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무엇보다 이 곡은 반복을 영리하게 이용한다. 소스들을 거의 모듈에 가깝게 다루지만, 견고함을 드러내놓고 자랑하지 않는다. 되려 가운데를 비워놓고 주변을 단단히 할 뿐이다. 그렇게 반복하며 맴도는 세계를 탄탄하게 구축한다. 그 가운데서 ‘함께하자’는 목소리가 돋을새김처럼 오롯하게 드러나니 파급력이 다를 수 밖에. 말하고 싶은 부분에 맥락과 강조를 잘 부여하는 사람만이 만들 수 있는 곡이란 생각이 든다. 가득 차거나 텅 비지 않았기에,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적당한 공간을 쉬이 내어준다. 그 점이 이 곡을 특별하게 만든다. ★★★☆

[김성환] 손윤경(보컬), 천승환(기타, F/X), 이준현(드럼)으로 구성된 일렉트로닉 팝 밴드 홀로시티의 데뷔작이자 첫 EP의 동명 타이틀곡. 2016년 4인조로 데뷔하여 활동해왔던 밴드 과대불판사용금지는 라인업 변화와 음악적 변화를 수용하여 홀로시티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출발하였다. 이미 그들은 싱글 「Freely」(2019)에서부터 과대불판사용금지 시절에 들려주던 록 사운드의 격정 대신 뉴웨이브/신스팝적 성향으로 변화를 꾀했고, 이번 신작으로 보다 도회적 낭만과 80년대 레트로적 사운드 특징을 강조하고 있다. (그룹명의 의미는 ‘Hologram’과 ‘City’의 결합이라고 한다.) 인트로의 드럼 소리 이후 들려오는 신시사이저 멜로디 리프에서부터 진한 80년대의 향기가 밀려오며, 곡의 분위기에 맡게 보다 부드럽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려는 손윤경의 보컬과 기타-드럼 연주의 보다 가벼워진 터치가 곡의 댄서블한 기운을 더욱 끌어올린다. 점진적으로 이뤄지던 음악적 변신의 완성이 매우 알차게 정리된 것 같아 꽤 만족감을 선사하는 결과물이다. ★★★☆