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드럼앤베이스(혹은 정글)을 후반부에 배치하여 끊임없이 “쪼개는” 비트를 듣노라면 왜 이 곡이 망치에 관한 컨셉 앨범인지 알 수 있다. 일견 귀엽다 싶은 부분에서 곡의 전체적인 구조를 한번 흔들어놓는데도 몽환적인 테마를 잃지 않는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다. 어두운 것을 어둡지 않게 밝게 말해서 도드라지는 대목이 있기 마련인데, 이 곡은 망치를 휘두를 때 쓰는 어두운 이야기를 보다 밝게 말해서 되려 온전하게 뉘앙스가 살았다는 느낌이 든다. 곡도 곡이지만, 자신만의 공간을 창안하는 대목을 보다 확실하게 잘 알고 싶다면 정규 앨범 전체를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

[김성환] 뉴욕에서 태어난 싱어송라이터 겸 DJ이자 프로듀서인 예지는 항상 자신이 가진 두 가지 정체성을 영리하게 잘 이용한다. 먼저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그의 혈통과 성장 배경을 잘 활용하여 영어와 한국어를 노래 안에서 혼용하면서 각 언어의 표현의 감성을 모두 활용한다. 또한 일렉트로닉/하우스라는 장르적 베이스로 비트와 사운드를 구축하지만 그 위에 록부터 다양한 장르를 필요할 때마다 자유롭게 토핑을 얹어 다채롭게 채색함도 잊지 않는다. 첫 EP였던 『What We Drew』(2020)이후 3년 만에 공개된 이번 신작 『With A Hammer』(2023)에서도 그녀는 내면의 연약함과 두려움, 분노를 가사와 사운드의 언어로 흥미롭게 풀어냈다. 특히 타이틀곡인 이 노래 「For Granted」에서 그녀는 자신의 여린 보이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천진한 느낌을 주면서도 그 뒤에서는 반복되는 신시사이저 비트와 리듬의 템포를 서서히 높여가면서 더 많은 소리의 벽을 쌓아올린다. 중반부의 묘한 앰비언트함이 지나면 후반부에서 폭풍처럼 밀어닥치는 드럼앤베이스 비트의 충격을 통해 감정의 축적과 폭발을 음악적으로 멋지게 구현해낸다. 아티스트가 가진 재기와 음악적 아이디어를 짜임새 있게 구현하는 능력이 더욱 성숙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트랙이다. ★★★☆

[차유정] 차가움과 몽환의 소용돌이 안에서 만들어 지는 긴장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잘 포개어 표현한다. 아티스트 자신이 향하는 길의 결과값을 예상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만들어지는 감정의 파도를 진하게 스케치 하는데, 예민한 귀에 약간의 부드러움과 갑자기 튀어나오는 뭉툭한 기분을 잔잔하게 던져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