 본위의 사운드 3연타로 진입하는데, 이는 명백히 그가 당시에 천착하고 있던 록밴드 포맷의 훵키 음악, 소위 'Funk'n Roll' 이라 명명된 트렌드에 대한 관심의 표출 (내지는 번역)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심지어 앞의 두 곡은 몇 년 전 「안녕」을 통해 단초만을 내비친 바 있는 랩을 아예 노골적으로 표방하고 있는데, 얼핏 성긴 인상은 있지만 한글 힙합 가사 작법이 고도화된 지금의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해도 단어의 배치나 특유의 ‘옛’스러운 플로우들이 마냥 유치하게만 치부될 수준은 아니다.


또한 개인(myself)이라는 범주에서 빠져나와 비로소 가정을 중심으로 한 사회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리게 된 그의 자의식이 다분히 ‘신해철스러운’ 방식으로 앨범 곳곳에서 표출되는 것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family가 아닌 home이라는 개념의 선택을 주목하자.) 그 중에서도 「아버지와 나」 시리즈야말로 신해철이 품은 사색의 한 정수로, 자아, 성장, 관계 등 심리학의 핵심적인 관심사를 압축해 놓은 것만 같은 노랫말 뿐 아니라, 가사와 정확히 같은 감정의 내러티브를 공유하는 반주가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다분히 성찰적인, 동시에 미학적으로도 아름다운 한 순간을 만들어 낸다.


그러니까 이것은 ‘졸업’인 동시에 하나의 ‘전조’이기도 하다. 신해철의 디스코그라피를 탐구하며, 특히 앞뒤로 놓인 『Myself』(1991) 와 저 파격적인 『The Return of N.Ex.T Part 1 : The Being』(1994)의 위용을 떠올려 볼 때 『Home』의 위상은 다소 애매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오히려 가장 신해철스럽다고 말할 수 있는 특질들, 가령 그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유치하면서도 설득력있는 면모가 그대로 한 패키지 안에 공존되어 가식적이지 않은 매력을 뿜어내는 것은 이 앨범을 꺼내어 듣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매력이기도 하다. 어찌보면 여전히 메인스트림 팝/록의 규범안에 스스로를 위치시키는 와중에도 그 다음을 향한 사운드적 실험을 게을리 하지 않은 한 장, 그런 의미에서라면 『Home』은 더도 덜도 말고 가장 ‘90년대적인’ 마왕의 일면을 드러낸 앨범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Credit

Produced By 신해철 with N.EX.T
Co-Produced By 성지훈

[Members]
정기송 : Acc. & Elec. Guitar
신해철 : Synthesizers, Piano, Vocal
이동규 : Acc. & Elec. Drums, Timpani, Vocal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인형의 기사 Part I (inst.)
    -
    신해철
    신해철
  • 2
    인형의 기사 Part II
    신해철
    신해철
    신해철
  • 3
    도시인
    신해철
    신해철
    신해철
  • 4
    Turn Off The T.V.
    신해철
    신해철
    신해철
  • 5
    외로움의 거리
    신해철
    신해철
    신해철
  • 6
    증조 할머니의 무덤가에서 (inst.)
    -
    신해철
    신해철
  • 7
    아버지와 나 Part I
    신해철
    신해철
    신해철
  • 8
    집으로 가는 길
    신해철
    정기송
    정기송
  • 9
    아버지와 나 Part II (inst.)
    -
    신해철
    신해철
  • 10
    영원히
    신해철
    신해철
    신해철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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