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납득할 수 있는 차분함을 보여준다는 점이 미쁘다. 대책없이 뚝 떨어지지도, 대책없이 올라가지도 않을 정도로 끈덕지게 하강곡선을 그린다. 그래서 이를 퇴보라고 부를 수 없다. 전보다 세션은 엉긴 부분이 없이 살아났다는 점 또한 괜찮다. 그 점이 아도이가 의도하는 부분이라는 것도 충분히 납득이 가능하다. 좋은 싱글을 만드는 힘은 결국 꾸준함과 이를 받치는 공력이라는 점을 잘 보여주는 싱글. ★★★☆

[김성환] 지난 1-2년간 씬에서 가장 성공한 밴드 중 한 팀인 아도이가 드디어 공개한 정규앨범 『VIVID』(2019). 지난 두 장의 앨범보다 좀 더 ‘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물론, 신스팝에 기반을 둔 몽환적인 일렉트로닉 비트와 그 속에 담긴 충실한 그루브, 세련된 사운드 프로듀싱은 이번 신보에서도 잘 유지되고 있다. 다만 이 음반에서 「Don’t Stop」과 같은 곡을 기대하지는 않아야 한다. 실제 앨범의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차분하고 몽환적 흐름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그래도, 전작들과의 연계점을 최대한 끌어올렸다고 느껴지는 곡이 바로 「Lemon」이다. 후렴구의 멜로디 라인을 제대로 강조하여 대중적 몰입도를 유지했고, 여전히 오주환의 부드러운 보컬과 정다영의 코러스가 겹쳐질 때의 은은하고 로맨틱한 분위기는 곡이 가진 매력의 한 축을 담당한다. 그러나 앞선 EP들의 타이틀곡과 비교한다면 훨씬 부드럽다. 그들이 추구하는 또 하나의 사운드의 축인 ‘드림 팝’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자신들이 가장 잘 하는 부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 속에서 좀 더 깊이 있는 음악적 세심함을 구사하는 그들의 영리한 면모가 잘 표현된 곡이다. ★★★☆

[차유정] 힘의 완급 조절이 잘된 싱글이다. 힘을 빼고 모든 테크닉을 구사하는 것처럼 들리는데, 그렇기 때문에 예민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많다. 설렁설렁 즐기는 음악처럼 들리지만 처연한 울림이 훨씬 매력적이다. 추구하고 싶은 감성보다 한발 물러나서 건조하게 사물을 보려고 하는 노력이 음악에 스며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